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분들이 돌아가셨으면 골절상으로…"
    By mywank
        2009년 01월 28일 05:5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변, 참여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단체연석회의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이 28일 오후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강제진압을 승인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경찰청장 내정자)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진상조사단은 이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 김수정 차장, 신두호 기동본부장, 이송범 경비부장, 백동산 용산경찰서장,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장, 현장 특공대 제대장 등 경찰 관계자 6명과 특공대원들도 같은 혐의로, 무허가 업체로 드러난 호람건설, 현안건설 등 용산 4구역 철거업체 책임자 2명과 용역직원들은 ‘경비업법 위반죄’로 고발했다.

       
      ▲28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는 진상조사단 관계자들 (사진=손기영 기자) 

    진상조사단은 김석기 청장 등이 △유류화재용 소화기, 매트리스와 그물망 설치 등을 계획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진압했고 △’좁은 공간에 다수가 밀집해 있는 건물 농성은 성급하게 진압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무시했으며 △화염병 등 위험물질을 소진시키지 않은 채, 무리하게 건물 안으로 진입한 것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컨테이너로 옥상에 설치된 망루를 흔들어, 대피한 철거민들의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가하고 △1차로 망루에 진입해 인화물질이 있음을 알고도, ‘집회시위현장 법집행 매뉴얼’에 명시된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으며 △이런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의 인명이 희생된 점도 꼽았다.

    진상조사단은 또 철거업체 책임자와 용역직원들이 △경비업법상 무허가 경비업 영위행위를 했고 △경비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타인에서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 경비업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분들이 돌아가셨으면 골절상으로…"

    "망루에서 떨어져 있는 나를 향해 윤용헌 씨가 ‘성우야(지석준 씨의 아들 이름) 정신차려, 여기에 있으면 죽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윤 씨가 남일당 빌딩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윤용헌, 이성수 씨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그분들이 돌아가셨으면 골절상으로 돌아가셔야지, 왜 불타서 돌아가셨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석준 씨의 진술

    진상조사단은 이날 검찰 고발 전 가진 회견에서 “경찰은 ‘사망자들이 망루 안에 죽었다’고 했지만, 부상을 당한 지석준 씨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고 윤용헌, 이성수 씨와 함께 망루 위에서 옥상으로 떨어졌고, 쓰러진 자신을 흔들었던 것은 고 윤용헌 씨였고, 불타는 망루에서 멀어지도록 부축한 것도 고 이성수 씨였다’고 진술했다"고 밝혀, 이들의 사인이 ‘화재사’ 이외에 다른 원인이 작용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고발장 제출 전, 오후 3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진상조사단은 이어 "이들이 뛰어내린 장소는 (인근) 주차장 방향의 옥상 바닥이며, 곧바로 옥상 베란다 쪽로 이동해 옥상 벽이 불길을 차단하여 보호받는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고 윤용헌, 이성수 씨의 사망 원인이 불분명하다"며 "이들의 사인이 분명히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낙준 민변 간사는 "지금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 윤용헌, 이성수 씨가 단순히 화재로 숨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은 또 망루에서 뛰어 내린 뒤에도 거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망루 안에서 타서 죽었다’고 말하는 검찰 수사는 정확한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부상자 방치

    진상조사단은 그 밖에 당시 농성자들의 진술을 전하며 “이번 사고로 부상을 당한 김창수 씨는 5~6m 높이의 망루에서 건물 옥상으로 뛰어내려 부상을 당했고, 특공대가 그를 발견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며 “김영근, 천주석 씨는 부상당한 상태에서 연행돼, 경찰 호송차량에 감금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이어 “이미 이날 오전 7시 6분에 망루에서 1차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경찰이 진압을 멈추지 않고 이후 다시 2차 진압을 강행했는데, 결국 이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도록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 수사에 중요한 정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장주영 진상조사단장(변호사)은 “경찰이 스스로 만든 수칙이 있는데, 자기들이 만든 내부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채, 성급하게 진압에 나섰다”며 “유류화재를 진압하는 소화 장비나 추락사고에 대비한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모하게 진압에 나서 참사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왼쪽)와 이상윤 인의협 사무국장이 사고 당시 다리가 부러진 지석준 씨를 고 이성수 씨가 부축하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지금 검찰수사의 지향을 보면, 여러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철거민 농성자들과 ‘전철연’에 대한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되는 반면, 경찰 진압과정의 위법성, 용역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미적거리는 등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데, 이를 공정하게 하라는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은 “전쟁에서 적군이 부상을 당해도 인도주의 차원에서 부상자를 치료한다”며 “당시 전쟁 상황도 아니었는데도 부상을 당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경찰이 진압 활동을 계속한 것은 명백히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 “당시 부상을 당한 지석준, 김영근 씨의 진술에 따르면, ‘경찰 진압을 피해 망루 위에서 옥상으로 떨어진 사람들 대부분이 당시의 충격과 공포로 건물 아래로 몸을 피하지 못해 불타 죽었다’고 말했다”며 “바닥에 농성자들의 안전을 위한 에어매트만 있었어도 이들은 옥상의 불길을 피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