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천 권력' 바꾸자 공감대 확산 중
        2009년 02월 17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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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수요일의 과천 촛불 집회,
    2월 9일 과천 시민들이 직접 준비한 대보름 축제,
    2월 10일 과천환경운동연합의 ‘생명, 그리고 생태적 삶’ 강좌,
    2월 14일 신생 지역연구소 ‘마실’의 ‘진중권의 세상읽기 – 디지털 시대와 문화’ 강연,
    2월 18일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과천사람들’ 모임의 해직교사 강좌 ‘일제고사가 뭐길래’,
    2월 18일부터 시작되는 ‘과천마을신문’의 기자학교.

    근 2주간 지역의 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행사들이다.

    거기에 과천의 현안인 CCTV 확대 설치, 복합문화관광단지 개발계획 공청회, 지식정보타운 개발계획 공청회 대응 등등 요즘 과천은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약 일주일간의 의회 업무보고 특위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어 여유가 있었던 작년의 2월과는 사뭇 동네의 분위기가 다르다.

       
      ▲필자(사진=황순식 의원 블로그)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사업들이 많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나에게 던진 한 선배의 단순 명쾌한 답안이다. 그 선배는 작년 8월 즈음에 과천 촛불집회에 처음 얼굴을 비치기 시작해 12월 꺼져가는 촛불을 혼자서라도 지키겠다며 매주 수요일 과천 중앙공원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집회 참가자는 보통 너댓 명. 숫자는 많지 않지만 과천에서는 지금까지 촛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요즘은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책임자 처벌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촛불을 들고 있다.

    정권 교체와 촛불은 과천의 진보진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에너지 넘치는 새로운 활동가들이 유입된 것이다.

    과천과 같이 작은 동네에서는 지역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다 뻔히 보일 정도로 많지 않고 상근자도 거의 없으며, 몇몇 사람에게 일이 집중되어 금방 지치기도 한다. 새로운 활동가 한두 명만 결합해도 크게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작년의 과천 촛불은 시작할 때만 한두 번 1백 명이 넘었고, 항상 만나던 사람들만 모여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술자리만 길어져서 ‘이거 술 먹자고 모이는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지역 현안과 사업이 연결되면서 여러 명의 지역 활동가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들은 나같이 약간은 관성적으로 의무감에 의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열정과 변화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수많은 잘못된 정책들로 국민들의 분노가 응축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내서 폭발시켜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사실 나는 좋은 기획자적 능력이 없어서 답답하기만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일단 사람들이 모이면 뭐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요즘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도 썼지만, 사실 대부분 국민들의 관심은 중앙언론에 나오는 이야기들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에 대해 온라인상에 댓글을 다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집회에 나가는 것도 작년의 대규모 촛불로 조금은 편해졌지만 여전히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작지만 쉽게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지역현안을 찾기 위한 노력

    이들이 동네에서 작게라도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주고,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면 그 에너지는 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좀 더 재미있게, 보람있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그게 촛불이든 강연이든 서명이든 놀거리든 무엇이든 말이다. 이건 우리 모두의 숙제다. 의제는 도처에 널려있으며 고맙게도 이명박 정권이 끊임없이 만들어주고 있다.

    과천의 최근 화두는 3월 10일의 일제고사에 대한 반대의 여론을 지역에서 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지난번 일제고사 반대 행동을 통해 해임된 전교조 교사분과 함께 강연 및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고, 학부모들의 학교 앞 1인시위까지 기획되고 있다.

    일제고사 반대 운동을 통해 현 교육제도의 문제들을 알려나간다면 4월 8일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황순식 의원 등 과천 진보신당 당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사진=황순식 의원 블로그) 

    올해 활동은 크게 세 가지가 될 것 같다. 대중 강연 등으로 최대한 많은 시민들을 만나고, 도시의 비전과 대안들을 연구하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전국적-지역적 현안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활동의 성과는 내년 2010 지방선거에서 검증되게 될 것이다. 이미 과천은 시장과 의회의 권력구도를 바꿔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나는 이명박 정부가 당선되는 것을 막지 못한 원죄가 있어. 나중에 딸내미가 커서 그때 아빠는 뭐했어요? 라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잖아”

    수요 과천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위의 선배가 이전에 했던 말이다. 시대가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 에너지를 지역에서 모아내지 못하고 중앙의 정치구도에만 목매고 있다면, 내년 지방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진보정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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