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빅뱅' 경제위기→정치위기 전환
    2009년 02월 02일 11: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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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달, 2월이 왔다.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피할 수 없는 한판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관료 스스로가 3월 폭동설을 운운한 바 있고, 2월에 쏟아져 나올 50여만 명의 대학 졸업자들을 받아 줄 일자리는 불과 수만 개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론 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도 예상되는 등 올해 상반기의 경제 사회적 위기 상황이 정치적 위기로 전화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각 정파와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중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MB악법’ 2월 강행처리를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으며, 시민사회단체들은 ‘제2촛불’을 경고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민주노총도 총파업의 배수진을 치고 2월을 맞고 있다. 같은 레일 위를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 꼴이다.

정치권의 경우 지난 연말 ‘국회 전투’가 2월 임시국회로 이어지고,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파간의 기선잡기가 드세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집권 2년차에 촛불 ‘악몽’을 제거하고, 재보궐과 내년 지방선거 등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야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비판적 여론에 밀리지 않고 연초부터 강경 노선을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2월 국회, 내년 지방선거까지의 정국주도권

지난 31일 <SBS>의 ‘대통령과의 원탁대화’는 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하면 “오해”, “정치적 반대”, “일방적인 이야기”라며 듣는 척조차 하지 않았다. 김석기 경찰총장의 명줄을 계속 유지시키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2월 1일 장차관 워크숍 2일차 아침운동. ‘국민잡는 체조’를 보는 듯하다.(사진=청와대)

여기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강경 보수우파 세력들도 ‘좌파와의 전쟁’을 선동하며 강경몰이를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28일 김대중 고문의 기명칼럼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옥죄는 것은 사사건건, 호시탐탐 그의 발목을 잡는 ‘좌파’의 공세”라고 강변했다.  

김대중은 “좌파와의 싸움이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면, 그들이 잡은 발목을 빼내기 위해서라도 그 싸움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며 “좌파에 밀리면 경제도 살릴 수 없다. 그것이 그가 실패 속에서도 이기는 길이며 ‘이명박의 5년’을 남기는 길”이라며 참주선동하고 나섰다.

불협화음 불거진 한나라당

그동안 충실하게 청와대 ‘소총수’ 역할을 수행했던 한나라당 내부에서 일부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개의치 않고 있다. 지난달 친위내각 구성 이후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들까지 이번 개각에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홍준표 원내대표도 청와대와 계속 불협화음을 내고 있으나 청와대의 돌격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2일 박근혜 전 대표가 청와대 오찬 모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전’에 신중하게 대처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 역시 2월 정국의 ‘전투적 성격’을 전환시켜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의 정책 파트너를 자임하는 한국노총의 불만 등 지지 세력 내부의 비판과 보수 진영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이명박 밀어붙이기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집권파와 보수 강경파들의 전투태세는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월 한 달이 쉽게 넘어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 1월 30일 열린 ‘2월 국회 중점처리법안 설명회’ (사진=한나라당)

한나라당은 박희태 대표를 중심으로 강경파들이 똘똘 뭉쳐 반드시 2월 국회에서 ‘MB악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주호영 한나라당 원내수석은 2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이견은 다수 의견 따르는 게 조직인의 도리”라며 당내 불협화음을 겨냥한 뒤 “법안 상정에 다 합의가 필요하다는 (민주당 주장은) 우스운 일”이라며 일방적 국회 운영을 예고했다. 

야4당, 22년만의 공동집회

이에 맞선 야권은 ‘결사 항전’을 내세우며 전투 모드로 돌입했다. 2월의 첫날,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4당이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집회를 주최한 것은 ‘용산참사 책임자 처벌’과 ‘2월 국회’란 당면 과제에 대비해 각각의 전략적 목표는 다르더라도 한시적 ‘반이명박 투쟁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노동당은 "4.29 재·보궐 선거는 그 첫 출발점으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큰 정치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혀 공동투쟁 전선이 선거연합 등 정치적 연대로 ‘진화’될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노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하는 ‘남북관계 타개를 위해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긴급 시국회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대항 전선을 만들 동력을 자체 힘으로 형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이명박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1일 집회현장에서 "철거-재개발-뉴타운 등에 민주당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성한다"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MB악법’은 용납할 수 없으며 12월 국회처럼 똘똘뭉쳐 ‘MB악법’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신당은 2월 국회를 맞이하면서 ‘반이명박 전선’에 참여했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또다른 쟁점법안인 ‘한미FTA’ 저지에 당력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반신자유주의를 기조로 민주당과 일정한 차별성을 보이려는 것이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미디어 관련법이나 금산분리 완화, ‘용산참사’에 등 당면한 2월 국회의 쟁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기 때문에 큰 틀에서의 ‘반이명박 전선’에 참여했지만, 진보신당만의 경제대안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안하면서 ‘한미FTA’와 ‘비정규직법’ 문제를 중심으로 원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략적 목표와 정치적 계산이 다를 수밖에 없는 야권이 2월 전투를 위한 공동 전선을 어느 수준과 강도로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반이명박 전선’ 얼마나 갈까?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이와 관련 “민주당이 일시적으로 시민사회단체와 공조를 보이고 있으나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으며 대체로 권력을 중심으로 정치행보를 하기 때문에 공공성 이슈를 중심에 놓고 공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조 교수는 “제도정치에 부분적 역할을 부여하며 장외의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MB악법’으로 분위기는 고양되어 있으나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 2월 1일 열린 ‘용산참사 폭력살인진압 규탄 및 MB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 야당 대표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시민사회단체도 다양한 요구와 과제를 2월 입법 상황과 연계시켜 투쟁을 조직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준하는 총력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해,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을 고리로 대응해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언론노조의 경우 미디어 관련법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1일 집회 현장에서 “용산참사는 정권이 왜 언론을 무리하게 장악하려 하는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며 “언론노조는 2월에도 방송법 개악 저지를 위해 맨 앞에서 힘차게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는 2월 정국에 대해 “용산참사가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가 ‘MB악법’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이 정부가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노 대표는 “지금 정부관료들부터 3월 폭동설이 나올 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앞으로 2월 졸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면 취업-실업문제가 나올 것이고 대학등록금 문제도 거론될 것이며 비정규직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내몰리는 상황이 이루지는 2월 정국은 그야말로 ‘경제위기가 정치위기가 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 대표는 “진보신당은 당면한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단체와 협력해 나갈 것이며 동시에 시급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진보신당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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