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독재 보도지침 같다"
    By mywank
        2009년 02월 13일 03: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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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참사’를 규탄하는 촛불을 끄기 위해, ‘군포연쇄 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청와대가 공문을 통해 내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를 느꼈습니다. 저희 철거민들과 촛불 시민들은 반정부세력도 아니고, ‘알카에다’ 같은 테러집단도 아닙니다.

    저희들은 거대한 건설 자본과 용역 깡패들을 피해 망루 위로 올라갔던 것입니다. 청와대가 얼마나 불안했으면, 이런 짓까지 했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 검찰, 경찰 모두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은폐된 진실을 세상에 꼭 밝혀주세요”

    김유정 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용산 참사 물타기’ 공문에 대해, “청와대가 13일 ‘국민소통비서관실의 한 행정관이 보낸 것’이라며 사실을 시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 이상림 씨의 며느리 정영신 씨(구속된 이충연 씨의 부인)는 울분을 참지 못했다.

       
      ▲13일 열린 ‘용산 살인진압 배후, 여론조작 청와대 규탄’ 회견에 참석한 고 이상림 씨의 며느리 정영신 씨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는 13일 오후 1시 반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여론 호도’ 시도에 대해 “80년대 군사독재정권의 보도지침을 다시 보는 것 같다”며 맹비난했다. 이날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는 듯, 경찰들은 참석자들을 둘러싸며 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검찰은 왜곡수사로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면책특권을 이용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용산 살인진압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용산 살인진압을 무마하기 위해 군포연쇄 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용산 참사’에 깊숙이 개입"

    범대위는 이어 “이는 80년대 군사독재정권에서나 보던 ‘보도지침’을 다시 보는 것 같고, 이번 일은 용산 살인진압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라며 “대검찰청 공안부가 이번 참사에 대한 실절적인 수사를 진행한 것만 봐도, 청와대가 이 사건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범대위는 또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여론조작, 사건조작을 통해 용산 살인진압의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하기 위한 작태를 중단하라”며 “유족 앞에 나와 진정으로 사죄하고, 국정조사, 특검 등이 실시되어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규명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는 회견을 열고, ‘용산 참사 물타기’ 공문을 보낸 사실을 시인한 청와대를 규탄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예수살기’의 최헌국 목사는 “요즘 달력이 1980년대로 거꾸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야 하는 시기에, 이명박 정부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보도지침’을 보는 것 같은 작태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달력이 1980년대로 되돌아 가"

    최 목사는 이어 “그동안 한 개인이 저지른 살인사건에 대해, 인권을 무시하면서까지 경찰에서 이슈화를 시키려고 했는지 의심스러웠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겠다”며 “이명박 정부도 자신들이 ‘용산 참사’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론을 조작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서울연맹 의장은 “양심도 없고 짐승만도 못한 정권을 역사는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역대 독재정권은 의도적으로 민의를 조작해 민중들을 탄압하려고 했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범대위는 14일 오후 4시 용산역 광장에서 ‘용산 살인진압 규탄 및 열사추모 4차 범국민추모대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지난 11일부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진행한 시국철야농성은 이날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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