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하고 억울해서 죽겠습니다"
    By mywank
        2009년 02월 10일 01: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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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풀이로도 넋을 달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고인들이 편안히 눈을 감으려면 우리가 제대로 싸워서 진상을 규명하고 ‘살인 책임자’를 몰아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거꾸로 철거민들에게 죄를 떠넘깁니까. 오늘은 대한민국 검찰이 자살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한풀이 공연도, 사회자의 위로도 집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의 울분을 달래지 못했다. 9일 저녁  철거민들에게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고, 경찰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을 규탄하는 21번째 ‘용산 철거민 참사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5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한 시민이 ‘대한민국 검, 견찰은 모두 죽었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은 이날 저녁 청계광장을 경찰버스를 둘러싸고, 광화문 주변에 경찰 병력을 집중 배치시키는 등 집회를 원천봉쇄했으며, 주최 측인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가 저녁 7시 장소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으로 옮기자, 경찰은 참석자들을 둘러싸며 삼엄한 감시를 벌였다.  

    "분하고 억울하다"

    ‘대한민국 검찰, 견찰은 모두 죽었다.’

    한 시민은 검찰과 ‘견(犬)찰’이 나란히 적힌 피켓을 들고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을 규탄했고, 정월대보름을 맞아 한 시민은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쥐불놀이’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추모집회에 참석한 유가족을 대표해, 발언한 고 이상림씨의 며느리이자, 구속된 이충연씨의 부인인 정영신씨는 “오늘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고 ‘분노’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가 20일 동안 수사한 게 그것 밖에 안 됩니까. 검찰이 ‘농성자들이 시민들을 향해 화염병을 던져, 경찰력을 투입했다’는 경찰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는데, 저희가 왜 시민들에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지난달 19일은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검찰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망루로 올라갔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남편도 살기 위해서 그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시너를 붓고 화염병을 던지면 죽게 될 줄 아는 저희가 왜 그런 짓을 했겠습니까. 아버지와 남편이 왜 살라고 올라간 망루에 불을 질렀겠습니까. 정말 억울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추모집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 시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쥐불놀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집회에 참석한 오윤식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 조사위원(변호사)도 검찰을 규탄하며 “오늘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사망한 날이고,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써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찰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철거민들에는 철퇴를 날린 수사결과였다”고 말했다.

    오 조사위원은 이어 “이번 참사의 원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있다”며 “망루 안으로 1차 진입 때 위험원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2차 진입 때 이를 제거하지 않은 채 강제진압을 벌여 화재가 발생되었다”고 지적했다.

    현장 지켜본 한 시민의 증언

    자신의 이름을 ‘일권’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참사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 오후부터 참사 당일인 20일 오전까지 현장을 지켜봤는데, 저 뿐만 아니라 당시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은 오늘 검찰 발표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일 새벽 경찰이 1차로 망루로 진입했을 때 이에 저항하던 철거민들이 화염병은 던졌지만, 모두 소화가 되었다”며 “당시 기온이 영하 10도인 상태에서, 경찰은 이후에도 물대포를 계속 발사했고 물을 뒤집어쓰고 손이 언 농성자들이 어떻게 라이터를 당겨 화염병에 불을 붙일 엄두를 냈겠나”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이 경찰청사 주변에 도착하자, 경찰이 이들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용산 철거민 참사 기독교대책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헌국 목사는 “초등학생도 ‘수사놀이’를 하면 그 정도는 할 것 같다"며 "그래도 21세기에 살고 있는 검찰로써 호랑이가 아니더라도, 고양이가 되어 쥐를 잡아 줄 것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쥐는 못잡고 생선만 훔쳐먹는 도둑고양이

    최 목사는 이어 "하지만 검찰은 생선만 훔쳐먹는 도둑고양이에 불과했다"며 "이제 우리 국민이 나서 직접 쥐를 잡을 것이고, 내년 정월대보름에는 모든 국민이 청계광장에서 윷놀이를 하면서 ‘민주대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밤 8시 반 추모집회를 마친 유가족들과 시민 50여명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구속처벌을 요구하며, 미근동 경찰청까지 항의 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경찰은 300여명의 병력을 청사 주변에 집중 배치해 이들을 저지했고, “길목을 비켜 달라”고 항의하던 유가족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밤 9시 40분 경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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