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잖아요 '조작된'
    2009년 02월 20일 04: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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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에 이어 대구에서도 일제고사 성적을 허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우려해 온 일제고사 강행의 결과가 뭡니까?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마저 학력 미달을 축소, 은폐, 조작하는 거대한 공범체계를 만든 것 아닙니까?

이게 교육적입니까? 비교육적입니까? 성적을 매기는 각종 장치들이 과연 올바로 작동하고 있습니까? 신뢰할만 합니까?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고려대에서 내신성적을 무시하고 고교 등급제를 적용해 학생을 선발한 것은 이른바 ‘내신성적’이라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일제고사 성적발표에서도 드러났듯이 외고, 특목고가 밀집해 있는 강남지역의 아이들은 확실히 높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돈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을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드는 사교육 시장에 돈을 꼴아 박은 결과일 것입니다.

그러니 같은 내신 1등급이라도 학교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게 백일하에 드러났고, 이건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고려대처럼 ‘고교등급제’로 가야합니까? 아니죠, 내신을 신뢰할 수 없다면 내신을 폐지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본고사를 부활시키자는 게 아닙니다. 과거 본고사 시절 국,영, 수 중심의 학업 능력이라는 게 현대 지식정보사회가 요구하는 그런 창의적 인간을 변별하는 능력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시 ‘성적’이라는 문제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능력을 이른바 ‘성적’이라는 단일한 지표로 객관화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지적 능력, 인문학과 자연과학적 소양의 총합

한 인간의 지적 능력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적 소양의 총합일 것입니다. 자연과학이야 분석적이고 정답이 있는 학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인문학에 ‘정답’이라는 게 과연 존재합니까? 한 인간이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성적이라는 게 0.01점의 석차로 나뉘어(저들은 이걸 ‘변별’이라고 합니다) 질 수 있는 것일까요? 변별할만한 유의미한 격차도 아닌 걸 억지로 서열화하려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발생합니다. 애초에 평가할 수 없는 걸 평가하려 한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요.

저들이 만들어 놓은 성적순이라는 평가 시스템은 무의미할 정도의 사소한 성적 차이가 인생 전체를 뒤흔들어 놓는 기괴한 질서입니다. ‘성적’ 자체가 물신화하고 이 물신을 숭배하는 사교육 시장이 광적으로 팽창합니다. 이 버블시스템에서 0.01%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학생과 부모가 패배자가 됩니다. 나아가 국가의 교육 경쟁력도, 우리의 미래도 모두 버블처럼 꺼져버릴 것입니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수학능력을 가졌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대학은 문제풀이 잘하는 학생 선발에만 목을 맬 게 아니라 대학 자체의 교육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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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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