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 1년, 복지는 없었다
        2009년 02월 26일 09: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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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동적 복지’를 슬로건으로 내 건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났다. 현 정부는 평생 복지 기반을 마련하고, 예방․맞춤․통합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 기능을 활용한 서민생활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대국민 약속과 함께 출범한 정부였다.

    이명박에 대한 초기의 믿음

    물론 출발부터 논란과 걱정이 끊이지 않았던 ‘능동적 복지’였지만, 초기에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다. 서울시 버스체계를 보란 듯이 뜯어 고쳤던 ‘이명박 시장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자신을 지지해준 서민 대중에 대해 일정한 정책적 보상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그러한 전망과 기대는 한낮 일장춘몽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에게 ‘복지 확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기대한 것 자체가 완벽한 오류였음을 확인한 지난 1년이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복지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정책의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복지예산 지원은 줄어들기만 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그 수가 1만4,000여명 줄어들었다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통계가 그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제는 나빠졌는데 오히려 기초생활보상자는 줄어들었다는 이러한 통계상의 아이러니는 관련 예산이 대폭 축소되었기 때문에 나타는 착시현상인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서민에 대한 애정은 시장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는 연출된 이벤트에서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정작 복지정책의 일선 현장에서 드러난 이 정부의 실체는 서민에 대해 지극히 인색하고 각박한 정부였다.

    복지예산을 줄인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 기능을 활용한 서민생활 안정에 주력’하는 것을 넘어, ‘시장 기능을 활용해 서민생활을 파탄으로 내모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완화 혹은 폐지,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으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다가 보건복지부 해체될라

    2009년 현재, 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보여주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실천 의지는 확고하다. 그 요체는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자본이 주도하는 미국식 의료제도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일 국민건강보험체계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복수의 민간의료보험 체계가 주도하는 자본 주도의 의료재정체계로 전환하고, 의료비를 민간보험회사와 병원들 간의 자율적 계약에 의해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은 의료민영화가 현실화 될 경우, 복잡한 의료서비스 계약과 제공 과정에서 많은 수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며, 이를 통해 이윤창출의 기회를 만들어 주면 시중의 유휴 자본이 알아서 뛰어들 것이란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에 찌든 청와대와 경제 관료들은 의료서비스 분야를 아파트 건설 사업을 대체할 거시경제 운용의 대체 신산업쯤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복지를 자본에 종속시킴으로써 거시경제 활성화를 위한 하위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이라면 머지않아 보건복지가족부 무용론이 나오지 않겠나 싶다. 복지를 이런 식으로 취급할 심산이라면, 아예 보건복지가족부를 경제부처 산하 조직으로 재편하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 

    실직자 구제 위한 단기적 복지제도 확충 중요

    지난 1년 간 ‘이명박 정부의 복지 정책’를 돌이켜볼 때, 우리는 현정부의 복지에 대한 철학과 책임의식 부재를 심각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경제 공황이 우려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선, 경제난으로 급증할 취약계층과 거리로 쏟아져 나올 실직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단기적인 복지제도 확충이 중요하다.

    또한 4대강 개발이나 토목공사에 투입할 예산을 보육 지원, 교육비 지원, 보건의료비 지원, 노인부양과 노후연금에 대한 지원, 주거비 지원 등 국민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에 투입하도록 국가의 정책 방향과 우선순위를 전환하여야 한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난을 통해 오히려 기존의 ‘수출 중심 체계’를 ‘고부가가치 지식 기반 산업구조’로 개편해 나가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 난국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기존의 잔여주의 복지를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체계로 바꾸는 ‘복지제도의 일대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복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금까지 국민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하던 사회서비스에 대한 가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개별 가구들의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을 늘려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내수를 진작시키고, 수출 부진을 이겨내는 것이 경제난을 극복하는 가장 바람직한 탈출구가 될 것이다.

    청와대와 정권의 핵심부가 생각을 바꿔야한다. 복지를 잔여적으로 인식하고, 복지에 대한 재정투입을 일종의 낭비로 인식하는 구태를 벗어던져야 한다. 복지는 사회권의 신장이자, 동시에 성장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기도 하다.

    복지에 대한 공적 재정투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일, 이것이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현 정부는 복지를 자본과 시장으로 대체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이명박 정부 취임 1년간 처절하게 드러난 복지철학의 완벽한 부재를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걱정이 앞서는 바, 현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요구한다.

    2009년 2월 26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www.welfarestat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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