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부"
        2009년 02월 17일 11: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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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반자본주의신당(NPA) 창당대회 첫날의 늦은 오후, NPA의 당원들이 위원회별로 모여 당명, 규약, 창립원칙 등에 관한 수정안을 가다듬고 있는 동안, NPA의 창당을 축하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온 정당 및 단체 참가자들의 국제연대회의가 따로 열렸다.

    사실은 이른 오후부터 (진보신당 엄기호 당원의 제안에 의해) 한국, 필리핀, 러시아 등에서 온 활동가들이 NPA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진행 중이었는데, NPA에서 위원회별 실무토론에 지친 외국 참가자들을 위해 앞선 자리를 확대해 일정에 없던 회의를 열게 된 것이다.

    오후 5시가 되자, 크지 않은 회의 공간은 세계 30여개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로 가득 찼으며, 그 중 많은 수가 자리를 찾지 못해 벽에 붙어 서서 토론에 참여해야 했다. 회의는 불어로 진행되었지만 불어를 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NPA당원들에 의한 동시통역이 곳곳에서 이루어져 반자본주의 국제연대의 가능성을 실감하게 했다.

    NPA의 프랑수아 사바도가 브라질 벨렘에서 열렸던 세계사회포럼에서 논의되었던 세계 금융, 생태 위기에 관해 설명하면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 사바도(가운데)의 사회로 진행된 NPA 국제연대회의 (사진=박지현 파리통신원)

    스페인 출신의 노동현장운동가이자 좌파 이론가로 널리 알려진 사바도는 프랑스로 온 이후에 NPA의 전신인 혁명적공산주의동맹(LCR)과 함께 노동현장에서 모든 지식과 경험을 바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문제들이 국제적 시스템 속에서 가동됨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금 전 세계 좌파 정당들과 운동단체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슬람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부"

    이스라엘의 가자침공으로 지금까지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반정부시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그리스에서부터 해외 참가자들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참가자는 중동지역에서 계속되는 전쟁은 모든 핑계거리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기업을 위한 더러운 전쟁이며, 자본주의의 심각한 위기의 반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의 가자침공에 대해 설명하면서, 침공 이후 볼리비아와 베네주엘라가 자국의 이스라엘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시켰다고 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스에서 온 참가자는 반정부 학생봉기에 대한 배경설명 및 경과와 함께 반자본주의 좌파당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협회를 결성해 활동 중인 한 이란 출신 참가자는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예로 들며, 이슬람지역의 반제국주의 속에는 반자본주의 뿐 아니라 반동주의도 공존하고 있으므로 ‘반제국주의’라는 단순한 도식은 위험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현재 이란의 정치권력은 이슬람 정부이기 이전에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정부이며, 그러므로 베네주엘라의 차베스 정부가 이란 정부와 손을 잡는 것은 아무리 국제적 원군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옳지 않은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의 핵개발 소식에 눌려 외신에는 전혀 보도 되지 않고 있지만, 근래 이란 노동자들의 저항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금지되었던 노동조합이 재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엄기호 진보신당 당원과 통역 중인 피에르 루쎄 (사진=박지원 파리통신원)

    곧이어 발언한 알제리의 참가자도 알제리 민중들은 프랑스 제국주의로부터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까지도 고통받고 있지만, 단순한 반제국주의 도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프랑스 다국적 기업들은 알제리의 수도, 전기와 같은 공공부문 기간산업에서 막대한 이윤을 거두어들이고 있으며, 민중들은 이러한 자본주의적 착취뿐 아니라 종교적 근본주의로부터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민중들의 봉기는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으나, 알제리 정부는 폭압적으로 이를 짓밟고 있다고 했다.

    한편, 베네수엘라에서 온 참가자는 차베스의 개헌안에는 긍정적인 면만큼이나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반동들의 위협이 실재하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자신은 개헌안이 통과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차베스 개헌안의 긍정성과 부정성

    뒤늦게 도착한 주불 베네수엘라 대사는 현재 차베스 정부의 혁명 프로그램을 공식 지지하고 있는 나라는 쿠바뿐이라며 더 많은 해외 활동가들의 연대와 지지를 요청했다. 남미 국가들의 여러 참가자들은 무엇보다 반자본주의 좌파 정당들 간의 국제연대, 새로운 인터내셔널이 필요함을 호소했으며, 이 회의를 통해 그것의 단초를 마련하자고 했다.

    진보신당의 엄기호 당원은 브라질 세계사회포럼 참가에 관련한 간단한 소견과 함께 현재의 금융위기와 그에 저항하는 사회운동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에 관해 의견을 피력하였다. 생존권, 생태공동체 사회투쟁에 대한 탄압은 전 세계적으로 암살, 불법체포, 고문, 그릇된 기소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삼성과 같은 거대 초국적 기업들과, 그들의 손을 들어주는 정부 및 사법부가 한국에서 자행하고 있는 정치경제적 억압의 사례들을 소개했다.

    각국 참가자들의 발언이 끝난 후, NPA의 프랑수아 사바도는 회의를 정리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으로 나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오늘 논의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회적 운동을 조직화하고, 그러한 틀 속에서 4월 3일 유럽의사당이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경제위기와 환경위기에 대한 대안을 촉구하기 위해 대규모 국제연대 시위를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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