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경제권 편입, 장기적 불가피성 말한 것
    2009년 02월 03일 12:10 오후

Print Friendly

박노자 교수께서 자신의 글에서 "중화권 편입의 장기적 불가피성을 이야기했는데, 그 편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처럼 오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으며, <레디앙>의 편집 과정에서 마치 중국 패권을 긍정하는 것처럼 나온 부분이 있다"며 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편집자 주>

                                                  * * *

중화권 편입의 장기적 불가피성을 이야기한 것

사족 1: 방금 댓글들을 보니 약간 오독하신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말씀드려야 할 듯합니다. 제가 한반도가 중화권 안으로 흡입이 돼가는 것이 앞으로 10~20년 간 내지 그 이상에 걸치는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지 ‘좋은 일’로 본다든가 ‘긍정’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사회주의자는 부르주아 국가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역학관계의 변화를 ‘긍정’할 일은 없지만 일단 그 변모의 양상을 파악해보려는 시도를 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썼을 뿐입니다.

경제 관계라는 것은, ‘부정’과 ‘긍정’을 넘어서는 우리의 객관적인 ‘현실’이지요. 우리가 1997년부터 지금까지 연 평균 5~6%로 성장해왔지만 그 성장률의 절반 정도는 대중국 무역 및 투자관계에 힘 입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나라가 타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 가치의 교환물이라면 아마도 ‘지식’일 것입니다. 미국 패권의 상당 부분은, 미국 대학교들이 가장 우수한 외국 교수,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오기도 합니다. 유럽 나라들을 보면 전체 학생 중에서는 외국유학생의 비율은 많게는 독일처럼 17% 정도고, 적게는 스웨덴처럼 9% 정도입니다.

그러기에 그런 나라들을 보고 ‘핵심부’라고 부르지요. 대한민국에서는 전체 학생 중에서 외국인 학생의 비율은 0.7%이고 그 중에서는 68% 이상이 중국인들입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지식체계에 그나마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타자는 중국(그리고 베트남과 몽골) 등 외에 과연 있나요?

일본의 지식체계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어온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인 것처럼 말씀입니다. 하여간 부르주아 국가들을 이상시할 것도 악마시할 것도 없지만 저들 사이의 역학 관계의 현실만 바로 보자, 이것입니다.

계급투쟁 우군은 일본과 중국의 ‘동지들’

사족 2: 저는 중국인들의 계급 투쟁의 가능성을 전혀 무시하는 것은 아니고 조만간에 그 문제에 대해 따로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사실 앞으로 우리 국내 계급 투쟁의 가장 가까운 우군은 바로 (일본 동지들과 함께) 중국 동지들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체로 반체제 투쟁은 묘하게도 제도권이 잡은 국제관계의 판도를 따르는 경향이 있어요. 지금 한국의 반체제 운동은, 미국이나 서구가 생산한 이론들을 그 준거틀로 삼고 있다는 현실은, 미국 패권 판도 안에서의 한국의 위치와도 연관돼 있습니다.

예컨대 <맞불> 같은 신문을 보시면 상당부분의 자료는 그냥 영어 자료의 번역물들입니다. <대한매일신보>가 <경국미담> 등 일본의 개화주의적 소설을 번역해 실어 ‘선진문물 수입’이라고 했던 시대와 달라진 게 없어요. 순종의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지요.

그런데 앞으로는 우리가 일본, 중국 동지들과 훨씬 더 수평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와 서구 사이의 관계 판도와 달리 이쪽에서는 그렇게 확연한 ‘시차’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미국 패권 종식 이후 

사족 3: 종합적으로 보면 역사에서 ‘진보’와 ‘모순의 심화’는 늘 같이 갑니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 때에 또 진보적인/긍정적인 측면들과 그렇지 않은 측면들이 함께 가시화됩니다. 한반도에서 미국 패권이 종식된다는 것, 한반도가 대륙적 패권 체계에 점차 깊이 들어간다는 것도 명암이 다 있는 역사적 ‘과정’이지요.

명을 이야기하자면 이북과의 적대 관계 청산의 가능성이 최초로 현실화되는 것이고, 암을 이야기하자면 한국 지배자들이 아마도 국내 정치, 사회적 관계들을 약간 ‘중국화’시키려는, 즉 ‘자본 증식에 방해되는’ 민주주의를 질식사시키려는 책동을 많이 벌일 것입니다.

중국과 협력, 경쟁해가면서 오히려 권위주의 복구를 지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그 책동을 분쇄시켜야 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 책무입니다. 앞으로 할 일이 굉장히 많을 것이지요, 그런 측면에서는.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