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과후 학교로 사교육 잡는다고?
        2009년 02월 18일 09: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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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덕성여중을 방문했습니다. 덕성여중이 방과후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사교육없는 학교’라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16일에는 일제고사 성적이 발표되면서 전북 임실의 방과후 학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골학교인데 미달학생 비율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 덕성여중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사진=청와대)

    대한민국 정책포털 Korea.com에 따르면, 12일의 덕성여중 방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교육목표도 사설학원에 가지 않고 과외를 안 받아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 학교가 그 목표를 실천하고 있어 고맙다”면서 “다른 학교도 이런 것을 배우라고 내가 여기에 왔다”라고 말했답니다.

    뒤이어 조중동 등 여러 언론들이 방과후학교를 보도합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대통령 방문이 있기 이전에도 덕성여중을 조명합니다. 전반적인 논지는 ‘덕성여중처럼 방과후 학교를 잘 운영하여 사교육 없는 세상을 만들어라’로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광경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방과후학교를 지원해야”

    전임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발언입니다. 2006년 5월 청와대에서 ‘방과후학교 확산을 위한 전국 교육감 교육장 토론회’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당연히 주요 언론에서 보도하였습니다.

    방과후학교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2005년 11월에는 서울 인헌중의 ‘강감찬 학교’를 찾습니다. 방문의 여파로 그동안 시범운영되던 방과후학교는 바로 그 다음해인 2006년 3월부터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전면 시행됩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중간중간 사업의 진척을 몸소 살핍니다.

       
      ▲ 2007년 10월 서명초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사진=청와대)

    2006년 12월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방과후학교 페스티벌 및 성과보고회가 열리는데, 이 자리에 대통령이 참석합니다. 2007년 10월에는 당시 ‘부산발 교육혁명’으로 이야기되던 부산을 찾습니다. 서명초등학교에서 개최된 방과후학교 현장보고회에 내외가 함께 방문합니다.

    이렇게 대통령이 움직일 때마다 주요 언론은 보도로 답했습니다.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의 덕성여중 방문과 보수언론의 기사가 익숙한 그림이 아닐 수 없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하나 나옵니다. 방과후학교는 갑자기 솟아난 게 아닙니다. 꾸준히 다양한 이름으로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2006년 들어 전면 시행된 겁니다. 따라서 방과후 학교가 사교육비를 잡는 ‘요술방망이’라면, 2006년 이후 사교육비 그래프는 꺾어야 합니다.

    방과후학교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꾸준히 증가세

    사교육비 통계는 2007년부터 나왔습니다. 2월 말의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 정도 되면 ‘2008 사교육비 조사결과’도 발표되지만, 그래봤자 2007년과 2008년 수치만 존재합니다. 그래서 2007년 이전의 사교육비 추이를 볼 때는 유사 사교육비, 즉 통계청의 가계수지동향에서 보충교육비나 학원및개인교습비를 살핀답니다.

       
      

    보충교육비나 학원및개인교습비나 꾸준히 올랐습니다. 방과후학교는 2005년 초중고 48개교에서 시범운영되다가 2006년부터 전면 시행됩니다. 교과부 통계에 따르면, 2006년에는 전국 초중고의 98.7%에서 운영하였고, 학생의 41.9%가 참여합니다. 2007년 들어서는 99.9%의 초중고가 운영하고 학생참여율은 50.0%입니다. 2006년 이후 대부분의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를 하고, 절반 정도의 학생이 활용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교육비는 줄지 않았습니다. 2007년 가치로 가구당 월평균 보충교육비는 2005년 14만 8천원에서 2007년 15만 3천원으로 증가합니다. 학원및개인교습비도 12만 8천원에서 13만 9천원으로 늘어납니다. 즉, “방과후학교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늘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참 여기서 가구당 보충교육비가 15만원 수준이라고 해서 너무 적지 않은가 여길 수 있는데, 통계청이 보충교육비를 지출하지 않는 가구도 분모에 포함시켜 산출한다는 점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2007년까지 추이를 살폈는데, 2008년 이명박 정부 첫 해는 어떨까요. 현재로서는 2008년 3사분기까지만 비교할 수 있답니다. 예년의 경우라면 벌써 ‘4사분기 및 연간 가계수지동향’이 나왔을텐데, 아직까지 통계청의 발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2008년 가계수지동향이 있다면 위의 그래프에 2008년 수치를 넣은 깔끔한 그림이 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2008년 수치만 따로 봐야하니 양해하십시오.

       
      

    사교육비는 계절요인이 있습니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갈립니다. 그래서 예컨대 입시철인 11월과 입시 직후인 12월을 비교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11월은 전년도 11월과 비교해야 합니다. 위 그래프에 따르면, 2008년 1분기에 보충교육비는 물가상승률을 제하고 7.7% 늘었습니다. 2분기와 3분기는 각각 5.8%와 9.1% 증가했습니다. 학원및개인교습비 또한 비슷하여 3분기에 9.5% 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2008년에도 사교육비는 증가했습니다.

    결국 방과후학교가 실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방과후 학교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처방은 신뢰하기 어렵답니다.

    방과후학교는 학원에겐 기회요인

    지난 1월 말 한국신용평가에서 “국내 입시학원산업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입시학원산업의 기회요인입니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고등부 학원은 수능중심의 견고한 성장이 예상되고, △중등부 학원은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른 입시시장 확대가 전망되고, △초등부 학원은 영어교육 시장 확대와 방과후 학교시장의 확대가 예상됩니다.

    방과후 학교를 학원시장의 하나로 보는 겁니다. 물론 “이 부문은 이미 경쟁이 심화되어 있어 그로 인한 성장폭은 다소 제한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단서를 달고 있습니다. 하긴 2008년 4월의 ‘4․15 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사교육 업체가 방과후학교에 진출하는 길이 열려 이미 자리잡은 업체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동네 슈퍼는 망하고 대형마트가 입점’하는 현상이 사교육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방과후 학교 시장은 제법 볼만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방과후 학교의 영어시장이 핵심 관전포인트가 되겠습니다.

    방과후 학교로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고자 한다면

    방과후 학교가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방과후를 가장한 보충수업’으로 변질될 여지가 언제나 존재합니다. 따라서 대상과 시스템이 명확해야 합니다.

    사교육을 시키는 원인은 △아이 맡기기와 친구 사귀기 등 보육,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예체능 등의 특기적성, △입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경쟁 등 세 가지입니다. 2007년 3월에 발표한 교과부의 “사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과 특기적성은 각각 10%와 5% 수준입니다.

    방과후 학교(뭐라고 불렀든)는 이 부분에 대한 대체 프로그램이 되어야 합니다. 보육과 특기적성 사교육을 흡수하는 ‘공급 대체’ 카드로 활용되어야 하며, 사회적 약자와 열악한 지역부터 운영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문화예술교육 인프라를 통합하면서 별도의 정규직이 운영하는 공공서비스 체계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건물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시스템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이 방향이 아니라 지금처럼 입시경쟁 사교육까지 대체하려고 하면, 방과후 학교는 언제든지 우열반 보충수업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입시경쟁의 그림에서는 개인이나 학교가 아무리 노력해도 SKY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있기 때문입니다. 병목구간에서 한 자동차가 끼어들기를 잘하여 우선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자동차가 그렇게 하면, 결국 뒤엉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면서 방과후 학교 비용은 사교육비의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되겠죠.

    이명박 취임 1주년 즈음의 사교육비 발표를 기대하세요

    다가오는 2월 말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입니다. 그 즈음 통계청은 ‘2008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2008년 가계수지동향이나 산업활동동향에 비추어보면, 2007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올 겁니다. 2007년이 20조원이었는데, 2008년은 21-22조원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가상승률 반영하면 5-7% 증가율이 되겠지요.

    그래도 이명박 정부는 “아직 교육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학생과 학부모는 적응하기 위해 사교육 갈아타기를 했는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취임 2년째인 올해 2009년 사교육비가 진짜다”라고 하지 않을까 하네요. 물론 내년 2월이면 올해 사교육비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올 겁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요. 이미 IMF 직후에 그런 경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경쟁교육의 성과로 포장하겠지요. 그리고 2010년 지방선거를 맞이할 겁니다. 그러니 올해 2월 말과 내년 2월 말을 기대하십시오.

    (추신) 2008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릴텐데, 그 때까지 생각해보죠. 한국은 상위권 학생일수록 사교육비가 많고 사교육도 많이 받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혹 이상하다고 생각해보신 적 없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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