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찬이 21세기 첨단 바보인 이유
        2009년 02월 05일 11: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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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위기에 빠졌다. 검찰이 노회찬 공동대표에게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지난 2005년의 이른바 ‘삼성 X파일’을 근거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죄다.

    민주당은 과거에 삼성 X파일 사건을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대기업의 사주가 언론사 사장을 통해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하고, 또 검찰의 주요 간부들에게 떡값을 제공하며 이들을 관리해왔음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 사진=레디앙

    국민들은 당시 경악과 분노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후 사태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 사건의 본질은 ‘불법도청’이라고 하면서 물타기를 하고, 결국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아니라 ‘불법도청자료’를 폭로한 이상호 기자가 고초를 겪었다. 그리고 이번엔 노회찬이다.

    X파일은 글자 그대로 X파일로만 남았다. 드라마처럼 ‘진실은 저 너머에’가 되고 말았다. X파일 관련자들이 드라마에서처럼 외계인들인가? 아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다. 하지만 익명의 네티즌까지 순식간에 잡아내는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X파일’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밝혀주지 않았다. 그래서 ‘X파일’ 관련자들은 마치 외계인처럼 신비한 존재가 돼버렸다.

    노무현과 노회찬

    대신에 밝은 태양 아래 드러난 노회찬이 십자가를 짊어지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권력은 명명백백해야 한다. 신비로우면 안 된다. 국민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권력이 작동하고 있다면 민주주의는 이미 무너진 것이다.

    노회찬은 그 ‘신비로운’ 곳에 빛을 비추려 했다. 모두가 쉬쉬하던 ‘X파일’의 내용을 공개해 ‘진실’을 밝은 곳으로 꺼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죄란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어둠’이 통치하는 나라인가?

    사람들은 ‘노무현 일병’이 ‘바보’인 줄 알았었다. 여기서 바보라 함은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에 맞서 불이익을 당할 걸 뻔히 알면서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이 권력에 몸으로 부딪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돌이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돌을 굴려 올리는 바보.

    그것 때문에 아이돌 팬클럽에 버금가는 팬클럽이 생겼다. 노무현이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해 자기 한 몸을 내던진다면 국민이 그 곁을 지키겠다는 결사체 같은 성격이었다. 그는 ‘노짱’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노짱은 X파일 사태의 본질을 ‘불법도청’이라고 규정함으로서 기대를 배반했다. 시민이 강도와 격투를 했는데, 시민에게 왜 폭력을 썼느냐고 나무라는 격이었다.

    정말 무서운 권력, 건드리면 반드시 다치는 한국 최고의 권력에 맞서야 진짜 바보다. ‘X파일’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그런 권력이 이제는 변했다는 사실이다. 옛날엔 독재세력이 그런 권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본이다.

    ‘군권’에서 ‘금권’으로 권력이 바뀌었다. 롯데 자본의 사업계획이 군부대를 이긴 ‘제2롯데월드’는 이 새 시대를 상징하는 바벨탑이다. 다른 말로 하면 권력이 이젠 더 이상 ‘총구’에서 나오지 않고 ‘시장’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21세기형 첨단 바보

    지금 여기에선 금권과 시장의 지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람이 바보인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금권의 위력이 커져만 갔다. 종국엔 한국과 미국의 재벌에게 이익을 안기는 한미FTA와 자본시장자유화를 추진하며 동시에 한국 기득권세력의 복음인 교육자유화까지 추진했다.

    노회찬이 급소를 찔렀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은 불법도청이 아니라, 한 국가를 좌지우지하려는 거대 자본의 불법행위와 횡포‘라고 말한다.

    ‘한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자본’에 감히 맞서겠다는 노회찬 일병. 그야말로 새 시대의 바보, 21세기형 첨단 바보다. 1980년대식으로 군사독재를 비난하는 것은 이제 한국사회에서 안전하다. TV 오락프로그램에서도 국가통제, 독재의 폐해를 쉽게 지적한다. 하지만 자본과 시장을 비난하는 사람은 출연할 수 없다. 그것이 새로운 성역이니까.

    노회찬은 그 성역을 건드렸다. ‘바보 노회찬 일병’이 진짜 ‘노짱’이었다. 그러자 국가권력이 그를 십자가에 매달려 한다. 그렇다면 국민이 지켜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바보같은 정치인들이 계속 나와, 그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니까.

    마지막으로 노회찬의 최후진술서 중 한 대목을 인용한다. "X파일 사건과 관련하여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고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떡값수수 의혹 전현직 검찰간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남은 것은 공공의 이익과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앞장선 두 사람이 법정에 피고의 자격으로 서 있는 모습 뿐입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 꼴인가? 우리는 미친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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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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