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질 제로, MB만 없어지면 행복해질까?
        2009년 02월 09일 10: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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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제2촛불시즌’이 일어날 듯한 조짐들이 보이는데, 이를 반갑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MB퇴진"을 외치는 목소리들이 다시 한 번 힘차게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굳이 (저와 같은) 좌파적인 눈이 아닌 ‘건실한 보수’의 눈으로 본다 해도 MB가 대통령으로서 잘한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을 겁니다. 

    미네르바 구속, 남한인지 북한인지 헷갈려

       
      ▲ 필자

    당선 직후부터 약 3개월 동안 한국측의 선처를 믿고 조용하게 기다렸던 북한을 공연히 자극하여 남북 관계를 파탄나게 한 것부터 시작해서, ‘실정’ 이외에 보이는 것은 정말이지 없습니다. ‘미네르바 구속’ 정도의 짓거리라면, 도대체 이게 북한인지 남한인지 헷갈리게 만든 일이었습니다.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해부했다가 구속되는 것이라면 1970년대의 ‘유언비어법’으로의 회귀이자 북한 수준으로 떨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747계획’이란 이미 비과학적 팬타지(?)임이 다 밝혀졌지만, 보수적으로 봐도 이 정부의 위기 대책이란 단기적으로 성장률 폭락의 폭을 줄일는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휘발유를 부어 화재를 소화하려는 꼴입니다.

    GDP 대비 투자율이 그렇지 않아도 17%나 되는(일본은 11%, 미국은 8%) 건설 부문이 불필요하게 비대화된 이 토건공화국에서 토건 부문 위주로 경기부양책을 마련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부도나는 건설업체의 수를 줄일는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건설경기 버블을 키웠다가 그 뒤에 뒷퉁수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미친 개발’을 비교가 가능한 다른 나라 수준으로 순치시키는 것은 과제지만, 지금 미친 개발은 아예 사람을 잡아먹고 있는 꼴입니다. 하여간 누가 봐도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 1년이었고, 대통령에게는-보수적으로 봐도-통치자로서의 자질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런 사람이 나라를 멍들게 하는 일을 그만 두고, 통치자를 다시 뽑는 것이야 좋은 일이겠지요. 문제는 하나입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만이 문제입니까?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즉, MB가 아닌 다른 보수 정객이 권좌에 올라도 약간의 개선은 있다 해도 크게 봐서는 달라질 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무지 자질이 안 보이는 대통령

    그리고 지금 당장에 보수 정객 말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더 나아가서 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한민국을 멍들게 하는 게 대통령뿐인가라는 부분이지요.

    대통령이란 그나마 선발이라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MB같은,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 할 사람도 점차 심화되는 경제 난국으로 절망에 빠진 서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어쩌면 김대중 선생처럼 ‘양식이 있는 우파’도 잘되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지요.

    그런데 예컨대 검찰이나 사법부는 아예 선거직도 아니고 선거에 의해서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지금 떡값 검사 명단을 발표했다가 바로 사법부에 의해서 실형을 받을 위기에 처한 노회찬 대표를 보면서, 대통령보다 사법부가 더 위험하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어요.

    "대통령 퇴진"을 외치기라도 할 수 있지만 "사법부 퇴진"이란 구호는 아직도 우리 정치 사전에 찾아지지도 않아요. 그러다가 "도둑이야" 외친 정직한 사람이 바로 도둑으로 몰리고 형벌을 받게 되니, 이게 도둑 소굴인지 나라인지 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사법부에서는 분명히 비교적으로 양식이라도 있는 사람도 보이고 신진대사도 좀 이루어질 수 있지만 대학업자들은 훨씬 더 위험합니다. 소위 명문 대학들은 지금 하려는 것처럼 아예 고교부터 차별화, 등급화시켜 입학 절차를 정한다면 학력과 사회 신분 상승이란 완전하게 부의 종속 변수가 되고 말 것이고, 대한민국은 가난뱅이에게 속히 떠나야 할 희망 없는 땅이 될 것입니다.

       
      ▲ 인터뷰 중인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사진=노회찬 마들연구소)

    이 대학업자들은 ‘한 나라 두 국민’ 사회가 생겨버리면 결국 본인들에게 어떤 일이 언젠가 생길 수 있을는지 예상할 능력도 없습니다. 참고로, 대표적인 ‘한 나라 두 국민’ 사회는 1917년 이전의 제정 러시아이었지요.

    노조 관료도 보수의 일종

    그런데 대학업자들과 그 마름(소위 "보직 교수")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가끔가다 신문들이 쓰기라도 하지만 예컨대 하나님/부처님을 파는 종교업자들은 아예 비공식적으로 ‘보도금지 구역’에 해당됩니다. 그들을 퇴진시킬 수 없는 것은 물론, 함부러 입에 올릴 수조차 없지요.

    이 사회의 보수적 주류가 이 모양이라는 게 별로 새로울 것도 충격적인 것도 없지만, 최근 민노총 강간미수 사건 파문으로 우리가 또 한 가지 배웠습니다. 떡 검사, 성희롱 교수, 교회 세습 목회자/폭력 승려와 함께 양식도 상식도 기본적인 준법 정신도 없는 노조 관료들은 이 나라에서 ‘문제 집단’의 또 하나를 이룹니다.

    1987년 대투쟁 때에 발양된 투쟁 정신은 간데 없고 오로지 소수의 남성 숙련 정규직 노동자들을 위주로 만들어진 ‘우리 조합’의 특권들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만이 관심사이고, 말로는 가끔 투쟁을 외쳐도 실질적으로는 각종 권력 싸움과 이권 문제에 깊숙히 관련이 돼 있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을 희생양 삼아 이미 획득된 기득권이 있기에 그걸 지키려고 안간 힘을 쓰는 차원에서는 이들도 사실 ‘보수’의 일종입니다. 그리고 인권 인식의 수준이 한국 사회의 다른 기득권자들과 한 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다 보여주었어요.

    한국이든 일본이든 ‘기업별 정규직 남성 노조’란 사실 신조합주의적 사회 질서의 버팀목일 뿐입니다. 이들 노조 관료들은 그나마 선거직이라서 다행이지만, "조합원 정서상" 비정규직을 받아주지 않는 노조가 많기에 과연 보수적이지 않는 사람이 조합 관료가 되기란 쉽지 않을 걸요.

    아직은 희망이 안 보이는 사회

    말이 길어졌는데, 문제는 이것입니다. 한나라당 대신 민주당이 다시 권좌를 차지한다 해도, 그 민주당의 보수성도 바뀐 게 하나도 없지만 이 사회의 주류 집단들의 수준도 전혀 향상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만의 하나에 진정한 의미의 ‘진보’ 세력(즉, 사회주의적, 사민주의적 세력)들은 권력을 잡는다면 사회 분위기가 워낙 크게 일신되기에 사법부나 대학가들도 압력을 받아 차츰 바뀌겠지만, 지금 이 나라에서 ‘대중적인 진보정당’, 즉 철지난 통일지상주의나 노조 관료들과의 유착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러면서도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그런 진보정당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보신당이 바로 그런 정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지만 아직 초창기라서 힘을 키우기 시작할 뿐입니다. 썩은 노조 간부와 ‘민족 주체성’에 대한 주문을 외우는 분위기로부터 벗어난, 어차피 이 나라에서 아무 미래가 없는 대다수의 10대, 20대들에게 ‘쿨하게’ 어필할 줄 알면서, 노동계급 사이에서도 기반을 구축하는, 이런 정당이 이 나라에서 그다운 노릇을 하게 되면, "대통령 퇴진"이란 구호는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얻을 거에요.

    그런데 ‘보수주의자 A’ 대신에 ‘보수주의자 B’가 올 경우에는, 북한을 자극시키고 미네르바를 감옥에 보내는 미친 짓을 그만두더라도 거기서 거기일 겁니다… 여전히 희망이 없는 사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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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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