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천여 시민 경찰봉쇄 불구 집회 열어
    시민 1천여명 명동서 경찰과 몸싸움
    By mywank
        2009년 01월 31일 11:0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용산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이하 대책위)’ 주최로 31일 오후 4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차 범국민 추모대회’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청계광장 인근 거리에서 열렸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청계광장을 경찰버스 수십대로 차단하고, 100여개 중대 1만 여명의 병력을 집중 배치시켰다. 

    8,000여명의 시민은 경찰의 원천봉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명박 퇴진"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추모대회를 마친 뒤 명동까지 행진을 한 이후 명당성당에서 마무리 집회를 가졌으나 1,000여명에 가까운 시민들은 경찰과 대치하면서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이 청계광장을 봉쇄하자,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버스로 봉쇄된 청계광장 (사진=손기영 기자) 

    “국민을 죽였으면 미안하다고 해야지, 이게 뭐야?”
    “추모대회도 막고, TV보다 열 받아서 나왔다”

    청계광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은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 모여, “살인진압, 이명박 퇴진”을 외치면서 경찰의 원천봉쇄 방침을 규탄했다. 대책위는 오후 4시 15분 경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뒤, 집회장소를 급히 청계천 옆 예금보험공사 앞으로 옮겼다.

    "TV보다 열받아서 나왔다"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 손에는 하얀 국화를, 다른 한 손에는 ‘학살만행, 이명박 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추모행사는 이번 참사로 숨진 철거민들을 기리는 묵념이 진행된 뒤, ‘용산 살인진압 기독교 대책위’ 방인성 목사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다섯 분의 열사들은 이 땅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가진 자들만 위한 세상인지 우리에게 보여줬습니다. 이 분들의 외침을 어떻게 잊고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종교인으로서 의롭고 억울한 죽움은 다시 살아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늘도 이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의 희생을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이 땅은 다시 아름답게 변할 것입니다”

       
      ▲31일 열린 ‘2차 범국민추모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8,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 한 시민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 ‘용산 참사’로 숨진 철거민들의 유가족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고인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대회가 열리는 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고 이상림 씨의 딸인 이현선 씨가 무대로 올라와, 고인의 생전 모습을 떠올렸다.

    유족 "요즘 TV, 신문 보면 두통약 먹어야"

    “용산 4구역에서 장사를 하시던 저희 아버지는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30년간 식당을 하시다가 호프집으로 리모델링했고 막내 동생에게 물려주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손수 식탁 테이블도 닦으시는 등 가게를 너무 아꼈죠. 아버지는 운동권이 아니셨지만, 이 사회와 재벌들이 우리를 운동권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유가족들은 요즘 TV와 신문을 보고나면, 두통약을 먹어야 할 정도입니다. 어제 대통령이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 용산 참사에 대해서 말하는데, 말이 좋아 법치주의이지… 그것을 보고 정말 울분이 터졌습니다.”

       
      ▲추모대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고인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대책위 공동대표로 추대된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추모 발언에서 “철거민들을 폭도로 몰고 있는 이명박 정권은 작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작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들고 있는 양초를 무슨 돈으로 샀는지를 밝히라’고 지시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검찰을 시켜 ‘철거민들이 어떻게 돈을 모아서 농성을 벌였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회찬 "이명박 대통령 역사의 죄인될 것"

    노 공동대표는 이어 “지금 유가족들이 고인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이분들은 살아보려고 건물 옥상에 올라갔는데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 내려왔다”며 “저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사가 이명박 대통령을 ‘역사의 죄인’으로 법정에 세워, 유죄를 선고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금 이번 참사로 숨진 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사를 해야 하는데, 도무지 추모사를 할 수가 없다”며 “희생된 영령들을 생각하면, 추모사가 아니라 ‘규탄사’를 해야 그분들의 억울한 죽음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오늘 많은 시민들이 모여 무자비한 진압을 규탄하고, 돌아가신 영령들을 추모하려고 하는데, 경찰은 추모대회를 봉쇄했다”며 “이 때문에 애도하는 시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고, 영령들도 마음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심상정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심호섭 전빈련 공동의장, 양규헌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준비모임 대표, 이영 민가협 상임의장,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이종구 민교협 상임의장 등을 대책위 공동대표로 추대했다.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유가족들과 시민들 (사진=손기영 기자) 

       
      ▲명동 롯데영플라자 앞에서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하며,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진=손기영 기자) 

    저녁 6시 반 추모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을지로를 거쳐 명동성당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유가족들은 고인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행진대열 선두에 섰고, 시민들은 “살인정권 물러가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는 구호를 외쳤다. 

    시민 1천여명 명동서 경찰과 심한 몸싸움 

    하지만 경찰은 을지로 입구에서 시민들의 행진을 제지했으며, 시민들은 이를 뚫고 명동성당까지 행진을 계속 이어갔다. 대책위는 저녁 8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마무리집회를 연 뒤 이날 추모대회를 끝냈지만, 1,000여명의 일부 시민들은 명동 롯데영플라자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도로에 있단 시민들을 인도 쪽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단체 깃발을 빼앗기도 했으며, 시민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 “우리 투쟁 정당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력히 저항했다. 또 이 과정에서 밤 10시 현재 시민 5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2월 7일 오후에도 ‘3차 범국민추모대회’를 청계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는 전국철거민연합, 전국빈민연합, 주거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등 20여개 빈민운동 단체들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빈민대책회의’ 주최로 ‘용산 철거민 살인 만행 이명박 정권 퇴진, 빈민탄압 중단, 민중생존권 쟁취 빈민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건설자본과 부동산 개발업자, 용역업체 그리고 이들의 충실한 대변자인 이명박 정권이 ‘용산 학살’의 진범"이라며, "지금도 전국 천여 곳에서 평온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내쫒는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개발 드라이브’가 멈추지 않는 한 용산 참사는 되풀이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