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개발, 삼성 이익만 1조4천억원"
        2009년 01월 29일 06: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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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도 열흘이 넘어가고 있다. 고인들의 시신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책임자처벌은 커녕 ‘3자금지개입법’이나 운운하고 있는 정권을 바라봐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도 마포구 아현동 등 전국 곳곳은 ‘뉴타운’과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제2, 제3의 용산참사의 가능성을 품고 사는 대한민국의 입법기관은 사고발생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주민동의 요건’을 완화하고 ‘조합설립 이후’로 시공사 선정 시점도 앞당기는 ‘도시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건설업자들을 위한 법과 정부, 용산참사는 앞으로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알리는 신호탄인지도 모른다.

       
      ▲토론회에 앞서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진보신당이 29일 오후 1시부터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개최한 ‘용산참사, 새로운 주거정책으로 해결해야’라는 주제의 토론회는 이번 참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는 ‘참사의 원인’(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제도개선 방안’(이주원 나눔과 미래 지역사회국장), ‘유지 가능한 재개발 방법’(박학룡 삼선4구역 대안개발 연구원)으로 주제를 세분해 세 명의 발제자가 각각 발표했다.

    용산참사 지속시키는 제도 바꿔야

    발제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한 목소리로 “부동산 개발정책이 아닌 시민들의 주거환경을 기준으로 한 주거복지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했으며 이러한 근본적 문제가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손낙구는 대한민국에 “부동산 먹이사슬”이 형성된 원인을 “한국형 아파트 분양제도체계”와 “뉴타운 재개발”로 꼽았다. 두 가지 모두 “정부 대신 민간 건설업체가 주택공급을 맡은 것”으로, 이번 참사는 이렇게 형성된 ‘부동산 먹이사슬’이 만들어 낸 필연이며, 특히 “건설 재벌이 총출동한 초대형 개발사업의 복판에서 터진 참사”라고 규정했다. 

    그는 “용산4구역은 사업비만 28조원에 달하며 GS, 현대산업개발, 포스코, 금호, SK, 두산, 롯데건설 등 웬만한 건설재벌은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주간사는 삼성물산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번 역세권 개발에서 삼성물산이 얻는 이익은 시공이익을 포함해 무려 1조4천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용산4구역이 “집과 건물 주인은 26%에 불과하지만, 세입자는 74%에 이른 곳”이라며 “전월세 가구 중 65%는 보증금이 5천만원에 미치지 못하며, 전월세 보증금이 1천만원이 안되거나 보증금이 아예 없는 가구도 2천여 가구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부동산 소유자인 조합원들은 최소 4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한 집주인은 내몰리고 세입자들은 전 재산이 털리거나 죽는 상황”을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손 씨는 “세입자와 영세 가구의 희생을 전제로 조합원들과 투기세력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난한 사람들 희생으로 욕망 채우는 자들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그는 “더 가혹하게 희생당하는 것은 권리금, 인테리어비도 다 떼이고 영업 손실금까지 떠안고 가야 하는 세입자들”이라며 “이런 희생을 강요하는 법적 절차는 명도소송이었고 물리적 수단은 용역깡패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빈털터리가 된 세입자 일부가 끝까지 버티자 테러진압부대인 경찰특공대가 투입돼 살인 진압을 감행하다 참사를 빚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 이전 730가구가 살 수 있었던 용산 4구역은 개발 이후 493가구 밖에 못사는 동네로 바뀌고, 돈이 적은 서민들을 쓸어낸 뒤 부유층과 상층 중산층이 들어오는 등 용산 4구역 주민이 교체될 것”이라며 “용산4구역의 일은 용산역세권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서울 35개 뉴타운지구 등 재개발 지역에서 비슷한 모양으로 되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부동산 경기부양책에서 주거복지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공공개발에 의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중심으로 민간분양 아파트도 후분양제를 도입하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주택공급과 재개발의 목표는 서민의 주거권과 주거생활 향상”에 맞추고 “건설재벌 과잉지원을 낮추고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원 나눔과 미래 지역사회국장은 구체적인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 국장은 “단기적으로는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의 속도조절이 급선무이며 장기적으로는 도정법을 정비하고 공공임대주택과 광역공영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개발사업 속도조절이 급선무

    그는 “특히 현재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도정법 등 도시개발관련 법률을 통폐합하여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가 제시한 ‘주거환경정비법’과 ‘도시재생법’ 제정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우선 문제의 최소화를 위해 도정법과 도시재정비촉진법(이하 도촉법)을 ‘주민참여확대’, ‘조합민주주의 실현’, ‘공익성 강화’, ‘세입자 주거안정 방안’ 확대 등의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도시정비사업 추진과정에 자치단체별로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상설적인 민원조정기구를 제도화해야 하며, 주민감사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입자를 조합 총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조합의 민주화가 중요하며 소수가 장악한 조합에게 부여된 과도한 의결 및 집행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원 나눔과 미래 지역사회국장

    그는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해 “주거이전비 자격취득 기준일을 사업시행인가 3개월 전으로 변경해야 하며(현행 공람공고 3개월 전), 임대주택 신청 자격취득기준일도 사업시행인가 3개월 전 거주자로 해야 한다(현행 공람공고 3개월 전)”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또 상가세입자 보상제도와 관련 “영업손실 보상 체계와 절차를 마련하고 권리금, 상권 등 감정평가에서 제외된 유무형의 자산까지 평가해야 한다”며 “특히 세입자들의 요구시 임시상가 설치 등을 제도화하여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순환재개발 방식을 도입하고 주거안정기금을 조성해야 하며 공공임대주택을 적정한 가격과 다양한 평형으로 추가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 스스로 대안계획 제시 필요

    박학룡 삼선4구역 대안개발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서울 성북구의 ‘삼선4지구 대안개발계획’의 사례를 바탕으로 “쾌적하고 유지 가능한 재개발의 조건”을 모색했다. 박 연구원은 ‘삼선4지구’역시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고급 주거지가 조성된다면 이곳에 살 주민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건설사가 개입하기 전에 주민 스스로 대안계획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개발이 주는 경제적 문제점도 있지만 삼선4구역과 같이 지역사회와 이웃에 대한 공동체의식이 온존되어 있는 곳에서는 전면 철거는 지역문화와 공동체를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기도 한다”며 “이와 함께 건축물의 64.4%를 외지인이 소유해 실제 거주민들의 처지와 주거욕구가 반영될 통로가 차단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선4지구는 주민참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려 하였으며, 그 1단계로 주민워크샵을 진행해 문제점을 파악하는 한편 마을의 가치를 공유하고 자발적 주민조직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2단계로 주택 노후화 등 드러난 문제점들을 모은 뒤 주민들이 생각하는 마을 상을 그렸으며 3단계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세부적인 조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대안개발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추진 주체와 기술-제도적 측면이 갖추어져야 한다”며 “그러나 추진 주체에서 주민과 민간세력은 참여하고 있으나 공공영역의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와 구청은 스스로 공영개발을 주도할 능력이나 의지를 상실한 무능력한 존재였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대표 "1백% 공영개발돼야"

       
      ▲박학룡 삼선4구역 대안개발 연구원

    박 연구원은 “공공은 주거지 정비사업을 단순한 물리적 주택의 교체가 아닌 도심-지역재생의 관점으로 대해야 한다”며 “삼선4지구는 주민참여 대안개발계획을 통해 주거지 정비사업의 공공적 성격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고 공공이 마땅히 져야할 책임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는 토론회에 앞서 “이번 참사는 이미 예정된 참사”라며 “철거민을 망루로 내몬 재개발 정책을 폐기하고 헌법상에 보장된 주거권이 실현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건설사들과 지주들을 위한 싹쓸이 철거는 중단돼야 한다”며 “건설사를 위한 재개발이 아닌 거주자와 주민을 위한 정책이 돼야 하며 무엇보다 100% 공영개발로 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영세민들과 세입자들도 중요한 주체”라며 “주택법, 도시정비법,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 등 재개발과 관련된 법안들은 사람이 아니라 건물 중심의 법으로 기존 법안들을 국민의 보편적 권리인 주거권을 실현하는 법안으로 재정비해야한다”며 “간담회를 바탕으로 진보신당의 정책을 정비해서 공론화할 수 있는 토론회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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