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현수막 철거, 그거 누가 그랬을까?
    2009년 02월 05일 04: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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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진보신당 강북구 당원협의회

최근 강북구에 희한한 현수막이 하나 걸렸다. 얼핏 보면 뺑소니 사고의 목격자를 찾는 것 같은 현수막이 진보신당 서울시당 명의로 걸린 것이다. "현수막을 훼손한 사람"의 목격자를 찾는 이 현수막이 내걸리게 된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얼마 전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해외원정 골프파티에 대해 비판하는 현수막(아래 사진)을 내걸자 새벽녘에 누군가가 이를 모두 철거해 버렸다. 그리고 같은 새벽 시간대에 동시에 사라진 두 개의 현수막 때문에 강북구에서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 사진=진보신당 강북구 당원협의회

그 동안 강북구청에서는 정당이 내건 현수막을 일방적으로 철거하지 않았고, 철거를 하더라도 대낮에 진행해 왔다. 더구나 현수막이 사라진 후 강북구청에 확인한 결과 구청에서는 이 현수막들을 절대로 철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진보신당 현수막 철거 사건’은 지역에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사진=진보신당 강북구 당원협의회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여전히 다른 정당, 혹은 사회단체들의 정치구호 혹은 주장을 담은 현수막은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잘 걸려 있기 때문에 이번 현수막 훼손 사건은 만취한 취객의 행패나 구청의 일방적 행정행위가 아닌 ‘진보신당을 겨냥한 의도적 행동’임이 분명한 사건이다.

진보신당은 이번 사건을 사실상 정치적 테러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도 아닌데 심야에 가위와 칼을 들고 자신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내용의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자신들과 다른 정치적 주장이나 의견을 힘으로 짓밟아 버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을 겨냥한 소극적 정치테러

현수막 철거는 어찌보면 사소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분명히 소극적 차원의 정치테러이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지속된다면 심야에 정치적 반대파를 칼로 찌르는 극악한 정치테러 행위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현수막의 내용이 민주당의 지역구 국회의원인 최규식 의원의 골프외유 파문에 대한 비판이었기 때문에 민주당의 소행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지역의 일부 주민들의 이야기이지만 ‘설마~ ’ 하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최근 들어 서울시내 곳곳에 야당들이 내거는 현수막이 곧잘 눈에 띈다. 주로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의 주된 정치활동 공간이었는데 용산참사를 계기로 민주당도 이 대열에 합류하여 곳곳에 검은색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얼마 전 구로구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이 진보신당과 다른 야당들이 내건 용사참사 추모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는 만행을 벌였다. 다른 불법 현수막은 다 방치한 채 유독 야당들의 ‘정치활동’에는 불법딱지를 부쳐 공권력을 부지런하게 발휘하신 모양이다.

곰곰히 살펴보면 정치활동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 헌법에 명시한 제반 민주적 권리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이지 ‘권력자’를 위한 조항이 아니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더라도 사회적 기본선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정신인 만큼 야당 등 정치, 사회적 약자의 주장과 의견을 틀어 막으려는 ‘권력자’ 혹은 ‘강자’의 어떤 행동도 헌법과 사회적 기본선을 무너뜨리는 행위일 뿐이다.

지난 해 말 국회 파행시기 민주당은 ‘핸드폰에 자유를, 인터넷에 자유를!’ 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국회에서 해머까지 들고 동분서주했다. 보수언론은 격분했지만 국민들은 격려했다. 그런 민주당이 설마 동네 구석에 걸린 진보신당의 작은 현수막 하나에도 ‘자유’를 허용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수막에게도 자유를!

그래서 진보신당은 지역에서 민주당과 최규식 의원이 억울하게 받고 있는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마침 현수막이 부당하게 철거된 장소가 경찰지구대와 편의점 앞이었기 때문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이를 밝혀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진보신당은 여전히 이번 현수막 철거가 민주당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MB악법을 막아내야 한다고 외치는 민주당이, 야4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주최한 용산참사 규탄대회에서 결의문까지 낭독한 최규식 의원이 이런 행동을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혹을 완전히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현수막의 내용이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골프외유에 대한 비판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고,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고 여러차례 전화를 해오던 민주당측 인사들의 요구가 ‘심야철거’ 사건 이후에 일절 걸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번 사건이 민주당 측의 행동으로 밝혀진다면 진보신당에 대한 명백한 정치테러행위로 간주하고 민주당과 최규식 의원에게 엄중한 책임과 사과를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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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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