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이 아니라, 장미가 필요해”
    By mywank
        2009년 02월 23일 05: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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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 오페라합창단 해체·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0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공공노조 국립 오페라단 지부(지부장 조남은)는 23일 오후 2시 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주무부처인 문광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국립 오페라합창단 사태’는 지난 1월 8일 이소영 단장(2008년 7월 임명됨)이 구두 통보로 합창단원들을 해고하고, 단을 해체시키면서 발생되었다. 이에 대해 문광부는 지금까지 어떠한 공식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이 단장의 결정사항이라는 이유로 사태 해결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 오페라합창단원들이 23일 오후 2시,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국립 오페라단 지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단장은 1월 8일 면담자리에서 단 해체에 대해, ‘문광부의 특별한 지침이 수차례 있었다’고 했지만, 2월 10일 교섭 석상에서는 ‘본인의 독단적 결정이었다’고 말했다”며 “2월 19일 교섭에서는 ‘문광부의 제가가 있으면, 국립 오페라합창단을 존속시킬 의사가 있다’며 계속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에 대해 문광부는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권 충족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국립 오페라단원들을 전원 해고하고 단체 자체를 해체시키는 결정에 있어, 얼마만큼 의견수렴과 검토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문광부의 주장대로, ‘단장개인의 결정사항’이라고 하는 것도 과연 타당하나”고 지적했다.

    오페라가 아닌 투박한 구호 

    또 “합창단이 부르는 아름다운 오페라가 아니라, 투박한 원직복직 구호가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시점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문광부의 이번 사태를 대하는 태도는 심히 우려스럽다”며 “문광부는 이제까지의 오만하고 불성실한 태도를 버리고, 국립 오페라단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립 오페라합창단원인 김혜전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립오페라합창단 3년차 단원 김혜전 씨는 자신의 심경을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할 줄 하는 것이 노래였고 제일 잘하는 것 역시 노래였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국립 오페라합창단에 들어왔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다들 ‘국립’에 들어갔다고 축하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입단하고 나서야 알게 된 제 급여는 사실 부끄러운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무대였습니다. 최고의 무대에 최고의 가수들, 지휘자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저희 바람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은 것뿐인데, 단은 저희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연출가 출신이라는 단장이 이렇게 메마른 가슴을 갖고 있다는 게 한편으로 부끄럽습니다. 저희는 할 줄 아는 게 노래 밖에는 없는 사람들입니다.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구권서 공공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국립오페라단 지부의 교섭을 맡으면서, 문화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공장 한편 후미진 곳에 있는 ‘악덕 사용주’보다 못한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보였다”며 “아무리 화려한 예술을 하더라도, 이런 사람이 하는 예술은 진정한 예술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구 본부장은 이어 “<빵과 장미>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는데, ‘빵만으로 사는 인간은 짐승과 같다’는 내용이었다”며 “인간에게 빵을 강요하면 예술은 왜 하나. 지금 국립 오페라합창단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빵이 아니라, 장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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