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지식인 호소를 정치적으로 비틀어
        2009년 02월 07일 12: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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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는 민중적 도리와 예의를 아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저는 조국 교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나름대로 20~30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진보적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한겨레> 칼럼에서 조국 교수의 글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프고 아렸습니다.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가슴 한켠에서 서글픔이 솟구치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우리를 난감하게 만든 조국 교수의 호소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분화, 분열에 대한 현실과 그 현실이 재생산하고 있는 감정적 갈등과 반목에 대한 아쉬움, 진보정치의 방향에 대한 건전한 경쟁을 하더라도 최소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비웃음에 대해, 그것이 틀렸음을 증명해달라는 조국 교수의 호소에 회피할 수 없는 난감함을 느낀 것이 사실입니다.

       
      ▲필자

    그리고 오늘(6일) 뒤늦게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의 조국 교수 칼럼에 대한 반론 글을 읽었습니다. 그 첫 느낌은 ‘대략 난감’이었습니다.

    한 진보적 지식인의 호소를 이렇게 정치적으로 비틀고, 왜곡하고,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것을 보면서, ‘부정적인 의미의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지 느꼈습니다.

    저는 사람을 보고 판단할 때 그 사람의 말과 글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살아온 삶을 먼저 보는 것이 습관입니다. 왜냐면 말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입니다.

    1.

    박 대변인은 울산에서의 진보정치 10년에 대해 나름의 투표분석을 통해 의견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요지는 한국의 진보정치가 아니라 울산 북구의 진보정치가 인민대중, 하위계층의 민중정치를 실현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박 대변인은 그 책임자로 울산 북구 구청장을 지냈던 조승수 전 의원의 책임성을 부각시키고 싶었던 모양인데, 참으로 구차한 논리입니다.

    박승흡 대변인의 구차한 논리

    저는 울산의 진보정치, 노동정치 10여년에 대해 근본적이고 발본적인 자기평가와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치가 제대로 실현되었는지, 현장에서 지역에서 무엇이 한계였고, 오류였는지, 그래도 무엇이 우리가 계승해야 할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치의 성과인지 치열하게 되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변인은 잘모르겠지만 과거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울산의 진보정치에 대해 상당한 양의 비판적 평가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지하고 정직한 평가에는 박 대변인의 투표율, 득표율 비교로 환원될 수 없는 평가지점, 평가대상, 평가의 기준과 원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평가는 울산이라는 특정지역의 진보정치만으로 한정되거나 제한될 수 없습니다. 한국 진보정치 10년의 치열한 평가와 성찰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왜냐면 당연히 울산이 고립된 지역이 아닌 한국 진보정치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전제 속에서 울산의 특수성을 분석하고 성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마도 박 대변인의 글은 울산 북구 진보정치 실패의 책임자로서 조승수를 낙인찍고 싶어 하는 듯합니다. 저는 이것이 부정적인 의미의 정치논리, 정치공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박 대변인의 사고와 글에서는 한국 진보정치 10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 것입니다.

    2.

    그래서 박 대변인의 “조교수는 진보정치의 잘못을 발본색원하는 쓴 소리는 하지 않고 ‘진보정치의 전략지’라는 달콤한 말로 빅딜을 권유한다”는 구절은 참으로 박 대변인에게 돌려드리고 싶은 구절입니다.

    발본색원 쓴소리 않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래서 박 대변인은 대변인이라는 중책의 과정을 통해서, 또는 최고위원이라는 역할을 통해서 아니 민주노동당의 지난 1년의 과정을 통해서 10여년의 진보정치의 잘못을 발본색원하는 자기혁신과 자기반성의 어떠한 과정과 실천을 하였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 결론이 조승수라는 한 사람을 저주하고 비난하는 것입니까?

    조국 교수는 적어도 진보신당이 주최한 진보정치 10년의 성찰과 반성이라는 워크숍에 참여하여 진보신당을 포함한 진보정당들에게 쓴소리와 애정어린 고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진보신당도 노동정치, 당 내 민주주의, 지역정치 등 6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두달이 넘는 기간 동안 진보정치 10년 평가 토론회를 당 내외의 인사를 초청하여 진행하였고, 그 결과보고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 대변인의 진보정치의 잘못을 발본색원하는 그 고민이 무엇인지 지금이라고 듣고 싶습니다.

    3.

    이런 구절도 눈에 띄더군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누워서 침 뱉기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훨씬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왔다. 분명히 87년 이후의 민주화는 더 많은 자유를 주었지만 그것이 곧바로 더 많은 분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군더더기 달지 않고 동의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민주화가 절차적 민주주의로 제한되어서는 안되며,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삶의 현장에서 체감하고 느낄 수 있는 경제적 민주주의로 확장될 때만 위기가 아니라 발전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의 시기는 민주화 10년의 시간이 아니라 민주화 위기 10년의 시기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글과 현실 행보가 엇나간다

    그래서 우리 진보신당은 반MB 전선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그 본질과 내용은 반신자유주의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과의 공조와 정책연대도 필요하지만 민주당이 공유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에 대한 진보정당의 자기정체성을 훼손하는 ‘묻지마’ 연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민생민주국민회의에서 민주당의 참여문제, 최근 민주당과의 반MB 민주대연합 전선문제에서 민주노동당 내에서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박대변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박 대변인이 말한 민주화의 위기, 사회양극화의 주범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그 정치적 표현이 민주대연합인가요. 박 대변인의 글 구절과 현실의 행보가 자꾸 엇나가는 것을 느낀다면 과한 생각인가요?

    4.

    이런 구절에는 구역질이 납니다.

    “민주노동당이 쪼개진 이유는 일심회 때문이 아니다. 먹을 게 생겼기 때문이다. 먹을 게 없었다면 언감생심 쪼갤 생각도 했겠는가”

    작년 민주노동당 임시대의원대회를 전후한 시기에 박 대변인이 무엇을 하였는지는 잘모르겠지만, 그리고 진보신당이 분당하고 독자 창당을 한 이후 민주노동당에 ‘영입’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식의 허접한 이야기는 본인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먹을 게 생겨서 분당? 천박하다

    진보신당의 일부 주체들은 민주노동당에서 일체의 기득권과 그 먹을 것을 버리고 나온 사람들입니다. 황량한 거리에서 새롭게 농사를 짓고 출발하자고 나온 사람들입니다. 예정된 과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땅을 개간하고 씨 뿌리고 노동하는 것이 긴 안목에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박 대변인! 분당 이후에 민주노동당에서 무엇인가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해서 일부 결합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먹을 게 무엇이었는지는 그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정치의 분화와 분당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고뇌와 갈등, 번민, 고통과 상처를 가져다 준 사건입니다. 그러나 그 상처는 이후의 더 큰 도약과 발전을 위한 아프지만 소중한 밑거름이 되어야 합니다. 그 상처를 박 대변인처럼 천박하게 표현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진보정당의 경쟁은 격과 품위가 있어야 합니다.

    5.

    한마디 더 덧붙이겠습니다.

    박 대변인, 울산 북구 재보궐선거가 유력해지는 시점부터 자주 많이 들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승수에 대한)민주노동당 울산 당원들의 거부감이 너무 심하다.” 이런 이야기를 민주노동당의 대표가 민주노동당의 창당 9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정치적 도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정당의 유력 후보에 대해서 자신들의 당원들이 이러저러하게 생각한다고,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왜곡과 저주와 비난을 확대재생산하고 확장 유포시키는 행위가 연대와 단결을 위한 행동이라고 보십니까?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를 지켜야

    혹시 미리부터 조승수에 대한 거부여론을 이후 국면에 대비하여 아래에서부터 유포시키는 파렴치한 행위는 아닌가요? 억측이라고요?

    박승흡 대변인은 잘 모르겠지만 2006년 민주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조승수-문성현 후보가 경선을 할 때 “조승수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국고보조금도 못받고, 선거에도 당 후보가 아니라 무소속 후보로 나갈 수밖에 없다. 왜냐면 조승수 후보가 대법원에서 선거법으로 의원직이 박탈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타도어와 악의적인 흑색선전이 전국적으로 전개되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이 아닐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와 예의를 벗어난 행위를 버젓히 하고 있는 귀당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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