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다 녹색성장
    2009년 02월 17일 1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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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상태가 심각하다. 툭하면 ‘오해’도 모자라 툭하면 ‘잘 몰라서 그런 것’이란다. 녹색성장을 환경운동으로 잘못인식하고 있단다. 우리의 각하는 국민들에게 불만이 너무나도 많으시다. 이번엔 ‘녹색성장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언급하셨다. 묻고 싶다. 도대체 뭐가 오해고 뭘 더 알아야 하나?

전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비롯해서 국가하천인 4대강의 수계를 외우고, 한미FTA 공부를 하고, 줄기세포 만드는 방법까지 공부하고 있는 마당에 뭘 더 그리 알아야 하는지 궁금하다. 살인적인 입시지옥 12년을 공부하고도 모자라 대통령의 정책까지 공부해야 하는 나라라니 정말 피곤해서 국민노릇 못해먹겠다.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면, 뭘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면 알기 쉽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 ‘국민소통위원회’를 탓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수능시험 보듯 각잡고 앉아서 ‘공부’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정책인가? 아 공부를 해도 안되겠다. 타고난 고등학교가 특목고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이해를 못할 수도 있겠다.

2월 16일 녹색성장위원회가 정식 출범했다. 위원장은 김형국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임명되었다. 이 분은 줄기차게 각종 언론을 통해 댐 전도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신 분이다. 건설 예산이 도로 위주로 짜여져 있다며 수자원 확보를 위해 댐 건설을 주창하셨다. 뭘 봐서 녹색성장위원장인지는 잘 모르겠다.

   
  ▲ 제1차 녹색성장위원회 회의 (사진=청와대)

대운하 전도사와 FTA 전도사로 꾸린 녹색성장위원회

<월간조선> 1월호에서는 이정전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정년 퇴임사를 ‘대운하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입맛에 맞게 왜곡하셨다가 항의도 받으셨다. 물론 해명은 없으셨다. 대통령과 이보다 더 잘 맞는 코드 인사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긴 사무처 격인 녹색성장기획단장은 우기종 전 FTA 국내대책본부 전략기획단장이 임명되셨다.

어찌되었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라는 기존 조직은 어떻게 되는지 몰라도 녹색성장위원회가 발족을 했고, 2월 국회에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상정한다고 한다. 무슨 기본법이 이렇게 자세하고 상세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훑어보자.

지난 1월 28일에는 시민사회단체에서 녹색성장기본법을 반대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반대 논리는 명확하다. 대운하법, 원자력법, 공공부문 포기법, 물 민영화법.

무슨 녹색성장 기본법에 4대강 정비사업과 친환경 중소댐 건설이 들어있는지, 회색위험의 상징 원자력은 왜 그리 많이 짓는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물 민영화법이라는 비난 여론에 밀려 제정하지 못했던 물산업지원법의 내용은 왜 들어가 있는 걸까.

녹색산업 투자회사? 녹색 투자펀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서 환경․에너지의 공공부분에 돈을 댄다는 이야기다. 현재 호주의 투기 자본 맥쿼리가 우리나라 민자도로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와 같은 것? 결국 환경․에너지의 공공 영역도 투기자본의 손에 넘겨주자는 것이다. 무슨 놈의 법의 이름과 내용이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것일까.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녹색’을 말하고 있다. 시대의 화두가 ‘환경’인 것은 지극히 반가운 일이나 왜 그의 입에서 나오는 같은 단어는 괴로운 것일까. 또 오해를 하는 것이라면 부디 설명해주길 바란다. 뭘 봐서 원자력이 녹색성장인지를. 물산업의 민영화가, 4대강 정비사업이 왜 녹색성장인지를.

정부가 하는 해명은 가끔 참으로 유치하다. 4대강 정비 홍보 동영상 같은 사기는 범죄감이다. 물고기가 죽어가는 사진은 ‘1986년 시애틀의 두와미시강에 독극물이 유입되는 바람에 떼죽음 당한 연어 2500마리 중 일부를 담은 것’이라는 설명을 붙여 당시에 발표했던 사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사기쳐놓고 오해라고 하면 누가 믿나.

수상스키 타고, 승마 하며 즐기자…?

녹색성장을 위해서 서머타임제를 한다고 한다. “구체적 수치는 없지만 낮시간을 1시간 더 활용하면 일반 근로자들의 여가시간, 자기개발 시간이 더 늘기 때문에 레저산업 등에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신다.

도대체 뉴스는 보시고들 사는지 궁금하다.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 수상레져 활동을 장려하고 승마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 뉴스를 안보고 사시는 것 같은데, ‘일자리 질 따질 때 아니다’라고 하는 걸 보면 현실을 알고 계신 것 같기도 하다. 전 국민을 얼리버드로 만들고 싶으신가 보다.

환경부는 얼마 전 2009년 규제개혁 추진 방안을 내놓았다. 86개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물론 사문화된 규제도 있을 수 있겠으나 환경규제는 완화에 있어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제껏 많은 환경오염사고를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86개 규제 완화 중 대부분은 공장 지을 토지를 늘리고, 환경평가나 규제를 완화해주고, 입지규제를 덜어주고, 녹지를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법안들이다. 우리의 환경영웅 대통령은 누구보다 먼저 녹색성장을 위해 달려가신다. 국정철학에 반하는 환경부는 반성할지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는 녹색성장 속도전 속에서 단어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국민들이 ‘삽딜’이라고 오해하고 있다면 뭐 좀 대화 좀 해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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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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