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대한민국 국민의 원수"
By mywank
    2009년 02월 03일 02: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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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마음 착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원수가 찾아와 그의 등 뒤를 칼로 찔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피 묻은 칼을 빼서 손수건으로 닦으며, 원수에게 ‘많이 힘들었지’라고 말했습니다. 그 착한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원수는 이명박 정권이었습니다. 국민은 그런 원수를 용서해줬지만, 또 다시 등 뒤에 칼을 찌른 사건이 이번 ‘용산 참사’입니다.”

2일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용산 참극과 희생자를 기억하는 시국미사’에 참석한 김인국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 신부는 참석자들에게 ‘착한 사람’과 원수의 일화를 들려주며, 이명박 정부의 ‘반성 없는 일방주의’를 비판했다.

   
  ▲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가운데)가 시국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시국미사에서는 사순, 대림 시기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착용하는 보라색 ‘영대(목에 두르는 띠)’를 한 신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신부는 “보라색 영대는 참회와 보속을 상징하는 것으로,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참회’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 어둠에 싸인 세상을 천주여 비추소서.”

입당성가인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가 나오자,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2,0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신부와 수녀, 그리고 시민들은 일어나, 이날 시국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 김인국·김영식 신부 등을 맞이했다.

‘제대’ 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네가 어찌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는 창세기 구절이 적혀 있었고, 바로 아래에는 이번 참사로 숨진 고인들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었다. 이날 시국미사의 강론은 김영식 신부가 맡았다.

“취임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숭례문의 화마와 더불어, 이 땅에 혜성같이 나타났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지만, 이명박은 죽음을 가져다줬습니다. 찬바람을 피하고 ‘작은 목소리’를 외치기 위해 세운 철거민들의 망루를 태워버리면서, 그는 취임 1년을 마감한 것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철거민들의 목숨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가 미사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시국미사에 참석한 한 신부가 눈을 감은 채,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시국미사는 입당성가를 제외하고, 봉헌(광야에서)·성체(아침이슬)·파견(임을 위한 행진곡) 성가 모두 민중가요가 불러져 눈길을 끌었다. 또 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미사 중에 “우리가 그동안 부르지 못했던 노래를 불러보자”고 말한 뒤, ‘대한민국 헌법1조’를 선창해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사제단은 이날 ‘용산 참사’ 유가족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봉헌금을 모금하기도 했으며, 유가족을 대표해, 고 이성수 씨의 부인인 권명숙 씨가 ‘제대’ 앞으로 나와 사제단 신부들과 이날 미사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권 씨는 남편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남편은 생전에 의리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검찰은 그런 남편을 보고 ‘외부 사람이 왜 농성을 벌이나’고 의심하지만, 철거민들은 혼자서는 용역 깡패와 경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철연에 가입하고 다른 어려운 곳의 활동을 품앗이로 도왔죠.

참사가 일어나기 하루 전 망루 근처로 올라갔는데, 남편이 반갑게 손을 흔들더군요. 자신도 힘들 텐데, 저보고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게 남편을 본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아들에게 용돈을 제대로 주지 못하면, 뒤에서 아들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던 자상한 아버지였습니다. 그런 남편을 다시 보지 못하니 가슴이 다시 메여옵니다.”

   
  ▲’미사보’를 쓴 천주교 신자가 촛불을 들고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사진=손기영 기자 

권명숙 씨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자, 이를 바라보던 김인국 신부는 “연대하는 것이 왜 죄가 되냐”며 “여러분을 테러리스트라고 한다면, 저희들은 ‘외부세력’이 되어서 도와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제단은 ‘재앙과 파국의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전문 보기)을 통해, △국민 분열의 죄 △역사왜곡과 폄하의 죄 △민족분열의 죄 △민주주의 파탄 죄 등 이명박 정부의 ‘4대 죄악’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사제단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가치관의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킨 이명박 정부의 과오는 하느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중대 범죄”라며 “그러므로 사제들은 거룩한 분노로 맞서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어 “신앙의 소명과 역사의 책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사제들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교만과 탐욕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통치자에게 더 이상 사람의 길, 생명의 길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제단 신부들과 함께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유가족들 (사진=손기영 기자) 

   
  ▲사제단 신부들이 스크럼을 짜고, 경찰의 진압을 몸으로 막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밤 9시 경 시국미사를 마친 신부들과 시민들은 “명박 퇴진, 석기 구속”, “구속자를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명동성당까지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주변에 전경들을 집중 배치시키고, 이들의 행진을 제지했다.

또 명동 입구로 가는 도로를 ‘폴리스라인’으로 봉쇄한 채, 주변 인도로 행진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사제단 신부들은 “인도가 너무 좁아 많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행진을 할 수 없기에, 도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을지로입구 사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항의 농성을 벌였다.

밤 10시 15분 경 경찰은 참석자들을 인도 쪽으로 밀어붙이며 강제해산을 시도했지만, 사제단 신부들은 스크럼을 짜고 경찰 진압을 몸으로 막으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2명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제단과 시민들은 이후 인도를 통해 명동성당까지 행진을 벌인 뒤, 밤 11시 경 자진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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