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는 똑똑한 제국주의자일뿐
    한국경제 대안은 중국 영향권 편입
        2009년 02월 02일 09: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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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권 초기라서 불가피한 현상인가요? <한겨레>와 같은 비교적으로 진보적인 매체에서조차 오바마에 대한 온갖 ‘기대’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두 가지 요인이 크게 작용되지요.

    하나는 ‘유색인종 출신의 최초의 대통령’에 대한 아주 당연한 친근감이고(저마저도 이 정도의 친근감을 느끼지요), 또 하나는 대중국, 대북 정책을 합리적으로 처리해 한반도 평화의 기초를 놓지 않을까 라는, 역시 이유 있는 기대입니다.

    "착한 정치인은 없다"

    왜 ‘이유 있다’고 하느냐 하면, 오바마가 착해서가 아닙니다. ‘착한 정치인’이라는 말 자체는 형용모순이지만(레닌이나 트로츠키 같은 이들도 ‘위대한’ 정치인이라 할 수 있어도 ‘착한’ 사람이라고 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게 인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직업 선택의 문제지요), 미국 대통령이라는 직업 그 자체는 타자에 대한 살인 명령을 내려야 하는 부분을 필수적으로 내포합니다.

       
     

    지금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오바마가 벌써 20여 명의 민간인을 희생시킨 파키스탄 국경 마을에 대한 미사일 포격을 승인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시작이고 앞으로는 그 규모가 계속 커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바마가 ‘제국주의 반대자’라기보다는 ‘똑똑한 제국주의자’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즉, 아프간 등 전략적으로 긴요한 교두보들에 대한 괴뢰정권 강화 정책 등을 추구하면서도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전체적 대외정책 효율성을 높이려는, 그런 ‘스마트 제국주의자’지요.

    매년 예산 적자 폭을 1조 달러로 하고, 그만큼 국채를 추가 발행하겠다는 케인스주의적 대통령은, 미국 국채의 주된 구매자인 중국과의 관계를 당연히 잘 관리해야 할 것이고, 그만큼 중국의 번견(番犬)인 북한을 공연히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저로서 기분 좋은 부분이지만- 이번 오바마 임기 내에 ‘악질적 미제’가 ‘주체 혁명의 수도’에서 대사관을 열고, 주체형 혁명가들 중에서 특히 주상의 신임을 잘 받는 일부 고위급 동지들의 자녀들이 그 귀한 몸으로 바로 미제의 소굴에 가서 -남한 상류, 중산 계층의 아이들과 함께- ‘미제놈’들의 비즈니스 기술을 익힐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오바마는 똑똑한 제국주의자

    뭐, 그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도 ‘미제 대 조선민주주의민민공화국을 중심으로 하는 민족세력’이란 주된 전선으로 보는 주사파들의 두뇌 속에서 혁명이 일어날 일은 없겠지요. 어떻게든 변명을 찾겠지요? 그러나 어쨌든 그렇게 돼서 이명박 식의 강경론이 찬밥 신세가 되고 한반도 주위의 분위기가 좀 안정화되면 참 좋은 일입니다.

    구헤게모니 세력인 미국이 당분간 신헤게모니 세력인 중국과의 관계 ‘관리’ 필요성이 더욱더 높아진다면 아예 남한에서 미군을 빼는 등 남한을 중국 영향권에 편입시켜주게 놓아두는 커다란 ‘선물’을 준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될 때에 이명박처럼 미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려는 이들의 얼굴 표정이라도 좀 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것은 한반도 주위에서 전개될 헤게모니적 게임의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고, 그 외에는 또 훨씬 더 끔찍하고 비관적 시나리오들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오바마에게 북한에 대한 상식적 접근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어도, 한국까지 행복하게 해줄 ‘세계 공황의 해법’을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허황된 일입니다. 이건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세계 체제 논리의 문제지요.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역사를 보시면 헤게모니가 몰락돼가는 구세력들은 공황이라는 비상 상황을 맞이할 때에 늘 ‘보호주의’라는 껍질 안으로 들어가 보호 무역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려 하지요.

    미국, 보호주의 껍질 안으로 들어갈 것

    예컨대 지난 번의 대공황, 즉 1929년 이후의 그 당시의 구헤게모니 세력인 영국의 공황 대책을 한 번 보시지요. 1931년의 총선 이전까지 정통 자유주의적 방법을 다 해보고 전혀 먹혀들지 않자, 1931년 이후에 파운드를 크게 평가절하하는 등 인플레이를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이자율을 기존의 6%에서 2%까지 대폭 내리고, 가장 핵심적으로는 일체 수입품에 대한 10% 내지 그 이상의 관세를 물게 하는 등 대영제국 안에서의 보호 무역 체계를 형성했습니다.

    그 당시에 그 보호 무역 블록은 인도 등의 식민지뿐만 아니라 캐나다 등까지 포함하고 있었기에 상당히 큰 시장을 이루었지요. 누구로부터 보호냐 하면 당연히 신흥 헤게모니 세력인 미국으로부터의 보호이었지요.

    그 당시의 영국제 오스틴 자동차 등은, 이와 같은 보호 장벽의 덕분이 아니라면 포드 등 미국제의 보다 우수한 자동차들과 경쟁이라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오스틴, 모리스 등 그 당시 영국 자동차 업체들을 키워주고 미국이라는 보다 힘센 경쟁자로부터 보호해준 것은 대영제국 보호 무역 블록이었지요.

    그렇게 해서 1934년 이후에 실업률이 약간 내려갔지만 진정한 공황 극복은 1936년부터, 즉 독일과의 무장 경쟁이 시작된 이후부터 시작됐습니다. 전쟁이라는 ‘특수’가 없으면 몰락돼 가는 구헤게모니 세력의 시장 부양이란 정말 가능하기라도 한다고 보십니까?

    1930년대의 오스틴과 모리스는 오늘날 GM과 포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1930년대의 영국의 자동체 업체들이 미국으로부터의 보호를 원했듯이 오늘날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 경쟁자들에게 연전연패하고 있습니다.

       
      그림=한미경제연구소

    신헤게모니 세력, 미국 보호주의 비난할 것

    1930년대에 미국 사업가들이 영국의 보호주의를 제거시켜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듯이, 이제는 아마도 중국(가전제품, 의류 등등)과 러시아(강철 등) 등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신흥세력들부터 ‘미국 보호주의’를 문제로 삼을 것입니다.

    또 미국으로서는 시업률을 낮추고 국내 소비력을 유지시켜 부동산 가격들의 지속적인 폭락을 방지하자면 고용률을 높이려는 차원에서라도 Buy American으로 전환하여, 예컨대 주요 연방 출자 프로젝트에서의 외국 업체 참여를 제한시키는 등 적당히 고립주의적 노선으로 가야 할 듯합니다.

    그게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이유는, 1930년대의 대영제국이 그랬듯이 오늘날 미국이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미국 국내 소비 시장의 규모는 아직도 10조 달러 안팎이지요.

    신흥 헤게모니 세력인 중국의 경우에는, 시중의 규모는 미국의 4분의 1 정도고, 소매 시장 전체의 규모는 아직도 1조 달러 안팎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출 의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은-1930년대의 미국처럼-자유무역 원칙에 무게를 둔다든가 아니면 무역의 호조건이 보장되는 광역의 ‘영향권’을 정치, 군사적인 방법으로 만든다든가 둘 중의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미국 시장에 대한 미련을 이제 버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지금의 상태에서는 미국으로서 자유 무역은 더 이상 (오바마와 같은 산업 자본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국익에 맞는 구호는 아닐 것입니다.

    한국의 유일한 선택은 중화권 편입

    전세계적으로 이에 따라 무역 질서가 곤란에 빠질 경우에는 한국으로서는 아마도 유일하게 4~5% 이상의 성장을 계속하는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하는 것은 유일한 선택일 겁니다. 그런 상황으로 봐서는 한미FTA를 고집하려는 국내 일부 ‘친미 완고파’들의 행동은, 1890년대 초반의 친청 민씨 세도가들의 행동과 거의 똑같이 보일 뿐입니다.

    완고파들이 뭘 원하든 간에 ‘상전 나라’로서의 미국은 이제 머지 않아 과거가 될 듯합니다. 그리고 한반도 전체가 중화 영향권으로 편입되는 경우에는, 사실 남북한의 평화 공존, 교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요.

    지금 당장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몇십 년 후에 만약 이북의 왕조와 이쪽 지배자들 사이에 통일조약이 맺어진다면 북경에서 맺어질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걸 가치 평가하시기 전에 이게 바로 ‘현실’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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