• ‘반MB전선’, ‘진보대단결’이 미래지향?
        2009년 02월 26일 03: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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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과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상임대표 등이 25일 낮 12시 국회에서 4월에 치러질 울산 북구 재보궐선거 후보단일화를 비롯한 ‘진보대연합’ 구상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최광은 대표(사진=사회당)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진보세력의 대결집을 통해 MB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 서민의 엄중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MB정권 심판 논리가 골자였다. 이 말로만 보면 민주당이 구사하는 언어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도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에 MB정권을 뛰어넘을 수 있는 희망을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특히 진보정치세력의 분발, 대단결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고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4월뿐만 아니라 10월, 내년에도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결정될) 진보정당의 대응은 향후 (선거) 대응에 영향을 미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애매한 원칙만 확인한 양당 대표들

    양당은 울산 북구 후보단일화라는 큰 그림에 원칙적으로 동의를 표해왔고 이 자리에서도 다시 한 번 그 원칙을 확인했지만, 앞으로의 실무협의에서 원탁회의 구성과 후보단일화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 지가 관심사다.

    먼저 원탁회의 구성과 관련해서 민주노동당은 ‘반MB전선’ 확대라는 관점에서 양당을 넘어서 폭넓은 참여를 보장하자는 입장이고, 진보신당은 원탁회의 구성보다는 울산 북구 후보 단일화를 위한 양당 논의를 중심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후보단일화 등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참여를 보장하는 문제와 관련, 진보신당은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원탁회의 구성과 관련한 이견이 어떻게 조율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또 한 가지의 큰 쟁점은 바로 후보단일화 방식이다. 민주노동당은 ‘민중경선제’에 마음이 가 있고, 진보신당은 대체로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기 자신들의 조건과 처지를 고려한 안이다. 물론 양당이 타협점을 찾기로 했기 때문에 이 둘 사이의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반MB전선’과 ‘진보대단결’이 미래지향적인가

    이 회동의 골자는 ‘반MB전선’과 ‘진보대단결’로 요약할 수 있겠다. 민주노동당은 종래의 주장을 계속해 되풀이 하는 것이라 이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관성이 있는 것이지만, 진보신당의 주장은 좀 옹색하고 빈약해 보인다.

    분당의 가장 큰 명분이었던 ‘종북주의’ 문제와 ‘민주노총 의존 탈피’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국회의원 한 석 확보라는 눈앞의 과실을 두고, 아마 발언 수위를 조절했을 것이다.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성과를 획득하기 위한 정치력 발휘라고 볼 것이고,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은 원칙이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

    원내 10석을 지녔던 과거 민주노동당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많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그런 생각이 훨씬 클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일단 최선의 가정을 한다고 했을 때, 5석의 민주노동당이 1석을 보태 6석이 되거나, 진보신당이 1석을 얻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된 설명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누가 되든 울산 북구에서 한 석을 보태면, 반MB전선의 승리, 진보대단결의 승리라고 자축하면 되는 것일까. 그것이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진보정치 혁신에 답하는 결과일까. 분명 아닐 것이다.

    후보단일화는 진보정치 혁신으로 연결되는가

    후보단일화의 결과가 어떻게 드러나든 그 과정에서 진보신당은 발목을 잡힐 것이다. 분당의 명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의 존립 근거 자체를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이다.

    이번 양당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미래지향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새로운 진보의 가치나 대안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의석 한 자리 확보라는 목표 말고는 다른 새로운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과정에서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진보신당은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풀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왜라는 설명은 없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배타적 지지’ 방침을 최소한 암묵적으로라도 지지하던 진보신당 지도부가 사정이 바뀌어 이를 비판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뒤따르는 것이 상식이다.

    사회당은 민주노총이 이러한 정치방침을 정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이를 비판해왔다. 사회당이 이 방침 탓에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활동이 더 위축되기 때문에 비판한 것이 아니라 ‘배타적 지지’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비판해온 것이다.

    ‘도로 민주노동당’ 우려는 현실화될 것인가

    노동조합이 때에 따라, 그리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정당을 지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배타적 지지’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조직하는 것을 넘어 그 외의 정당 활동을 봉쇄하는 효과를 지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당이란 것이 자신의 존립 근거나 기반이 있긴 마련이지만, 국민 일반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보편성의 원칙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처지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것은 그런 점에서 보편적 원칙에 입각해 있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물어보자. 만일 진보신당이 훗날 민주노동당과 합당을 하게 된다면,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문제제기를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인가, 원칙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할 것인가.

    앞으로 있을 일련의 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후보단일화 등의 공동대응을 한다고 했을 때, 민주노동당은 ‘뭉쳐야 산다’는 무소불위의 논리 말고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답해야 하고, 진보신당은 과거 분당의 명분을 현재의 시점에서 어떻게 재해석하고 풀어갈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양당 모두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이 없다면, ‘도로 민주노동당’ 우려는 현실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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