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설계 진보정당 사람들에게 필요"
        2009년 02월 14일 12: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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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진보정당 당원이 있다. 그는 부동산 투기바람을 보며 혀를 찼고 사교육 급증 기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주식시장에서 ‘죽치고 앉아있는’사람들을 보며 저렇게 살면 안되지 싶었다. “무릇 돈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을…”

    재무설계, 진보정당 사람들에게 필요

       
      ▲김용우 강남서초당원협의회 위원장(사진=정상근 기자) 

    그는 그들처럼 욕심 많지 않았다. 그냥 먹고살만한 벌이에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집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두 발 뻗고 살 수 있을만한 집을 찾아 집 밖을 나섰고 돌아오는 길에 로또 한 장을 들고 왔다.

    ‘좌파’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진보정당 사람들의 숙명 또는 선택이지만, 그들도 결국 대한민국에서 살아가야 하며 고단함을 넘어 잔인한 현실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한다. 이러한 구조가 바뀌길 꿈꾸지만 그때까지 손가락만 빨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진보정당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재무설계’일지도 모른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현명한 소비생활 유도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서울시당 강남서초구 당원협의회 김용우 위원장이 바로 이 분야의 전문가다.

    김 위원장을 잠깐 소개하면 ‘돌아온 386’이다. 80년대 노동자 파업을 지원하는 문화대에서 활동했던 그는 취업 후 대학시절 그를 가득 채웠던 진보적 가치를 생활이라는 현실 속에 숨겨버렸다. 한 때 그가 울산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노동자 파업을 막기 위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한때 노동자 파업 막는 일도

    “좀 부끄러웠다. 먹고사는 직업이라서 하긴 했는데 나름대로 가진 본성이 있었지 않나? 마침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것을 알았고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노조탄압이 심했던 회사에서 민주노동당에 가입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결국 그는 당 활동 대신 민주노동당 후원당원이 되었다. 이후 그는 회사를 퇴직하고 본격적인 당 활동을 하고자 했는데 전산오류 탓인지 후원당원 기록이 없었다. 아쉬워하려는 찰나에 마침 진보신당이 창당되었고, 그는 진보신당에 가입한 후 진보신당을 “자신의 첫 정당”으로 삼았다.

    “작년 2월 당시 심상정 비대위 활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민주노동당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심상정, 노회찬이었는데 그들이 탈당하고 진보신당을 세운 것을 보았다. 마침 친구가 당원이라 진보신당에 가입하게 되었다. 지금은 좀 자유로운 직업이라 당 활동을 할 수가 있었다. 부산에서 ‘드리데’라는 노래패에 참가했고, 서울에 온 지금도 ‘드리데’는 하고 있다”

       
      ▲부산시당 노래패 ‘드리데’ 공연장면(사진=’드리데’ 까페)

    그리고 이 ‘늦깎이 초보당원’은 지난 12월부터 강남서초 당원협의회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남서초는 제2창당 때까지 두 달에 한 번씩 집행부를 바꾸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집행부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늦깎이 초보당원

    “강남이란 곳이 부자들 동네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부딪히고 돌아다니는 사람 중에 부자는 많지 않다. 오히려 비정규직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 이곳 테헤란로라고 한다. 그밖에도 강남에서 할 일이 많다. 부동산이나 사교육 문제는 타 지역보다 강남에서 이슈화 시켜내고 먼저 터트릴 수 있는 사업 아닌가?”

    물론 테헤란로에 비정규직고, 강남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아도, 지역 현안문제에 부딪히면서 당협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당원들이 다른 곳에 비해 조금 자유스럽다. 전국에서 당원수가 가장 많은 당원협의회지만 다들 직장생활도 그렇고, 전문직 비율도 높은 편이라 자기 일이 바쁘다. 그래서 위원장으로서 활동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막상 일할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지금까지 그의 사연을 들었으니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재무설계’를 물을 차례다. ‘재무설계’라면 원래 돈 깨나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자산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재무설계’를 한단 말인가?

    “재무상담은 가정경제를 컨설팅 한다고 보면 된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진단하고 처방하는, 병원으로 치자면 종합검진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나 선배같은 비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는데, 이는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자신의 목표를 가장 원만하게 이룰 수 있는 조언을 해 주는 것이 재무설계다”

    재무설계가 필요한 사회

    ‘종합검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재무설계도 그렇다. 그는 오히려 빚에 쪼들리고 가정경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재무설계를 권했다. 어려운 사람에게 재무설계가 더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 사회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스웨덴이나 핀란드처럼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으면 재무설계가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기가 자기를 책임져야 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러 위험이 있다. 지금 1가구당 평균 4,400여만원을 빚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빚으로 허덕이고 이는 악순환이 된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계속 못사는 사람 더 못살게 한다. 국가에서는 감세한다고 하지만 다 부자들 위주의 대응이다. 특히 교육이 사교육 위주의 돈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되다보니 가난은 대물림 된다. 그런데 이 악순환의 반복 와중에 현재 나의 재정 건강성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재정상태와 관련해 어떤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인지 상담을 받아야 한다”

       
      ▲강남서초 송년회.(사진=진보신당 강남서초 당협 까페)

    재무설계의 핵심은 ‘소비’에 있다. 재무설계는 일확천금을 얻기 위한 매뉴얼이 아니다.

    “축구에서 공격에만 신경 쓰는 팀은 지게 되어있다. 오히려 이탈리아처럼 수비하는 팀은 잘 지지 않는다. 공격은 소득이고 수비는 소비다.

    우리는 소득을 늘려줄 수는 없다. 지금 조건에서 ‘어떻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담하며 주지시킨다. 우리는 개개인이 처한 상황을 바탕으로 가정경제의 방향을 순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조언한다”

    소득은 공격, 소비는 수비

    결국 재무설계는 현실적으로 가정경제가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소비를 상담해주는 일이다. 그에게 재무설계의 일환으로 주식투자에 대해 물었다. 한때 “좌파가 주식하냐?”며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어려운 질문이다. 거침없었던 그의 대답에 약간 침묵이 있었다.

    “내 업무 영역상 주식을 권유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자산을 분산 배치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로 주식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투기-한탕주의는 배척해야 한다. 그러나 물가 GDP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주식 자체는 자산에 따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에게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조만간 기부하게 될 재산은 어디다 써야 하는지 물었다. ‘MB기금’의 효과적인 운용방안은?

    “분산 투자고 뭐고 전액 보육시설을 짓는데 써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경제활동인구도 줄고, 이들이 소비도 제대로 못하고, 다 연동된다. 모든 재산을 ‘몰수’해 그 돈으로 보육시설 많이 짓고 보육업종 종사자도 늘려야 한다”

    한편 그가 소속되어 있는 재무설계 회사는 △신용등급이 6~10등급에 해당되고 △부채가 있고 △월 평균 급여가 370만5천원 이하인 사람에게는 무료 재무상담을 한다. 이는 보건복지부 정책의 일환이며 재무설계비는 보건복지부가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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