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여, 중소사업장에도 관심 좀…”
        2009년 02월 16일 11: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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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생가로부터 5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공장이 있다. 그곳의 노동자들이 2004년 금속노조에 가입할 당시 북파공작원 등이 포함된 용역조직이 폭력적으로 노조를 파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다. 그곳이 당시 (주)대경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했던 (주)DKC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대경’을 치면 당시의 탄압과 투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검색된다. 이에 회사쪽은 회사명을 ‘DKC’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공장이름만 바꿨을 뿐 탄압도 투쟁도 그대로다. 인터넷에 검색되는 ’그때 그 사건‘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북파공작원 동원 그때 그 사건

    DKC자본은 2008년 3월 말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이를 이유로 산별중앙교섭과 포항지부의 집단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단체협약 134개 조항 중 117개의 개악안을 DKC지회에 제시하고 사업장 보충교섭에만 응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DKC지회는 회사의 교섭해태를 부당노동행위로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에 고소했다. 하지만 노동부와 검찰은 “단체협약 위반일 수는 있으나, 회사가 사업장 보충교섭에는 응하겠다고 하니 교섭해태로 인한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다”며 회사쪽에게 면죄부를 줬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수년간 험난한 투쟁으로 사용자들로 하여금 사용자단체(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구성을 강제해왔다.

    그러나 노동부와 검찰은 사용자들에게 사용자단체의 ‘자유로운 가입과 탈퇴’ 권리를 단칼에 부여한 것이다. 사용자의 교섭 참여를 사용자들의 ‘선택’의 문제로 되돌려 버린 것이며 산별중앙교섭을 빠져나가려는 자본들에게 좋은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단협해지에 1백일 넘는 직장폐쇄

    이어서 DKC자본은 2008년 6월 19일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해왔다. 또한 중앙교섭, 지부교섭참가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2008년 7월 금속노조 총파업을 불법으로 몰아 지회집행부를 형사고소,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로 압박했다.

    작년 7월 2일부터 시작된 지회의 부분파업은 10월 31일까지 총 3개월간 9차례에 이르지만, 24시간 4조 3교대로 가동되는 사업장임 감안할 때 실제 파업시간은 70여시간 즉 3일치에 그친다. 그럼에도 11월 1일 오전 7시 회사는 정상출근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휴대폰 문자를 통해 직장폐쇄를 전격적으로 통보하였다.

    지회가 조합원 현장복귀와 성실한 근로제공을 약속했지만, 회사로부터 ‘근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2007년 12월에는 ‘근로희망원’을 두 차례나 회사측에 제출했지만, 회사는 수취를 거부했다. 그렇게 직장폐쇄는 현재까지 100일이 넘어서고 있다.

    취업규칙 일방변경에 손배가압류까지

    부당한 직장폐쇄를 지속하기 위해 회사측은 사설경비원도 아닌 공권력을 수차례 동원했다. 수시로 포항북부경찰서 전의경 수백명을 동원하고, 때로는 사복 형사기동대까지 출동시켰다. 또 DKC 사장이 직접 용역깡패를 대동하고 조합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기도 했다.

    반면, 회사는 일부 조합원들을 회유하여 선별적으로 현장에 출근시키고 회사 내 지하 탈의실에 장기간 숙식하게 했다. 또한 공장동으로 들어가는 모든 출입구와 창문을 자물쇠, 나사못, 쇠창살 등으로 봉쇄한 채 강제노동을 시켰다.

    급기야 공장안에 수십 개의 카메라를 설치하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인권유린을 자행하다가 최근 전원을 중국공장으로 빼돌리기도 했다. 지역 관계기관과 여론으로부터 직장폐쇄 지속에 대한 문제제기가 쏟아지자 DKC자본은 새로운 카드를 빼들었다. 회사는 전국 각 사무소 직원까지 포함하여 조합원의 수가 전체 직원의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악용했다.

    2009년 2월 9일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온 것이다. 때문에 직장폐쇄가 철회된다고 하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에 의해 임금 및 근로조건, 인사 및 징계와 관련하여 회사측의 일방적 잣대가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조합원 상당수에게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를 걸어놓은 상태여서 이를 활용한 노동탄압이 지속될 것이다.

    전국에 한둘이 아닐텐데…

    2004년 ‘그때사건’을 경험한 DKC지회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다. 그 때 북파공작원이 다수 포함된 대규모 용역조직과 싸워서 이긴 것도 금속노조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도 조합원들은 중앙교섭과 지부교섭에 DKC자본을 다시 끌어 들일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과 달리 노조 간부들은 조합원들 앞에 얼굴 들기가 쉽지 않다. DKC자본이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중앙교섭에 불참할 때, 지역과 현장은 이것이 단순한 개별자본의 발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른 사용자들에게도 연쇄반응을 불러일으켜 금속산별노조의 장기적 교섭전략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 중요한 일이었다.

    따라서 그동안 포항지부와 DKC지회는 금속노조 중앙차원에서 적극 대응해 줄 것을 자주 요구했었다. 단체협약 일방해지가 새로운 노동탄압의 도구로 사용될 우려가 있으니, 금속노조가 전국의 해당 사업장들의 묶어 하나의 투쟁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중앙의 답변은 메아리로 되돌아 왔다. 2007년 총파업은 금속노조 중앙의 지침을 마땅히 수행한 것이었지만, 그 후폭풍은 모두 현장의 지도부에게 전담되었다.

    금속노조가 투쟁으로 이룬 성과를 지키기 위해 4개월째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책임있는 투쟁방향 제시가 절실하다.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압류 압박으로 막막한 조합원들에게 어떤 지원방안이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15만 금속노조 통합 이후 대부분 사업과 투쟁의 무게중심이 대공장으로 쏠려 있는 틈에서, 중소규모 사업장 자본이 공세적 탄압이 생각보다 치밀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를 위해 투쟁하는 금속노조’의 첫출발은 여기서 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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