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행 각오하고, 청와대로 행진”
    By mywank
        2009년 02월 20일 07: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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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고, 아래를 향했던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의 뜻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지만, 이 세상의 권력은 여전히 가난한 자들을 내치고 있다. 6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전대미문의 사태를 앞두고 이명박 장로 대통령은 유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과 한 마디를 하지 않고 있다.

    21일 오후 4시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를 위한 5차 범국민대회에 대해 경찰이 불허 방침을 밝힌 것에 맞서 주최 측인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해 양측 사이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범대위는 20일 오후 ‘용산 참사’ 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범대위는 경찰의 5차 추모대회 불허 방침을 범정부 차원의 ‘진실은폐 공안 탄압’으로 규정한다”며 “일단 고인들에 대한 추모는 물론 이 땅 민중의 생존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당초 예정대로 21일 추모대회는 청계광장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추모대회’가 열린 지난달 31일 경찰이 집회를 봉쇄하자, 범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범대위는 이어 “하지만 정부와 경찰이 또 다시 추모대회를 원천 봉쇄한다면, 범대위는 추모대회를 고집하지 않고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곧바로 추모행진에 돌입할 것”이라며 “추모행진은 살인진압의 몸통이자 배후인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모대회 개최 힘들 것 같다"

    박래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당장 21일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추모대회는 불가능할 걸로 판단하고 있다”며 “연행을 각오하고 참석자들과 함께 청계광장에 모인 뒤 바로 청와대를 향한 대규모 추모행진을 벌일 예정이고, 경찰이 행진까지 막으면 연좌시위를 하며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대중의 관심과 투쟁의 동력이 이전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나’는 지적도 있지만, 일단 오는 28일에 열리는 ‘10만 국민대회’까지는 지금과 같은 투쟁 방식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하지만 향후 각계 시민사회 단체들이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 등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태연 범대위 상황실장도 “내일 추모대회 개최가 힘들게 되면 추모행진을 벌이겠지만, 역시 비폭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경찰에서 일방적으로 평화적인 행진까지 봉쇄하면, 연좌시위를 벌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는 3월부터는 철거민 농성자들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가 수집한 자료와 증거들을 통해 이 부분을 쟁점화시키는 방향으로 투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이라며 “이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대규모 ‘국민 고발운동’을 벌이는 등 투쟁의 동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2차 추모대회’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유가족들과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범대위 활동에 연대하고 있는 네티즌인 ‘베토벤(닉네임)’은 “21일 5차 추모대회는 물론, 추모행진 자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말을 달리하면, 경찰과 참가자들 간에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산발적인 게릴라시위 예상돼"

    그는 이어 “이날 추모행진이 초반부터 경찰에 의해 봉쇄되면, 시내 일대에서 집회 참가자들의 산발적인 게릴라시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 쪽은 21일 범대위의 추모행사와 행진 방침 발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모든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수사 무효 및 전면 재조사 △대통령 사죄 및 살인진압 책임자 구속 처벌 △구속된 철거민 석방 및 전철연 탄압을 중단 △용산4구역 재개발 중단 및 용역 완전 철수 △추모대회 개최 보장 등의 ‘5대 요구사항’과 함께, ‘용산 참사 1달에 즈음한 입장’도 발표했다.

    범대위는 “강제철거와 살인진압으로 6명이 사망한 엄청난 참사가 발생했고 한 달이 지났으나 지금 현재 해결된 것이 무엇이나”며 “검찰의 편파․왜곡 수사로 고인의 명예가 심각히 훼손되었고, 진상 규명은커녕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이어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날조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아무런 사과도 대책도 없이 진실을 은폐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데 골몰해 왔다”며 “공권력에 의한 비극적 참사가 있은 지 1달, 우리는 검찰수사를 무효화하고 전면 재조사하는 것만이 국민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 한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사건을 조작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작태가 계속된다면, 경제위기와 ‘부자 살리기’식 법률 개악에 화가 난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일임을 경고 한다”며 “이와 함께 살인진압의 하수인인 용역을 용산4구역에서 완전히 몰아낼 것이고, 진상규명이 되기 전에 어떠한 형태의 재개발도 이루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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