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치만 살핀 노조 지도자들
        2009년 01월 29일 09: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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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서 계속 – 바로가기]

    라. 자유주의세력에 뒤따라간 당 활동

    개혁주의 보수정당과 차별성을 보이지 못한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2중대라는 욕을 먹더라도 개혁입법을 관철시킨다는 태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해 전당적으로 움직였던 것에 비하면 비정규 노동법개악에 대한 투쟁의 조직은 소극적이었다.

    더구나 주택문제가 한참 불거질 때도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9억에서 6억으로 강화하는 세금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투기를 부채질한 집권당과 실질적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다. 교육문제와 주택문제 등에서 중산층이 두려워한다며 진보정당다운 본질적 접근을 회피하였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의 생활이 파탄나고, 비정규직노동자로 전락하면서 개혁정권이라 자임한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감이 분노로 변해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의 전략은 국내정치에서 성과를 올릴 수 없어 남북관계사업에 치우친 열린우리당에 편승하는 동반자전략에 가까웠다. 스스로 진보의 길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 정치세력화를 추동할 지도력 구축의 실패

    합법진보정당을 통한 노동자정치세력화이니 만큼 노동조합운동의 지도자들을 후보자군으로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한 관건이었다. 그러나 앞의 조건들로 인해 노동조합의 지도자들은 여간해서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2000년 후 세 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노조운동의 지도급인사라 할 수 있는 연맹임원급의 수도권 선거출마는 각각 3명씩 한 명 중복을 감안하면 연인원 8명 출마하였고, 2002년 보궐선거출마자까지 합치면 9명이었다.

    수도권이 지역구 의석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지역주의 정치구도로 인해 수도권이 승부처가 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눈치만 보아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선거가 반복될수록 뻔한 선거결과에 출마자를 조직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지역구 선거에 나간 후보자들은 당선가능성보다 비례대표 몇 명을 당선시키는 총알받이 했다며 한탄하는 소리가 높아져만 갔다. 반복해서 출마하는 노조지도자는 한 명에 불과했던 것에서 당선가능성 없는 선거에 투자를 회피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현주소를 보는 것이다.

    노조지도부의 실질적 지도력이 부재한 조건에서 지구당활동의 내용이 노조로 연결되기가 어렵다. 노동조합이 일상적으로 고민하는 내용과 선거에서 후보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관심사가 전혀 다르게 되어 노조출신의 후보자가 거의 없는 조건에서 당과 노조와의 정체성은 더더욱 멀어지게 된다.

    바. 소결

    결국 전국적 대중지지를 조직할 내용을 끈질기게 조직하지 못한 전략부재에 기업별 체제와 소선거구제에 안주하면서 조합원 대중을 정치에서 멀게 하고, 민주노동당은 분열되었으며, 뜻있는 노동자들마저도 이제는 아주 소수만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할 뿐 대부분은 방관하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3.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전략

    가. 전국적 의제와 전국적 전선의 형성

    정보통신혁명에 의해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생산성 향상과 관리의 효율성이 증대하면서 제조업 고용 비중이 축소하고, 서비스산업 영역이 확대되어 왔다.

    세계체제의 분업구조 속에 농업고용의 비중도 대폭 축소되었다. 다단계하청계열화와 비정규노동자들의 확대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과정에 있다. 한편 미국발 금융위기와 맞물려 한국의 경제도 파국으로 다가서는 양상이다.

    경제위기 속에 파탄나는 민생을 지켜내기 위한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 대한 수출에 의존하고, 또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한국경제의 성격상 모든 걸 국유화하자고 해서는 해법이 아니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민주적 경영체제를 어떻게 가져가는 게 좋은지 기업의 특성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 독점적 수출기업일수록 정부의 재정, 세제, 금융 수단을 통한 통제가 가능할 것이다.

    결국 시장영역과 공공성영역을 구분하고, 최소한 에너지, 물, 의료, 연금, 교육 등은 사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주거는 가구당 2주택 이상 소유를 제한하여 1가구 1주택을 실현하고,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방식이 타당할 것이다. 공공복지와 함께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기본소득제의 도입으로 기업이 망하더라도 노동자는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비정규노동자 특히 화물과 덤프, 특수기계 하나에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특수고용노동자의 완전한 노동3권이 보장되도록 하는 투쟁을 통해 실질적으로 노사정 역관계를 노동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별체제를 청산하고 산별노조의 제도화를 강제해 나가야 한다. 조직형식화에 머무른 산별노조운동이 이제는 제대로 된 산별의제를 갖고 투쟁을 조직하여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폐제하고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전면비례제를 관철하도록 해야 한다. 전면비례제를 제기하는 것이 갑작스럽고 쑥스러울 수 있다. 당장은 전국투쟁전선의 형성에 힘을 모으면서 선거 국면에서 선거제도 개편논의가 일어날 시점을 감안하여 요구를 제기하면 될 것이다.

    항상 강고한 투쟁이 조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별교섭의 제도화나 전면비례제의 제도화는 진보진영의 실질정치세력화와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현재의 소선거구제하에서는 대중의 불만은 촛불시위처럼 불타올랐다가 사그러드는 일규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촛불시위정국에서 한 가지 부족했던 것은 전면비례제의 요구였다.

    이미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을 하야하라고 하기에는 민중의 정서도 동의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면비례제의 요구를 관철시켜야 한다. 이미 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대안으로 정해놓고 있다. 지지율에 따른 의석배분의 원칙을 합의하면 독일식 정당명부제든 권역별 비례제든 상관은 없다.

    다만 헌법은 지역구선거제를 전제로 한 듯이 비례제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개정의 논란을 피하려면 독일식 정당명부제도 타당할 것이다.

    나. 선진활동가의 조직과 당역할의 재규정

    누가 전국전선형성의 주도주체가 될 것인가. 그것은 자본주의 계급관계를 이해한 각성한 선진노동자들의 활동체이어야 한다.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노동자회나 노동전선 등이 그 실천들을 주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현장의 대중동력을 추동하려 해도 이미 기업별체제의 기득권에 안주해온 대기업노조들이 고용을 방어하는 것 이외에 노조 이름을 보편적 의제를 갖고 파업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형성되는 활동가조직들이 직접 투쟁의 주체로 나서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이 투쟁에 앞장설 수 있도록 운동의 전국적 전망과 그에 대한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심도 있는 학습을 하는 것은 중요한 사업이다.

    문제는 일상적 실천의 구조이다. 소선거구제에서의 지구당이나 광역당, 또는 중앙당의 역할이 이들 활동가들의 실천을 담보할 장이어야 한다. 이제 소선거구제에서의 당 활동은 선거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전선을 형성하는 관계의 장이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에 명함이나 내미는 얼굴 알리는 사업이 아니라, 전국전선의 형성을 위해 공통의 의제에 대하여 함께 결정하고 투쟁전선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선거도 이러한 주체형성과 실천을 조직하는 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한 번 선거에 나왔다가 그 후유증에 다시 도전도 못하고 조직사업도 못하는 우를 극복해야 한다.

    다. 정파의 통일을 위하여

    민주노동당 분열 이래 분열된 구도하에서 선거를 치루면 다 망하는 거 아니냐면서 무조건적 통합을 요구하는 기류들이 있다. 이것 역시 과거의 반성없이 선거공학적인 지지율 몇% 올리려는 기능적 문제제기일 뿐이다.

    물론 현재 상태로 선거에 나가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다. 우선 몇 가지 급진개혁의 의제들로 전국전선을 형성하면서 자연스레 대중적 동의와 기초를 다져야 한다. 대중적 신뢰도에 따라서 조직의 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다. 주장과 요구가 같은 정당조직들에 대한 통합의 요구가 거세어 질 것이다.

    4. 맺음말

    소선거구제와 기업별체제로 대별되는 한국자본주의의 87년체제는 진보정치를 배제하는 체제이다. 현재의 정당명부비례제는 악세사리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노사정의 정치사회적 역관계가 노동이 항상 수세에 있게 되는 구도가 되는 것이다.

    87년 체제를 뛰어넘으려는 전략으로 대중운동을 조직하고 적어도 노동이 우위에 서는 정치사회적 역관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 기업별체제를 대신하는 산별노조교섭 제도화와 소선거구제를 대신하는 지지율 비율에 따른 전면비례제가 제도로서 운영되는 사회는 정치사회적 역관계가 바뀌어진 것의 결과물일 것이다.

    87년 민주화대투쟁처럼 진보정당진영이 실제적 세력화가 이루어지는 민주화대투쟁을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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