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자유선진당 또는 도로민주당?
    생존위협, 진보신당 살 수 있는 길
        2009년 02월 12일 09: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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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진보신당에게 닥쳐올 운명의 파고 : 우리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진보신당이 2012년 전후에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신생 정당으로서, 그리고 생존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은 정당으로서는 두 번째의 전국 총선(특히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지요)은 정당으로서의 유통기한을 판명하는 정치적 기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유통기한을 다해서 남아 있는 한국사회의 실질적 제도 정당은 없지요. 2012년을 전후로 오게 될 정계개편의 소용돌이는 진보신당의 능력(당선자 수, 지지율, 한국사회 비전)에 따라서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정치환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2012년은 우리에게 유통기한 판명 시한이라는 것입니다.

    2012년 이후 진보신당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제가 바라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진보신당의 노선과 사람들이 주류를 확보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진보신당이 주도적으로 건설해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민주노동당과의 물리적 합당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하겠지요. 진보신당의 창당 목표에 맞는 내용과 방식, 지향을 가지고 민주노동당뿐 아니라, 노동, 시민 영역 등을 아울러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넘어서고자 하는 한국사회 확고한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물론 이 정도의 세력 재편은 현재의 당 상황을 볼 때, 열심히 잘 해 낸다 해도 2014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진보신당의 운명 : 진보판 자유선진당, 혹은 ‘사회당Ⅱ’를 경유한 ‘도로 민주노동당’?

    제가 보기에 현재 진보신당의 운명과 관련하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진보판 미니 자유선진당(정체성 부재, 정치력 확보)’을 경유한 ‘도로 민주노동당’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인물 경쟁력(노회찬, 심상정, 조승수)으로 일부 당선자를 내어 일정한 정치력은 가지나, ‘진보신당이 진보신당인 이유’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의 귀결은 장기적으로 ‘도로 민주노동당’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대당 통합인가 혹은 흡수 통합인가는 당시의 정치력의 확보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겠지요.

    얼마 전 있었던 노회찬 대표의 1심 공판 결과나 최근의 울산 상황을 보았을 때는 더 암울한 상황 즉, ‘사회당Ⅱ’가 될 가능성도 높아진 것 같습니다(사회당이 정체성이 없다기보다는 일반 국민들에게 유의미하게 인지된 정체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사회당Ⅱ’라고 써봤습니다).

    ‘사회당Ⅱ’는 일부 사람들은 ‘도로 민주노동당’으로 흡수 통합되고, 일부는 남는 ‘좌파 정치낭인들의 집합소’를 말하는 것이지요. 진보신당은 한국 정치사에 아무런 파장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암울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위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성장순환이 멈춰버린 진보신당 : 2010년 선거는 진보신당 운명결정전의 시작

    그렇다면 진보신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변수는 무엇일까요? 이를 ‘정체성(정치노선, 이미지, 정책)’과 ‘정치력(지지율, 당선자 수, 당원 수)’ 두 가지로 단순화시키고, 전자를 정성요인, 후자를 정량요인이라고 해보죠.

    두 요인은 서로 순환적 관계가 있습니다. 선순환으로서는 정치력이 내용적 비전을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고, 또 내용적 비전이 더 강한 정치력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자유선진당은 정량요소는 강하지만, 정성요인(비전)이 없지요. 최근에 강소국가론으로 이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해보려는 노력이 보이기는 합니다. 창조한국당은 정량요인은 사실상 의미 없게 되었으며, 정성요인은 일부 형성했으나 쇠퇴 단계입니다).

    반대의 악순환 관계도 가능합니다. 신생정당으로서 우리는 정량 요인과 정성 요인이 선순환을 그리면서 당의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거라는 기회를 활용하고, 비전 만들기에 투자해야 합니다.

    정치력과 정체성이 선순환을 통해서 당이 성장해야 하는데, 지금 진보신당은 신생 (진보) 정당 성장의 선순환 동력이 멈춰버린 상황입니다. 지난 4.9총선 이후 ‘지못미 현상’, ‘촛불’ 과정에서 최소한의 선순환 동력을 일부 갖게 되어서 당원 1만 명 이상의 당으로 성장하게 되었지만, 이를 새로운 당의 힘으로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제 2창당에서 기대했던 일정한 기대도 이제는 없는 상황입니다. 제도권 정당으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데도 지금은 버거운 상황이지요.

    2010년은 다시금 진보신당의 성장 선순환을 돌릴 수 있는지, 아니면 침체의 악순환의 방향으로 톱니바퀴가 역회전 하는가가 결정되는 선거입니다. 어떤 변수의 초기값의 작은 차이가 나중에는 매우 큰 차이를 가져 오듯이, 2010년을 어떻게 치르냐가 2012년 총대선을 상당 부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2010년 지방선거를 ‘진보신당 운명 결정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포지셔닝이 없는 진보신당 : 국민들의 정치세력 인지지도에 진보신당이 없다

    저는 이번 글에서 진보신당의 ‘정체성’이라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진보판 미니 자유선진당’이 아니기 위해서라도 ‘진보신당이 진보신당인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동시에 저는 당의 정체성과 관련 논쟁이 우리들만의 이념 논쟁이 되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즉, 정당의 정체성은 국민들이 특정 정당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인지하는 ‘정치노선’입니다. 국민들이 정당을 비교해서 바라보는 수평선의 어디엔가 진보신당의 위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이른바 정당으로서의 정치적 포지셔닝(Positioning)이 없다는 것이지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자유선진당도 이게 어느 정도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들 정당은 지역기반이라는 쌈짓돈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포지셔닝이 강하지 않은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 지난 해 3월 열린 진보신당 창당대회 (사진=http://blog.naver.com/haejukdl)

    민주노동당은 조직기반이 있으면서 동시에 정치적 포지셔닝이 있습니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상관없이 ’운동권 정당, 민주노총 정당, 데모 정당, 친북 정당, 노동자 정당’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이 정도의 정당 이미지로 확보하는 최소 지지율이 5% 정도는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아무런 정치적 포지셔닝이 없는 상황입니다. 아무런 조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진보신당의 정치적 포지셔닝 부재는 국민들에게 진보신당이 인식조차 안 된다는 것이고, 생존근거 자체가 해석되지 않는 상황인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진보신당의 정치적 포지셔닝을 통해서 국민들의 정치세력 인지 지도(cognitive-map)에 우리가 자리 잡게 하는 것입니다.

    이 정치적 포지셔닝의 핵심을 정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민들이 ①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② 정치노선 지도에서 그 위치가 명확하며, ③ 타 정당과의 중복인지 가능성이 적어야 하며, ④ 긍정적 이미지와 일정한 지지가 확보되어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⑤ 정당 내부의 동의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럼 이게 무엇일까요?

    지금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때 : ‘사민주의’로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제안한다

    저는 이 대목에서 진보신당의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사민주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위의 기준에 따른다면 사민주의는 국민들이 쉽게 이해 가능합니다. 최소한 서유럽 혹은 북유럽 사례가 있기 때문에 쉽게 인지 가능합니다.

    그리고 사민주의 자체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정치 노선 인지 지도에서 그 위치가 명확합니다. 다음으로 타 정당과의 중복인지 가능성이 일부 있으나, 아직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정당은 아직 없기 때문에 선점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민주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일정한 지지는 이미 국민들 내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것은 진보신당 내부에서의 동의 가능성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전략적’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전략적’이라는 것은 당내의 여러 세력과 사람들이 모두 사민주의가 우리 당의 정체성이라고 동의하지는 않는 상황이지만, 당의 초기 성장을 위한 정치적 포지셔닝의 단계로서 ‘사민주의 표방’을 합의하자는 것입니다.

    저 또한 사민주의의 한계를 경계한다는 의미에서, 인류 역사의 끊임없는 지향으로서의 사회주의를 저의 신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 사민주의의 바탕이념 중의 하나인 ‘생산력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생태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 자신의 신념체계와 국민들의 정치 인지 지도에 자리를 잡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내적 정체성은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되 국민들의 인지 지도의 우리의 포지션으로서의 ‘사민주의’를 ‘전략적’으로 확보해 나가자는 제안을 드립니다(물론 이는 당명 개정까지 염두해야 하겠지요).

    우리 진보신당이 성장하여 어느 정도 단계가 되면, 우리의 포지션을 ‘사회주의’ 혹은 무엇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정당운동의 목표가 ‘사회주의 정당’을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사회주의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에 있다면, ‘사민주의 표방’을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지금은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국민들의 입장에서 우리를 보아야 할 때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논쟁을 전개해야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명확하게 인지되어야 합니다.

    정책의 큰 그림 : ‘사회(연대)국가’에서부터 시작하자. ‘사회연대’에 대한 정치적 실천 필요

    정치적 포지셔닝 다음 필요한 것이, 이를 풍부화시켜주는 정책의 큰 그림입니다. 저는 이 정책의 큰 그림을 ‘사회(연대)국가’에서부터 찾아보자라는 제안을 드립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시절 진보정치연구소에서 발간한 『사회국가 : 한국사회 재설계도』라는 책을 봤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책은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 진보운동이 가져왔던 국가이념, 정치이념을 구체적인 정책과 함께 체계적으로 제시한 매우 의미 있는 책이라고 봅니다.

    물론 각론 부분에서는 일부 미진한 점과 이견이 있을 수 있어도 큰 그림으로서의 ‘사회(연대)국가’의 내용은 진보신당이 현재 표방하고 있는 “평등, 평화, 생태, 연대”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정책의 큰 그림이라고 판단합니다.

    실질적으로 이 ‘사회(연대)국가’론의 내용적 유산을 진보신당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민주의라는 정치적 포지션을 구체화하기에도 좋은 내용입니다. 따라서 ‘사회(연대)국가’론부터 시작해서 우리 지향의 내용을 채워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저는 ‘사회(연대)국가론’ 중 ‘사회연대 전략’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사회연대 전략’은 작년 총선시기에 당의 주요한 정책 전략으로 제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유의미한 정치적 실천이나 내용적 발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경제 위기에서 이 위기를 타파하고, 노동 정치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진보’의 전략으로서 ‘사회연대 전략’에 대한 정치적 실천을 지속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을 통한 노동 정치 운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며, 국민들에게 진보신당의 ‘사민주의’로의 정치노선의 인지에 실질적 내용을 각인시켜 줄 수 있는 것이며, 동시에 민주노동당과의 차별성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민생정치의 도도한 기풍’을 되살려야. ‘진보신당표 민생정치’ 실적 있어야

    모두들 알다시피 지난 민주노동당과의 분당시기 논란의 핵심은 ‘종북주의 논란’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종북주의 논란도 민생과 상관없는 운동권만의 논쟁일 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런 논란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는 종북이 문제가 아니라 민생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른바 386세력들이 정권의 핵심에 들어가면서 여전히 80년대 이념논쟁의 연장선에서 국가를 경영하고자 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봅니다. 우리도 이러한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를 벗어나지 않으면 386 세대의 실패를 진보신당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핵심은 민생입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지금의 상황은 “민생을 챙겨주는 정당이 필요하지, 그 정당이 종북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떻냐?” 이런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저 같은 지역 정치인이 늘 만나는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 필자

    저는 진보신당이 민생정치의 도도한 기풍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자제한법, 상가임대차보호법, 학교급식조례 제정운동, 카드수수료 인하운동 등의 도도한 민생정치의 기풍과 경험을 만들어 낸 사람들과 그 유산이 대부분 진보신당에 있습니다.

    물론 최근의 진보신당의 활동에서는 이러한 기풍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민생정치의 도도한 경험과 기풍을 복원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말을 잘해야 합니다. 그러나 말만 잘한다고 해서 국민들은 우리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2010년 선거 이전에 ‘진보신당표 민생정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게 없이 2010년 선거 인물과 말발로만 하려 하면 국민들은 우리를 찍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진보신당의 정체성 제안 : 사민주의, 사회(연대)국가, 사회연대전략, 민생실천

    결론하면 ‘사민주의’라는 정치적 포지션과 ‘사회(연대)국가’라는 비전 ‘사회연대전략’이라는 운동진영의 새로운 재구축 전략, 그리고 ‘민생실천’이라는 진정성 있는 활동이 모두 함께 갖추어질 때 우리는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왜 진보신당인지에 대한 대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분들의 고견을 기다리겠습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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