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유족앞에 사죄하십시오"
    By mywank
        2009년 02월 04일 03: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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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지난 3일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규탄하며 서울중앙지검을 항의 방문한데 이어, 4일에는 청와대에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구속처벌을 요구하는 항의서한 전달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청운동 주민센터 주변에 전경 100여 명을 집중 배치하고,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을 경찰버스로 봉쇄하는 등 이들의 서한 전달을 막으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과 경찰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청와대로 향하던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왼쪽)와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를 둘러싸자, 이들이 울먹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이 항의서한 전달을 막자,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가 도로에 쓰러져 오열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우리가 ‘폭도’도 아닌데, 왜 길을 막아”
    “대통령은 왜 유족들과 만나지 않냐 말이야”
    “이 XX들아~ 우리 아버지를 살려내”

    이날 오전 11시부터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이명박 사과, 김석기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들은 낮 12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영정사진을 들고 인도를 따라 청와대로 향했다. 하지만 전경들은 스크럼을 짠 뒤 유가족들을 둘러싸며 이를 제지했다.

    항의서한 전달 막고, 발길질 하기도

    이에 유가족들은 강력히 항의하면서, 길을 비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흥분한 한 전경이 유가족들을 향해 발길질을 하자, 이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10여분 뒤 유가족들은 경찰의 제지를 뿌리치고 다시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엄마는 네 아버지 때문에 여기서 절대로 못 내려가…. (울음) 그 놈들이 항의서한을 받을 때까지 절대로 내려가지 않을 거야.”

    고 윤용헌 씨의 부인인 유영숙 씨는 아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청운동 주민센터 뒤편 담장 위로 올라갔다. 이어 자신이 입고 있던 상복 끈을 풀러, 담장 옆에 있던 감시카메라(CCTV) 기둥에 자신의 왼쪽 손목을 묶으며, 항의서한 전달을 막는 경찰에 항의했다.

       
      ▲고 이성수 씨의 아들(왼쪽)이 "우리 아버지를 살려내라"며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이 유가족들의 항의서한 전달을 막자, 유영숙 씨가 청운동 주민센터 뒷편 담장에 올라가, 자신의 상복 줄로, 감시카메라에 손목을 묶으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또 고 이성수 씨의 부인인 권명숙 씨는 청운동 주민센터 2층 계단 난간 위에 올라가, 건물 아래로 투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경찰은 오후 1시 반 경 고 이상림, 양회성 씨의 유가족 2명이 청와대 민원실에 서한을 전달하는 것을 허락했다.

    청와대 앞에서 유가족들 오열, 실신

    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처벌을 요구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가 마이크를 잡았지만, 그는 발언 중 울분을 참지 못한 채 실신하기도 했다.

    “가난한 우리 남편을 불 태워 죽였습니다. 그리고 시신도 갈기갈기 찢어서 알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은폐하고 조작하려는 것이겠지요. 이명박 씨를 대통령으로 찍어준 게 너무도 한스럽습니다. 너무도…. 이명박 씨는 제 남편과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너무도 억울합니다.”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너무도 무섭다”며 “저희 남편은 살려고 올라갔는데, 어처구니없이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 기가 막히다”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이어서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는 “이제는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다”고 말한 뒤, 마이크를 잡았다.

    “이제 진상을 밝히는 것은 제가 할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민들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대통령과 그 하수인들이 서민들을 죽였습니다. 저는 지금 그런 사람들을 ‘X새끼’라고 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명박 그리고 김석기는 살인자입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전재숙 씨가 울분을 참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4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용산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참사 당시에 저희 남편과 돌아가신 분들 중 몇 분은 살아계셨습니다. 걸어 다니고 말도 하고, 다치신 다른 분들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남편과 그런 분들은 죽었습니다. 이명박은 전 국민에게 사죄하고, 김석기는 죽어야 합니다. 그렇게 못한다고요. 그러면 경찰들을 갈기갈기 찢어서, 청와대를 뚫고 들어갈 거예요.”

    유가족을 대표해 나온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가 이날 기자회견문을 대신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로 한 ‘항의서한(☞전문 보기)’의 내용을 낭독했다.

    "이명박 사과, 김석기 구속처벌"

    “비통한 심정으로 대통령께 호소합니다. 대통령이 저희들의 심경을 조금이라도 해아리신다면, 다섯 명의 철거민을 앗아간 살인진압 책임자 김석기와 원세훈을 당장 구속 처벌하십시오. 살인진압의 희생자인 철거민을 살인자로 만드는 검찰 수사를 당장 중지하십시오.

    그리고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직접 고인과 유족 앞에 사죄하십시오. 그렇지 않는다면, 저희 유가족들은 대통령을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경으로 다시 한 번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가족들을 비롯해,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이영 민가협 상임의장,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장, 진관 스님, 최헌국 목사,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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