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의 투쟁에서 이기기 위해
        2009년 02월 15일 12: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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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국민, 고향, 죽음, 희망, 예술… 도대체 이런 것들이 우리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제일 조선인 2세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를 ‘떠다니며’ 끊임없이 던져온 서경식의 질문들. 그가 2006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2년 동안 도쿄경제대학에서 연구휴가를 받고 한국에 머물면서 국민, 국가, 고향, 죽음, 희망, 예술을 주제로 한국의 시민운동가와 학생,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속 강연과 세미나 내용을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철수와 영희. 14,000원)로 엮었다.

    “세계 곳곳에서 이런 기억의 투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그 기억의 투쟁에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이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 저의 관심사였습니다.

    미술도 예술도 근대 국민국가로 들어서면서, 또 전쟁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 기억의 투쟁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 예술가들이 많이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타자의 고통이라든가 기억의 투쟁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또 한 번 깊이 생각하셔서 지금껏 있어온 표현 수단이라든가, 상투화된 문장을 넘어서 어떻게 해서든 이 싸움에서 이 투쟁에서 이겨내야만 한다는 지혜로운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서경식)

    흑백론의 위험성

    2년 간의 한국생활 속에서 진보적인 한국 사람들마저도 고향과 가족, 국가, 민족, 성, 죽음, 아름다움, 희망 같은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기존의 사회통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인 것은 의외였다는 저자.

    그는 인간과 사회의 복잡함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흑백론으로 재빨리 단정짓고마는 것처럼 안이하고 위험한 태도는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전제를 다시 한 번 의심하고, 보다 근원적인 곳까지 내려가서 다시 생각해보고 간단한 답을 얻을 수 없는 상태를 참아내며 끊임없이 물어야만 자신을 기존관념의 지배에서 해방시켜 정신적 독립을 얻어낼 수 있는 참된 지적태도라고 말한다.

    “문민화가 돼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세 대통령을 거쳐 이명박 시대에 이르렀는데, 지금이 바로 한국판 ‘시라케 시대’가 왔다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70년대의 민주화, 노동해방 이런 꿈들, 민족 통일이라는 큰 서사에 그래도 한국의 상당한 다수자들이 가치를 공유하고 우파, 보수파와 맞서 싸워왔는데 지금은 그런 대립점이 좀 애매해졌고 모두가 ‘생활 보수파’가 됐다고 할까?, 그런 시대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본문)

    시라케는 ‘퇴색하다’는 뜻의 일본어로 ‘시라케 세대’는 정치에 냉소적이고 7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의 일본인을 일컫는 말이다.   

    ‘재일 조선인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얘기 수준에서 ‘그렇다면 국민이라는 것은 뭐냐?’, ‘국가는?’ 등의 서경식의 질문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 * *

    서경식은 1951년 일본 도쿄에서 재일 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1974년 와세다 대학 문학부 프랑스 문학과를 졸업한 뒤, 지금은 도쿄게이자이 대학 현대 법학부 교수로 있다.

    <난민과 국민 사이>, <디아스포라 기행>, <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 <나의 서양미술 순례>, <청춘의 사신>,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시대를 건너는 법> 등을 썼다.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마르코폴로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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