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강제징용·위안부 포기 서약?
        2009년 01월 29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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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11~12일 서울에서 가진 한일정상회담 당시 일제식민지 치하 조선인들이 당했던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이상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약했다"는 보도를 놓고 청와대-민주당이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죄하라"며 벼르고 있고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닌, 틀린 내용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퍼나르거나 인용하는 것도 법적 대응을 할 것이며 (언론사들이) 인용도 삼가 달라"는 특별주문까지 했다. 진위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이 대통령의 행동은 과연 무엇일까?

    청와대부터 언론사들까지 뒤집어 놓은 민주당 논평

    28일 청와대는 물론, 언론사,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문제의 발단은 이날 오전 민주당 논평에서 시작됐다.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강제징용·위안부 사과 요구 포기라니…바닥모를 친일’이라는 논평을 냈다. 이 부대변인은 "헤럴드트리뷴지가 인용한 AP뉴스는 지난 1월10일 한일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향후 사과요구 포기를 서약했다(pledged)고 보도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일제치하 조선소녀 300여 명을 강제징용하고도 보상을 거부한 악덕 일본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리랑 3호 위성 발사 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역사관도 없는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일제치하였던 1944년 조선인소녀 300여 명을 강제로 ‘조선인 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착취하며 임금은 물론 식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기업이다. 1988년 피해자들은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였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해 11월 이를 기각했다.

    이같은 기업이 한국우주산업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아리랑 3호 위성 발성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고, 지난 1월13일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또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당초 러시아의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통령이 (사업자를) 교체했다"며 "세계적인 금융위기 타격으로부터 탈피를 위해 일본과의 경제관계 강화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다"고 보도했고 이에 한국언론들은 한일 통화스왑 협정체결에 따른 일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분석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외신 "강제징용, 위안부문제 더이상 사과요구 않을 것 서약" 보도

    또 정상회담 직후 아소다로 일본총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역사인식 문제는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도 "양국 간 실질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청와대 또한 ‘경제협력’을 앞세웠다는 점을 적극 홍보, 당초 핵심쟁점으로 예상됐던 ‘과거사 문제’는 경제위기에서 뒤로 물려난 분위기였다.

       
      ▲ 논란이 되고 있는 AP보도. 기사 해석을 둘러쌓고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한일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 AP통신은 정상회담과 관련 예고기사에서  ‘South koreans seek relationship with Japan’ (한국은 일본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는 기사에서 ‘Lee has pledged not to seek a new apology from Japan for the use of forced labor and sex slaves during colonial rule.’라고 보도했다.

    직역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식민지통치 기간에 벌어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약속)했다’로 최근 인터넷 포털을 통해 확산, ‘마치 이 대통령이 과거사에 대해 모든 걸 포기하고 아소다로 일본 총리와 밀약을 주고 받은 것처럼’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논란이 가열되자 28일 논평을 내놓게 된 것. 민주당은 논평에서 "미쓰비시는 식민시절 조선소녀 300여 명을 강제징용하고도 보상을 거부한 악덕 일본기업이며 러시아와 달리 발사체 기술이전을 하지 않는다"며 "미사일주권 및 우주항공기술 독립과 관련깊은 위성발사체 사업에서 기술이전이 없다면 이 분야는 당연히 일본에 종속되는데 대통령은 종속을 선택했다"고 이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했다.

    민주당 "나라보다 적국을 더 사랑한다면 대통령이 아니다" 맹비난

    또 논평은 제2롯데월드도 인용하며 "이명박 대통령은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고 군통수권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며 "국민보다 친구를, 나라보다 적국을 더 사랑한다면 이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고 강력 비판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면서 진위여부가 도마위에 오르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이 논평을 수정해 다시 내보냈다.

    수정된 부분은 당초 ‘서약’이라고 해석한 부분을 ‘약속’으로 고치고 기사의 보도시점을 정상회담 이전으로 고쳤을 뿐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정상회담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향후 사과요구 포기를 약속했다고 한다’는 내용은 그대로다.

    민주당, 논평수정했지만 핵심은 ‘그대로’

    민주당은 왜 수정논평을 발표했을까? 이재명 민주당 부대변인은 "기사를 쓴 기자가 정상회담 이전에 작성된 것이라고 했고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며 "제 영어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기사에 분명히 ‘pledged’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영어사전에는 ‘pledge’가 맹세, 공약 등으로 약속보다 강한 의미로 설명돼 있다.

    이 대통령의 과거사 발언이 진위여부를 떠나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당선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인 지난 2008년 1월17일 서울 한국언론회관에서 가진 신년외신기자회견에서  ‘역대 한국대통령처럼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 자신은 이제 새로운 성숙된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사과해라 반성해라 하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며 "일본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신기자회견서 MB "사과해라 반성해라 하고 싶지 않다"

    또 이 당선인은 "앞으로 한일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하고 또 한일관계를 좋은 관계로 가져가는 것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도움된다고 본다"며 다만 "일본도 형식적 사과나 반성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 사과가 한국 국민들에게 그렇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고 말했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외신보도를 놓고 진위여부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백브리핑을 통해 ‘법적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틀린 내용 퍼나르는 것도 문제…법적 대응"

    청와대 춘추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논평 취소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보지요"라고 물으며 "전혀 사실이 아니어서 (이동관) 대변인이 백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입장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AP에서도 기사를 내렸다"며 "틀린 내용을 퍼나르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에 법적대응을 할 것이며 인용도 삼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AP에도 법적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는 "당연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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