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무책임, 상임대표들 책임지라"
        2009년 02월 20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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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1년이 지났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1년 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작년 2월4일 폭력적인 대의원대회 방해를 뚫고 한 당원의 집에서 해산 대의원대회를 마치고 13명의 대의원들 모두 울며 소회를 나누던 일, 다음날 아침 의정부 경기제2청사 앞에서 탈당 및 지역위 해산보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또 모두들 울먹이며 탈당선언문을 읽었다.

    아직도 지역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는 과거 8년여 지역활동의 모든 흔적들이 주인을 잃은채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그곳의 탈당선언문의 한 구절은 이렇게 쓰여 있다.

    ‘민주노동당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함께 노력해온 우리는 비록 민주노동당을 떠나지만 의정부지역에서 풀뿌리지역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진보정당에 대한 의정부시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모아 노동자, 서민들을 위한 진보적 지역 정치활동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의정부시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모아 노동자,서민들을 위한 진보적 지역 정치활동을 계속 만들어 가고 있는가? 아니, 만들어 갈 수 있는가?

       
      ▲ 2008년 진보신당 봄소풍 모습 

    3월16일 진보신당 창당, 4월9일 총선, 지역에서도 정신없이 총선을 치뤘다. 총선 이후 겨우 한숨을 돌릴 무렵 당원들은 마치 지도부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듯이 봄소풍이며, 까발리야 호 대행진이며 스스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당은 잠깐이나마 활력을 찾는듯 했다.

    지역에서는 평가팀을 구성해서 지난 시기 지역 당활동에 대한 평가를 정리하고 이후 새로운 지역 정치활동에 대한 비젼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된 전국적인 촛불집회, 새로운 당원들도 가입하고 칼라TV가 뜨고….

       
      ▲ 칼라TV와 까발리아호

    성찰하다가 지쳐 우울증 걸릴 지경

    총선이 지나고 하겠다던 중앙당의 제2창당? 재창당?은 기약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역에서는 새로 가입한 당원들을 만났고 그 중 열성적인 당원들을 추진위원으로 결합해 함께 지역 당원협의회를 준비하고자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당원들의 활력과 에너지는 떨어졌다. 이제 ‘성찰하다가 지쳐 우울증 걸릴 지경이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무기력증 걸리고 자포자기다. 쉰김에 계속 쉬자’라며 푸념섞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한참이나 지난 지금 제2창당을 위한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당대회를 앞둔 당은 썰렁하다 못해 초라하다. 창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의 관심은 별로 촉발되지 않고 있으며 당의 비젼과 전망을 토론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활동, 운영의 방향과 전략을 고민하며 그에 걸맞는 당헌, 당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제도 일변도의 논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당원들의 관심과 참여, 당대의원들의 에너지를 어떻게 조직해서 당대회를 치를것인지는 빠져 있고 각종 복잡한 방식의 대의원 선거를 치르느라 허덕이고 있다.

    도대체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년은 우리에게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당은 늘 타이밍을 놓쳤고 뒷북만 쳐댔다.

    누군가 정치는 타이밍이라고 했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당 평가위원회에 대한 이민우 당원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자신도 평가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갑갑했던 것 중 하나가 시기가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사람도 이혼하기 전에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하며 결혼생활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 반성하는 것이지 이혼하고 난 후에 성찰을 본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자기성찰과 평가, 닥쳐올 새로운 삶에 대한 각오 없이는 이혼이라는 중대한 결정이 결코 나올수 없기 때문이다.

    이혼하고 난 후에 하는 성찰은 우울증 걸리기 십상이며 자책으로 흐르기 쉽다. 오히려 이혼한 후에는 그동안 해왔던 자기성찰을 교훈삼아 앞으로 험한 세상 홀로 어떻게 한부모로 씩씩하게 살아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워 실천할 때이다.

    이미 지난 시기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평가는 분당 전후로 각종 매체를 통해 봇물처럼 쏫아져 나왔다. 모든 사람들이 평가를 끝내고 활동을 시작해야 할 시기에 진행되는 당의 평가는 누구의 관심도 촉발시키기 어려웠다.

    제2창당도 마찬가지이다. 함께 살 사람이 누군지, 상대방의 조건과 생각은 어떤지, 이미 포기하고 떠난 사람은 아닌지, 아예 가능성이 없는 사람인지, 내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신뢰를 보여야 하는건 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누구와 함께 어떤 과정을 거쳐 제2창당을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각자 다른 구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간간히 확인했을 뿐, 제2창당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시급히 토론하고 입장을 모으고 누군가 나서서 책임지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지도부는 무한 무책임으로 일관했다

    나는 조직이 잘되기 위해서는 책임지는 지도부, 핵심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비젼있는 팀플레이,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당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당은 그 어느 것도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아니 매우 심각하게 방기했다.

    특히 당에는 책임지는 지도부가 보이지 않았다. 지도부는 무한무책임으로 일관했다. 당의 비젼과 전망을 제시하고 그것을 갖고 팀플레이를 형성할 일할 수 있는 그룹을 형성하는 것은 지도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과연 지난 1년간 그런 노력이 조금이라도 있었는가?

    그간 당을 이끌었던 지도부, 상임대표에게 나는 많은 실망과 답답함을 갖고 있다. 지난 1년간 당을 이끌어 온 것이 맞는지? 제2창당을 앞둔 당조직 준비는 무엇을 해 왔는지? 알 길이 없다.

    아무리 과도기적인 지도부라 하더라도 지난 1년간의 소중한 시기를 놓쳐버린 것에 대해서 두 상임대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두 상임대표가 지금도 여전히 매우 훌륭한 진보정당의 자산이며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당을 준비해야 할 소중한 1년 시기에는 그들의 지도력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당연히 비젼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역량을 모아내지 못했다. 당에는 지난 시기 진보정당운동의 경험을 가진 소중한 활동가들이 존재한다. 최소한 5년 이상 10년 정도의 정치활동경험을 통해 훈련된 당활동가들이 있었다. 얼어죽을 각오로 결기를 갖고 탈당을 했던 수많은 당활동가들은 지난 1년 동안 자신들의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다시 새로운 정당에 자신들의 역량과 경험을 바치고 싶어했다.

    그러나 당은 그들을 아직까지 재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한편 총선 이후 촛불집회를 거치며 진보신당에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보고 입당한 당원들 역시 진보신당에 대한 기대를 갖고 기다렸다. 그들의 활력과 에너지는 당에 새로운 기운을 주고 당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소중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들은 철저히 방치되었다. 당은 그들에게 친절한 손길 한 번 내주지 않았다.

    진보신당에 지역은 없다?

    진보신당에 지역은 여전히 없었다. 당 조직체계에 공식적으로 기초자치단체를 근간으로 하는 지역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당 초기부터 지금까지 당은 지역조직을 인지하고 사업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나는 당이 기초지역조직에 대한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어떠한 시도를 했는지 알 수 없다. 지역조직과 얼마만큼 소통하려고 노력했는지도 알 길이 없다.

    마치 ‘살아남으려면 알아서 살아남으라’는듯이 지역조직은 남겨졌고 살아 남아 이것저것 해보려고 하는 조직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끝모를 방황을 지속하며 지역당원교류모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조직이 있을 뿐이다.

    일선에서 당원들과 가장 근접하게 만나고 지역정치활동을 수행할 유력한 조직수단에 대한 무관심은 당이 조직활동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당연히 당원들도 방치되었다. 지난 1년간 당은 당원들에게 진보신당에 입당하더라도 그들의 삶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진보신당은 과거의 달콤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나는 지난 1년간 당이 아직도 과거의 기억을 버리지 못했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10명이 있었던 시절의 그 달콤했던 기억을 하루 빨리 지워버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다시 시작하는, 새로 쓰는 진보정당의 역사이다.

    이 신생정당이 가진 거라곤 지난 시기 10년간 뼈저리게 동질감을 갖고 정치활동의 성패를 경험한 집단과 새로이 함께 정치를 바꿔보고자 희망을 갖고 가입한 당원들, 굶어죽는 것은 간신히 면할 정도의 살림살이, 그것뿐이다.

    아무리 날뛰어도 언론에서도 정치현실에서도 인정해 주지 않는 기나긴 추운 날들을 우리는 경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냉혹한 현실에 대한 인정부터 시작해야 현재 아주 조금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자산이 무엇인지? 왜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그래서 그 자산을 얼마나 잘 엮고 다듬어야 우리가 마침내 빛을 발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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