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 20%가 부동산, 사주들은 집부자
        2009년 02월 02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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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우리가 쫓겨난다고 신문에서 써준 적 있습니까. 언제 우리가 통곡한다고 텔레비전에 비춰준 적 있습니까. 우리가 살게만 해달라고 호소할 때 기자님들이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오늘 같은 일이 없었을 겁니다. …기자님들 제발 양심 좀 찾으세요. 불쌍한 우리를 두 번 죽이십니까. 조중동 기자님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경찰 특공대는 우리 아저씨를 죽였지만 여러분들은 우리 가족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대국민호소문(2009.1.23 촛불집회)

    ‘고립-분열-섬멸’식 용산참사 보도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용산참사를 보도하는 태도는 확실히 다르다. 경찰특공대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탓에 한겨레, 경향신문과 같은 개혁 성향의 신문은 물론이고 대다수 신문 방송이 이번 사태를 부른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화염병 책임론, 전철연 배후론를 제기하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편드는 듯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으니, 유족들이 ‘경찰이 아저씨를 죽이더니 조중동이 가족을 죽인다’며 분개할 만도 하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용산참사 보도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룰 때와 많이 닮았다. 이들의 파업 보도는 군사작전에서 적을 상대로 한 선무공작 전술 교본을 연상시키는 ‘고립-분열-섬멸-확인사살’의 단계를 밟는데, 용산참사 보도도 유사하다.

    경찰 보다 먼저 철거민 농성장에 ‘투입’돼 ‘화염병을 던지고 화공약품을 뿌린다’며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부각시켜 국민 여론으로부터 고립을 시도한 건 조선과 동아였다. 검찰보다 먼저 ‘전철연 배후설’을 꺼내 철거민 내부를 갈라 치는 분열을 꾀한 것도 조선, 중앙, 동아일보다.

    도대체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왜 이처럼 비교적 실체가 명확한 사건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사회적 약자를 몰아세우고 경찰의 과잉진압을 싸고도는 듯한 보도를 하는 걸까.

    이름 석 자 달린 기사를 이 모양으로 쓰는 기자들의 잘못도 탓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사의 세세한 방향과 논조까지 그 신문사 상부에서 내려오는 대로 쓰는 우리 현실에서 일선 기자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독립운동을 폭도와 비적(匪賊)으로, 민주화 운동을 체제전복으로 보도해온 일제시대와 독재정권 시절의 오랜 ‘공안논리’ ‘치안논리’가 몸에 밴 탓도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용산 참사는 경찰의 과잉진압이자 큰 이권이 부동산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각도를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용산참사는 겉으로는 철거민 – 경찰 특공대, 세입자 – 지주조합의 갈등 구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양파껍질을 벗기다 보면 이 일대 초대형 개발을 주도하는 건설재벌들의 이해관계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 광고 중 20%가 부동산 광고

    우리나라 신문은 어느 누구를 가릴 것 없이 구독료보다 광고료에 의존해 경영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신문발전위원회에 따르면 신문사들의 수입 중 구독료 대 광고비 비율은 24:76으로 수입의 4분의 3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프랑스나 영국 등 선진국 신문사들의 경우 구독료 수입이 광고의 2배에 달하거나 최소한 반반의 비중인 것과 비교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입 구조로만 본다면 우리나라 신문사들은 독자인 국민보다 광고를 주는 재벌과 기업 눈치를 더 봐야 하는 처지다.

    더구나 인터넷이 발달하고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커져 신문 구독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로 재벌기업들이 광고비를 줄이고 있어 신문사들은 재벌기업들의 눈치를 더 많이 봐야 하는 처지다. 작년 한 해 주요 신문사들의 광고 수입은 2007년에 비해 16%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신문에 실리는 광고 중에 아파트 분양광고를 비롯한 부동산 광고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경우 전체 광고 중 20% 정도가 부동산 광고다.

    민언련이 2008년 8월18일부터 9월27일까지 주요 중앙일간지 광고지면을 분석한 데 따르면 조선일보는 전체 광고 중 23%가 부동산 광고였고, 중앙일보는 18%, 동아일보는 16%로 나타났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이 각각 9%와 7%에 머문 데 비하면 부동산 광고 비중이 최고 3배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5년 조사 당시 조선 23%, 중앙 22%, 동아 22%였던 것과 비교하면 조선은 중앙과 동아는 비중이 줄었고 조선은 여전하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용산 4구역의 재개발 시공은 삼성물산, 포스코, 대림 등 세 개 건설재벌이 맡고 있다. 또 4구역을 포함해 사업비만 28조원에 달하는 용산역세권 개발은 주간사인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산업개발, GS, 금호, 두산, 롯데, SK 등 사실상 우리나라 건설재벌들이 총출동해 참가하고 있다.

    건설재벌들은 그렇지 않아도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는 등 경기침체로 아파트 장사가 어렵게 되자 분양이 보장돼 있는 재개발 재건축에 눈을 돌려 수주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철거민 저항과 같은 돈벌이에 방해되는 일이 용인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강경하게 다스리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들 건설재벌은 신문광고를 가장 많이 내는 광고주인데, 철거민들의 농성과 시위는 광고주인 건설재벌의 돈벌이를 방해하는 일인 셈이다. 

    조중동 사주의 부동산 재산은?

    우리나라 신문사들의 보도태도는 신문사의 소유구조나 사주들의 성향에 큰 영향을 받는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족벌언론으로 지목될 정도로 사주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동산 부자들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하는 문제를 두고 세 신문사가 똑같이 ‘세금폭탄’론을 제기하며 반발할 때는 사주들이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부자들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KBS 미디어포커스가 공개한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주들과 대표이사의 부동산 재산을 보자. 물론 2년 전 자료니 그 뒤 변화가 있었음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담을 따라 차로 달려도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비싸다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흑석동 자택입니다. 대지 1542평, 주택공시가격 86억 3천만 원.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40.9% 늘어 1억4천750만원에 이릅니다.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과 아들 김재호 대표이사가 사는 가회동 고택은 23억 2천만 원, 보유세만 2천5백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한남동 저택은 17억 3천만 원, 윤세영 SBS 회장의 방배동 저택의 공시가격도 19억 원이 넘습니다.

    주요 신문, 방송사 대표이사 20명의 거주지 주소 등기부등본을 토대로 주택 공시 가격을 확인해본 결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1위, 문화일보 이병규 대표이사가 2위, 중앙일보 홍석현 대표이사가 3위, 매일경제 장대환 대표이사가 4위, 조선일보 김문순 대표이사가 5위로 나타났습니다.”

    – KBS <미디어포커스 – 세금폭탄 보도 왜 계속하나>, 2007.3.24

       
      

    용산참사 보도와 사주들의 부동산 재산이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측정할 수는 없지만, 사주들의 부동산 재산이 많을수록 철거민들에게 냉혹하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정당성을 더 두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방송진출 위해 이명박 정권 힘 실어주기?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방송 진출을 꾀하고 있는 점도 용산참사 보도와 연관지어볼 대목이다.

    보도에 따르면 세 신문사는 모두 방송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케이블 채널 4개를 운영하고 있는 중앙일보가 가장 적극적이고,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연내 방송 진출을 공식 선언했으며, 동아일보도 방송진출이 시대적 사명이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그동안에도 방송 진출을 하고 싶었지만, 여론 독점 우려 때문에 사실상 금지돼있어 시도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자 방송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실질적인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문제는 재벌과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방송 장악 우려 때문에 방송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전쟁’을 벌이던 중에 처리를 2월국회에 넘겨놓은 상태에서 용산참사가 터졌다는 점이다. 용산참사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수세에 몰리게 되면 2월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용산참사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2월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방송 진출의 숙원을 이룰 수 있는 정국이 된 것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용산참사 보도 태도는 균형을 잃었고,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 신문들의 보도를 보면서 위로는커녕 자신들을 죽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보도는 정녕 계속 이런 식이어야 하는가.

    * 이 글은 오마이블로그 ‘손낙구의 세상공부‘에 올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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