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경찰, 철 좀 들어라”
        2009년 01월 29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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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중앙대 교수가 경찰의 조직적인 <100분토론> 여론조사 개입에 대해 “철 좀 들어라”며 일침을 가했다.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경찰은 용산참사의 책임을 묻는 <100분토론>의 인터넷 여론조사에 소속 경찰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조직적인 개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중권 교수는 이에 대해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이는 “경찰이 과잉진압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태에 법적, 윤리적 책임을 묻는다 해도, 그 책임은 김석기를 비롯해 경찰 수뇌부 몇 명에게 돌아갈 텐데, 그것을 피해보겠다고 일선 경찰들까지 여론조작에 동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 사고로 다섯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는데, 점거농성 진압이 다섯 명의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해치워야 할 정도로 긴급한 과제였는가”라며 “테러리스트가 인질을 잡고 있었어도, 그런 무리한 진압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경찰이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은 작전 수행 중에 경찰관도 한 명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라며 “그 역시 죽을 필요가 없는 죽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지휘부의 오판으로 제 동료가 죽었는데, 열심히 MBC 들어가 클릭질 해대는 그 경찰들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혀를 찼다.

    진 교수는 “문제가 생겼으면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한다”며 “사고의 원인에 애써 눈을 감고, 드러난 문제를 대충 피해갈 생각이나 하다가는, 앞으로 비슷한 참사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상부의 지시를 받고 생각 없이 클릭질 하는 경찰들은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나, 이번에 순직한 동료의 죽음이 내일은 바로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진중권 교수 글 전문

    한겨레 신문을 보니, 경찰청에서 문자를 보내 경찰관들에게 용산참사 관련 여론조사에 적극 개입하라고 지시를 했다는 보도가 있네요. 이 분들이 도대체 제 정신인지,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이는 경찰에서 고민하는 것은 딱 하나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과잉진압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겠다는 것이지요.

    만약에 이 사태의 법적, 윤리적 책임을 묻는다 해도, 그 책임이 일선 경찰에게 돌아갈 것 같지는 않고, 결국 김석기를 비롯해 경찰 수뇌부 몇 명에게 돌아갈 텐데, 그것을 피해보겠다고 일선 경찰들까지 여론조작에 동원하는군요. 정신 나간 사람들입니다.

    먼저 이 사고로 다섯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놈의 점거농성 진압하는 게 과연 다섯 명의 희생을 무르씁고서라도 해치워야 할 정도로 긴급한 과제였을까요? 그런데 김석기 총장이 영전 기념으로 무리하게 진압을 시도하여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습니다.

    경찰이 존재하는 가장 큰 목적은 아마도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에 있을 겁니다. 시민의 생명은 경찰이 모든 작전 수행시에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가치입니다. 설사 테러리스트가 인질을 잡고 있었어도, 그런 무리한 진압은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결국 정권의 지시와 청장의 아첨으로 인해 안 죽어도 될 다섯 명의 시민이 죽었는데, 거기에 당연히 따라야 할 비난만은 사양하시겠다?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종류의 조직 이기주의인지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은 작전 수행 중에 경찰관도 한 명 목숨을 잃었다는 겁니다. 대간첩 작전도 아니고, 대테러 작전도 아니고, 고작 불쌍한 철거민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려 할 수밖에 없었던 농성을 진압하다가 생명을 잃었지요. 그 역시 죽을 필요가 없는 죽음을 죽은 겁니다.

    왜? 원인은 두 가지지요. ‘떼법’ 척결하겠다고 설쳐대는 정권의 정치적 주문과, 그 말도 안 되는 요구에 과잉충성 하려 한 청장의 무책임한 결정. 이 두 가지가 존재하는 이상, 또 다른 경찰관의 죽음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지휘부의 오판으로 제 동료가 죽었는데, 열심히 MBC 들어가 클릭질 해대는 그 경찰들은 도대체 뭡니까?

    문제가 생겼으면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지요. 고작 한다는 게 문자 받고 조직된 클릭질로 여론조작이나 하는 겁니다. 그렇게 사고의 원인에 애서 눈을 감고, 드러난 문제를 대충 피해갈 생각이나 하다가는, 앞으로 비슷한 참사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그러면 또 억울한 경찰관들의 죽음이 이어지겠지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생각 없이 클릭질 하는 경찰들.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나, 이번에 순직한 동료의 죽음이 내일은 바로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신들의 클릭질이 바로 옆의 동료를 죽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경찰, 제발 철 좀 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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