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조중동 닮아가나
    2009년 02월 03일 10: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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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연은 폭력도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방식을 고수했습니다. 폭력 일변도의 전철연 투쟁방식은 철거민들 사이에서조차 비판의 대상입니다. 물리적 충돌보다 제도적 틀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 철거민 운동이 점점 힘을 얻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1월 21일 <KBS> 노태영 기자 보도 중

“전철연 의장이 각지에서 회원 40여 명을 모아 용산으로 이동한 뒤, 용산대책위 회원 10명과 함께 망루 설치 등 건물 점거농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이행 당사자가 아닌 전철연이 어떤 경위로 용산대책위를 지원하게 됐는지, 지원에 대한 대가로 금품 제공 약속은 없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검찰 수사의 초점입니다.”- 1월 23일 <KBS> 민경욱 기자 보도 중

   
  ▲ 2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는 민생민주국민회의(준), 민언련 주최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을 다룬 언론보도 문제를 지적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KBS=전철연 과격성, MBC=재개발 문제점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을 다룬 지상파 방송 보도 중 ‘KBS 뉴스’가 검경찰과 일부 보수신문에서 제기하고 있는 ‘전철연 배후설’을 가장 앞장서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경찰강경진압 문제와 사태배경을 다룬 보도에는 가장 소극적인 것인 것으로 밝혀졌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일 오후 2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2층 대강의실에서 ‘용산 참사 관련, 언론보도 진단과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지상파 방송3사와 주요 신문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1월 19일부터 2월 1일까지 방송3사 ‘메인뉴스’를 분석한 이송지혜 민언련 모니터부장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철연 배후설, 과격성’을 다룬 보도는 <KBS>가 4건으로 가장 많았고, <SBS>가 2건, <MBC>가 1건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경찰 강제진압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는 <MBC>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KBS>와 <SBS>는 5건으로 적었다. 또 ‘사태배경 및 재개발 문제점’을 다룬 심층보도는 <MBC>가 5건으로 가장 많았고, <KBS>와 <SBS>는 1건밖에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 주요 내용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시뉴스

경찰 진압 문제 지적

5

10

5

전철연 배후설/과격성

4

1

2

용산 참사 상황

3

3

3

시민사회추모집회

4

6

4

정치권 입장

6

7

7

청와대 입장

6

5

5

유족들 입장(상황)

4

5

3

사태배경/재개발 문제점

1

5

1

검찰 수사 진행 상황

10

11

15

검찰 수사 반론

1

2

1

기 타

2

2

2

총 계

46

57

48

이송 부장은 그 밖에 <KBS>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1월 29일 ‘뉴스 9’ 중 ‘액체는 시너’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경찰동영상을 보여주며 ‘검찰은 농성자들이 망루 계단 등에 뿌린 시너에 화염병으로 불이 붙어, 화재가 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며 “이는 화재 원인을 철거민에게 돌리려는 검찰의 의도에 힘을 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송 부장은 이어 “1월 21일 ‘뉴스 9’ 중 ‘심층취재-이해로 극복’이라는 보도에서 이준삼 기자는 ‘참사로 국론이 장기간 갈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처벌할 부분, 책임질 부분 그리고 개선할 부분을 찬찬히 가려 재발을 막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는 리포팅을 했다”며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국론분열로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철저 수사 요구를 국론분열로 호도"

이송 부장은 “KBS가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점점 ‘정권의 방송’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공영방송인 KBS가 보수언론이 장악하는 언론환경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했지만, ‘관제 사장’ 이병순 씨의 취임 이후 지적되어온 비판기능 약화가 이번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토론회에서는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을 조중동의 보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1월 19일부터 1월 30일까지 주요 신문 보도를 분석한 정미정 배제대 강사(언론학 박사)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과 관련 <경향>, <한겨레>은 각각 114건, 106건을 보도했지만, <조선>, <중앙>, <동아>는 각각 55건, 45건, 72건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다시 불붙은 화염병, 철거민들 점거시위 중 20여개 던져’-<조선일보> 1월 20일 헤드라인
‘전철연 의장, 점거당일 망루 설치 등 현장 지휘’-<동아일도> 1월 24일 헤드라인
‘불법 폭력은 국가에 대한 도전’-<중앙일보> 1월 29일 헤드라인

정 박사는 조중동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들 세 신문에서 전철연은 시위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으며, 그 폭력적 성격이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이들을 검찰에 의해서 수사 받는 대상으로 다뤄지는 기사가 많은데, 이는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전가시킨다는 의혹을 갖게 하고, 경찰의 책임은 은폐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을 다룬 21일자 <조선일보>기사사진은 복면을 하고 화염병을 들고 있는 철거민들의 모습을 담은 반면, 21일자 <경향신문> 기사사진은 경찰에 연행되는 철거민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손기영 기자)

정 박사는 이어 “또 조중동의 기사 사진은 주로 철거민들의 시위장면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화염병을 들고 있는 농성자들의 사진은 누가 봐도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무서운 적’으로밖에 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사건 이후 <조선>과 <중앙>은 규탄집회에 대한 사진 기사는 아예 없었고, <동아>는 경찰에 폭력적으로 대항하는 시위대의 모습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참석한 권영국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 조사위원은 “지금 검찰이나 경찰이 주장하는 화재원인은 협소하다”며 “일례로 당시 농성을 벌인 철거민들이 시너가 아니라 ‘세녹스’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일부 언론은 ‘시너를 사용했다’는 검경 주장을 비판 없이 계속 인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용산 참사’라고 명명하면, 가해자를 없애는 것이고 공권력이 저지른 폭력에 면죄부를 주는 것밖에 안 된다”이라며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공권력 용산 철거민 살인사건’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원 ‘나눔과 미래’ 지역사업국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언론보도 중에서 도시개발사업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심층적 보도는 볼 수 없었다”며 “전철연이 왜 극한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 재개발 현장에서 용역의 위법행위를 방관하는 경찰의 문제 등을 더욱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대현 민생민주국민회의(준) 대변인은 “언론들이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에 대한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앞으로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고 강경 진압으로 죽는 사람도 계속 발생될 것”이라며 “민생민주국민회의는 ‘김석기 청장 퇴진’을 국민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3일부터 대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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