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주의는 개량되지 않는다"
        2009년 02월 11일 08: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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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박한 우파의 땅 한국 언론조차 관심을 가지고 보도 중인 반자본주의신당 창당대회는 NPA 당원뿐 아니라 프랑스 국내외의 진보 인사들, 세계 각국의 취재기자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레디앙>의 박지연 파리 통신원도 대회 전 기간동안 현장 취재를 했다. 

    프랑스 사회 곳곳의 소식을 전하며 독자들에게 익숙해진 박지연 통신원이 이번에도 NPA 창당대회의 생생한 뉴스를 전한다. 올리비에 브장스노와의 단독 인터뷰, 국제 좌파 정당 모임 등 관련 기사를 다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한 개인이 스타가 되는 것은 좌파적 방식이 아니라 우파적 방식"이라며 기자에게 던진 올리비에 브장스노 말의 뜻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좌우를 불문하고 리더십은 정치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분명한 만큼 <레디앙>은 그와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올리비에 브장스노.(사진=박지연 통신원) 

    2002년 대선 후보였던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당시 ‘좌파 스타’ 로 급부상했다. 현재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는 34세의 브장스노는 2007년 대선에서도 4.08%대의 지지율로 공산당 후보를 제치며 주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또 지난해 여론조사에서는 2012년 대선에서 사르코지에 맞설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면서 프랑스에서 ‘브장스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의 한 정치학자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장스노가 이끄는 NPA의 창당으로 정치 영역이 요동을 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는 18%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전투적 좌파’ 정치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브장스노 신드롬과 우파의 위기감

    이에 위기감을 느낀 우파들은 브장스노가 부유한 아내와 함께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가짜 프롤레타리아’라는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으며, 그가 전기총 소지를 반대하자, 지난 해 10월 한 전기총 제조회사 사장이 사설탐정과 전·현직 경찰관들을 고용해 브장스노 가족의 사생활을 감시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기도 했다.

    반자본주의 신당 대변인이 된 올리비에 브장스노와 8일 저녁 창당대회가 다 마무리되어져 가는 시점에 만났다. 한달 월급 1100유로, 직장 축구부의 자칭 주전 선수, 마치 우리의 평범한 이웃을 보는 듯한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또한 젊은 혁명가의 모습을 읽기도 한다.

    <레디앙>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에 대해 동의하기가 어렵다든지, 한국적 맥락에서 볼 때 비현실적이라든지 하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같은 철학과 입장을 가진 정치인이 사회당까지 우경화됐다고 비판받는 오늘의 프랑스를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 * *

    다수가 다수를 위해 존재하는 사회

    – 어제 당령 투표에서 사회주의, 생태사회주의, 21세기 사회주의 등 많은 단어들이 오고 갔다. 당신이 원하고 준비하는 사회는 어떠한 것인가?

    = 그 단어들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내가 원하는 사회주의의 핵심은 아주 간단하다. 사회에는 자본주의적 모델이 있고, 동구권에서는 관료주의적 사회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어쨌건 이러한 두 사회의 경우 모두 소수 개인들을 위해 다수가 존재하게 된다.

    아직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회가 있는데, 그것은 다수가 다수 그 스스로를 위하여 존재하는 사회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세 번째 모델이라고 종종 부른다. 새로운 사회와 경제를 위하여 부자들의 것들을 국유화하고 통제하면서 새로 출발하는 것이다. 지금 자본주의 가장 큰 문제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소수의 부를 위하여 노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 당신은 통제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어제(7일) 다니엘 뱅사이드교수와 대담했는데, 당신과 그가 함께 쓴 책 『정당을 건설하자』에서 그러한 경제적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단락을 봤다. 경제적 통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사회적인 모든 부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자본가들에게 집중되어 있던 것을 다시 우리의 것으로 삼고, 그것을 다시 재분배한다. 하지만 이것이 관료적 사회주의와 다른 점은 지역에서 직장 차원의 단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기존의 통제 계획이 중앙권력에서 집행되는 것이라면 이것은 아래에서 진행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통제를 위한 정치적 제도 또한 변화해야 한다. 다만, 그 책에도 잘 나와 있듯이 어떠한 경우에도 전제주의에 관한 경계는 끊임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생각들은 실현 가능하다. 다만, 현재 존재하고 있는 제도 내에서 불가능한 것일 뿐이다.

    혁명주의자들은 소수로 남기를 선고받지 않았다

    – 이러한 사회적 모델에는 혁명적 방법은 불가피한 것 같다. 하지만 반자본주의신당에서 혁명적 기운이 제거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은 아니다. 어떻게 이러한 세 번째 사회 모델에 도달할 것인가?

    = 나는 항상 혁명주의자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남을 것이다. 혁명이란 민중들이 민주적인 조직 안에서 민중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폭력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사회의 다수가 되어 폭력 없는 사회를 건설할 것이다. 혁명주의자들은 소수로 남아 있기를 선고받지 않았다.

    정치적 투쟁과 사회적 전투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효과와 유용성에 대하여도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 속에 한 단위에서 다수파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좀 더 서민적인 동네에서 우리의 요구들을 주장하는 것이다. 월급 인상, 해고 금지, 빈집 점거,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여하게 만드는 것 등…

       
      ▲올리비에 브장스노와 그가 쓴 책들.(사진=박지연 파리통신원) 

    – 개혁과 혁명에 관한 답으로 들었다. 그럼 NPA의 목표는 ‘투쟁 정당’이라는 개념인가? 이것은 선거주의와 어떻게 다른 것인가?

    = 우리가 의회선거에 적극 참여하고는 있지만, 구성이 잘된 좋은 의회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비록 현존 제도권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적겠지만, 사회의 변화는 정치적 장에서 대중의 봉기가 일어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당신의 동료 피에르 루쎄씨로부터 NPA는 반자본주의이지 반자유경제주의 당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NPA라는 이름의 진정성을 조금 이해했다. 어떻게 당명은 결정되었는가?

    = 자본주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위기에 따른 고통의 분담하는데 자본가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민중들에게 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분노할 일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이 가장 착취당하는 민중의 수가 많은 시기다. 반자본주의 시간이 온 것이다.

    역사상 민중이 가장 착취 당하는 시기

    반자본주의이라는 단어는 중앙당에서, 정치국에서 만들어진 이름이 아니다. 한 당원이 호소문을 작성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이고, 이것이 지역위원회에서 사용이 거듭되어지면서 지금의 당명이 되었다. 물론 혁명이라는 단어가 삭제된 것에 대해서 많은 동지들의 반발들이 있었다. 우리의 사상을 제대로 표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당명이 우리를 완전하게 설득시키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당원들을 위하여 새로운 오렌테이션 프로그램 속에서 그들을 설득시키는 것이었다.

    당명을 결정하는 투표에서 5가지 당명 중 반자본주의신당과 혁명적 반자본주의당이 비슷비슷하게 표를 얻었지만, 2차 투표에서 둘 만을 놓고 결선을 벌였을 땐 반자본주의신당이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얻었던 것더 그러한 맥락을 같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명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다. 단어 속에 혁명이 포함되었는지 안되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 이후의 대안을 정확하게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개량되거나 도덕적으로 변모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차츰 다른 방식으로 고민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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