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진중권의 일갈이 불편하다
        2009년 02월 24일 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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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계의 큰어른이 돌아가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애도와 추모의 행렬,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필자의 경우 무늬라도 신자인 탓도 있겠지만 요즘같은 시절 부덕을 넘어 패덕(悖德)으로 치닫고 있는 권력을 두고 엄하게 꾸짖을 수 있는, 소외되고 낮은 곳에 임하여 넉넉하게 품어 다독여주는, 언제나 희망이 있음을 맨 앞에서 몸소 보여주는 그런 큰어른에 대한 목마름 때문인지 안타까운 마음도 적지 않았다.

    추기경의 선종 이후와 나의 불편함

    하지만 요며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두고, 한 정신적 지도자에 대한 추모를 넘어 거의 추앙의 분위기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사뭇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생을 마친 이에 대한 덕담과 상찬(賞讚)이야 우리네 미덕에 틀림없겠으나, 한 사회의 지도적 인사에 대한 평가란 점에서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 또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종교를 넘어 수구진보, 좌우 가릴 것 없이 모든 언론이 또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어찌 이리도 한 목소리인가. 물론 인터넷 공간을 빌어 조심스런 비판의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뭔가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하면서 일갈하는 크고 시원한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진중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하고 반가운 마음에 들여다 본 그이의 글은 글쓴이를 가려놓으면 영판 시중의 어중이떠중이 글과 다를 바 없었다.

    ‘비판을 하려면 살아 생전에 하지 고이 가시는 길, 이 무슨 행패냐’ ‘배은망덕하게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그 너른 품에 안겼던 기억을 잊었냐’ ‘누구라서 그만한 행적이라도 이룰 수 있겠냐’ ‘자기와 배가 맞지 않는다고-그것도 100%의 순도를 집어넣어-함부로 씹어대는 니들이 좌파냐’ 하는 데는 실소를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다. (거기다 ‘허접한 이념 서적’ 운운하는 것은 언제적 화법인가)

    좋게 보아서 이처럼 국론이 한 목소리를 낸 기억이 언제였던가. 삭막하고 황폐한 시절을 살아가면서 뭔가 마음자락을 드리우고 의지하고픈 마음으로 여기면 되지 않는가. 그렇게 한 종교계의 큰어른이 떠나면서 남은 국민들에게 주신 큰 선물로 여겨도 좋지 않은가. ‘사랑하라, 용서하라’는 큰 가르침을 남은 이들의 가슴에 심어주셨으니 그대로 따르고 이어가면 되지 않겠는가.

    좌파적 소갈머리?

    그러한가. 이같은 온 나라의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참으로 남은 이들의 가슴 속에 사랑과 자비의 은혜로움으로 넘실되는가. 혹 일회성이나 일과성이거나 나아가 립서비스의 이벤트성으로 흩어져버리지는 않을까.(지나친 칭송이나 보이는 곳만 계속 키워나가는 것이 알맹이는 잃어버린 채 타성화되고 도구화되는 예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이 사회가 바라는 큰 지도자의 모습에 조금 욕심을 부리면 안되는가. 군사독재 시절, 야만적인 폭력과 불의에 항거한 많은 이들의 뒷모습에서처럼 씁쓸함을 느끼면 안되는가. 원래 크거나 높은 자리일수록 자리차지만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 (그러니 살아생전 무슨 비판을 하겠는가) ‘그만한 행적’ 이상을 기대하고 요구하면 비례이고 결례일까.

    그 시절 베푼 은덕 성에 안차서 뒤에서 좀 수근거리면 배은망덕인가. 그 은덕이 정파적이거나 좌든 우든 한 쪽으로 쏠렸던 기억도 없지만, 그냥 높은 곳에서 비추는 햇살이 좀 더 따사롭고 구석구석 어렵고 힘든 곳에 비추기를 바라는 (비판적) 입장에서 쓴 소리하면 그게 ‘좌파적’ 소갈머리가 되는가. 아니 다 관두고 모두가 한 목소리 일색인 한 켠에 딴 목소리 좀 섞어도 괜찮지 않겠는가.(이런 꼬인 심사, 쓰는 나도 딱하다)

    물론 가시는 이를 붙들고 에고지고 구차한 사연 늘어놓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만 이처럼 온나라가 추도를 넘어 추앙의 분위기로 몰고 가는 일, 이 또한 썩 개운치 못하다. 그리고 이런 느낌들 차분하지만 뚜렷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어른이나 인사들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아니 그보다 이런 느낌을 있는 대로 말하기 켕기는 이 사회의 분위기가 사뭇 불길하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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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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