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에 타 숨졌다는 말 믿을 수 없다"
    By mywank
        2009년 02월 05일 05: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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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했던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를 경찰이 제지하자, 그는 청운동 주민센터 뒤편 담장 위로 올라가 자신의 손목을 감시카메라에 묶으며 ‘담벼락 시위(☞관련기사 보기)’를 벌였다.

    “엄마는 네 아버지 때문에 여기서 절대로 못 내려가…. (울음) 그 놈들이 항의서한을 받을 때까지 절대로 내려가지 않을 거야.”

    경찰 뿐만 아니라 유씨의 아들조차 이를 말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유씨는 ‘유가족 대표가 청와대 민원실에 서한을 접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1시간 가까이 벌인 시위를 중단했다. 하지만 한 동안 담장 주변을 떠나지 못한 그의 모습에는 울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4일 청외대로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유영숙 씨를 경찰이 제지하자, 유씨가 청운동 주민센터 담장 위에 올라가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유영숙 씨는 5일 오전에는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찾았다. 이 날도 어김없이 남편인 고 윤용헌 씨와 이번 참사로 숨진 철거민들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이어 승합차에서 내린 그는 주변에 있던 경찰들에게 항의하며, 경찰청사 안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왜 ‘폭도’야~. 김석기가 사퇴할 때까지 한 발자국도 못 떠나.”

    경찰이 앞을 가로막고 제지하자, 유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그리고 가슴에 품고 있던 영정사진들을 펼치고 ,청사 로비 앞 주차장에서 함께 경찰청을 찾은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와 항의 농성을 벌였다.

    이날 오전 11시 현장에서 만난 유영숙 씨는 자신의 심경을 비교적 담담한 말투로 밝혔지만, 9일 예정된 ‘용산 참사’ 관련,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상기된 얼굴도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지금 밥알이 ‘모래알’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유씨는 인터뷰를 마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20여명에 의해 강제로 호송버스에 태워졌고 그가 가슴에 품고 있던 영정사진들은 찢어지고 액자유리는 산산조각이 났다.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유씨였지만, 한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참지 못했다.

    *  *  *

    다음은 유영숙 씨와 나눈 인터뷰 전문.

    – 어제(4일)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담벼락 시위’를 벌이기도 했는데, 그 때의 심정이 어땠나?

    유영숙= “저희 유족들이 테러범이나 폭도도 아닌데, 경찰이 아무런 이유 없이 항의서한 전달을 막는 것을 도저히 참고 견디기 힘들어, 담장 위로 올랐다. 국가의 만행에 대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청와대 민원실에 서한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인데…. 민원실은 국민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그들의 잘못이 없었다면, 유족들을 왜 막았겠냐.”

       
      ▲5일 오전 유영숙 씨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경찰청사 앞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고인들이 참사를 당한지도 2주일이 지났다. 그 동안 가장 힘든 부분은?

    유영숙= “남편은 이맘때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빙어 낚시를 갔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이명박과 김석기가 단란하게 가족들과 빙어 낚시를 가야할 남편을 불태워 죽였다. 남편은 ‘폭도’가 아니고 ‘테러리스트’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반성은커녕 죽은 남편을 매도하고 있다. 이 생각을 할 때마다, 너무 울분이 터져 견디기 힘들다.”

    – 일부 언론은 경․검찰 측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식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유가족으로써 마음이 불편하지 않나?

    유영숙= “정말 참기 힘들다. 경찰의 강경진압이 우리 남편을 죽이더니, 이런 언론 보도는 지금 유가족들을 죽이고 있다. 일부 언론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같고, 힘없는 서민들이 당한 내용이니까 그런 식의 보도하는 것 같다. 

    일부 언론의 보도 때문에, 요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알이 ‘모래알’ 같다. 열불이 나고 답답해서 잠을 못자고 있다. 어떤 유가족은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청할 수 있는 정도다. 더 이상 언론에서 유가족들을 괴롭히지 않으면 좋겠다.”

    – 남편이 고 윤용헌 씨와 고 이성수 씨가 망루에서 옥상으로 떨어졌을 때, 생존해 있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다. 고인들의 죽음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유영숙= “먼저 망루 위에서 남편이 떨어진 뒤 생존자인 지석준 씨가, 그리고 고 이성수가 떨어졌다. 지석준 씨는 추락한 뒤 부상을 당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남편과 고 이성수 씨는 불길을 피하기 위해, 그를 부축해서 옥상 난간 쪽으로 옮기기도 했다.  

    지석준 씨는 나중에 ‘남편과 고 이성수 씨가 불에 타 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 때 옥상에서 걸어 다니고 말도 할 수 있었던 남편이 왜 망루 4층 안에서 불에 타 죽어서 발견됐는지 알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영숙 씨와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를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 9일 ‘용산 참사’ 관련,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유가족들의 입장에서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나?

    유영숙= “은폐하고 숨기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나리오를 벌써 다 짜놓았을 것이다. 부검이 끝나고 영안실에 안치된 남편의 시신을 보니까, 모두 불에 타고 난도질 당해있었다. 내장도 없었다. 증거를 모두 없애고 무슨 수사를 하고 결과를 발표하는가. 내일 검찰수사 결과는 안 봐도 뻔하고 아무 의미도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끝내 사과를 거부하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유영숙= “저희도 그 사람들이 했던 ‘짓’과 똑같이 할 수 있다. 유가족들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남편을 포함한 다섯 분의 열사들의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목숨을 걸고라도 청와대와 경찰에 맞서 싸우고 항의할 것이다. 단란했던 저희 가정과 남편을 빼앗아 간 사람들을 어떻게 용서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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