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김석기 챙기는 진짜 이유는?
        2009년 01월 28일 1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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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해임이 설날 연휴를 지나면서 유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언론 역시 유임 쪽에 무게를 두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왜 그를 감싸고 도는 걸까?

    청와대는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에도 공식브리핑을 하지 않은 채 김 내정자에 대해 "검찰이 수사중이니 지켜보자", "대통령이 아직 결심이 선 것 같지 않다"는 말만 내놓았다. 가능한 유임시키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박희태 "용산 참사 큰 화제 안돼"

    일부 언론 보도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청와대는 자체조사 등을 통해 이번 용산참사에 대해 ‘경찰이 잘못했다’가 55%, ‘철거민이 지나쳤다. 법질서 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가 45% 정도로 나와, 우려했던 것만큼은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 민심을 지켜보겠다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 지난 21일 김석기 신임경찰청장(가운데)이 서울 중부경찰서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서울지방경찰청)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설 연휴가 끝난 후 ‘때맞춰’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용산 참사는 ‘별 거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에 고향을 다녀왔는데 국회에 대한 질책이 제일 많았다"며 "(용산 참사에 대해서는)잠깐 이야기했을 뿐 주제는 아니었고 큰 화제가 안됐다. 본체하고는 별 관련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처음부터 선 진상규명 후책임소재를 가리려 했으니까 검찰에서 조사해서 밝히면 그에 따른 당의 의견을 국민 앞에 밝히겠다"고 말해, 편파적인 검찰 수사를 무기 삼아 국면을 벗어날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또 야당의 국정조사요구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는 원래 권한을 가진 기관의 조사가 끝난 뒤에 그것이 미흡할 때 국회에서 국정 조사를 하는 것이지 수사 기관보다 먼저 앞서서 하는 게 아니"라며 국정조사에 대한 거부입장을 밝혔다.

    촛불 교훈은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것?

    청와대-한나라당이 김 내정자에 대한 경질에서 분위기가 바뀐 데에는 이 같은 자체 여론조사와 함께 야당 등 반대 여론에 밀릴 경우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판단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미국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발생한 ‘촛불집회’에 당해 집권 1년차에도 ‘MB식 개혁’을 제대로 펴보지 못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었다.

    당초 예상됐던 한나라당의 중량급 의원들의 입각이 무산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코드인사’로 귀결된 지난 개각에서 보여준 ‘MB 불도저식’ 국정운영의 기조를 이번에도 최대한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청와대가 설연휴 4대강 사업과 미디어법 등 핵심법안에 대해서 전면적인 선전전에 나선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전국 13개 고속도로 요금소를 비롯해 각급 열차, 김포공항 등에 ‘2009설 고향가는 길’ 50만부와 ‘미디어산업발전법안’ ‘4대강 살리기’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등 2월 입법전쟁 사전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 이상 정부-여당에만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서겠다는 의미다.

    보수층 결집…이명박, 마이웨이에 자신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상승도 ‘마이웨이’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화일보>의 지난 21일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32.3%로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 62.2%보다 절반 수준이지만 여론조사 날짜가 용산참사 발생 다음날에 이뤄진 데다 지난해 10월 29.5%에 비해 소폭 상승, 보수층 결집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같은 일방통행 국정운영이 계속될 경우 연초부터 야당,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청와대가 김석기 내정자를 노골적으로 감싸면서 경찰청장 임명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입장이 선회하고 있으나 이번 참사에 대해 책임은 ‘경찰의 과잉진압’이 명백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무리한 밀어붙이기에 대한 국민여론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용산참사의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과잉진압을 한 경찰에 있다는 의견이 55.1%’ ‘농성자의 불법 과격 행동에 더 책임 있다는 의견이 33.8%’로 조사됐다.

    지역불문 남성, 20~40대 ‘경찰과잉 > 농성불법’

    또 경찰의 과잉진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지역을 불문하고 전국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특히 50대 이상 응답자만 ‘농성자의 불법 과격행동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52.8%로, 경찰의 과잉진압 38.1%보다 높게 나왔을 뿐 나머지 전 연령대에서 경찰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남성의 경우 61.0%가 경찰책임을 물어 여성(31.5%)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이와 관련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는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에는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이 있는데 법적인 부분은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치적 책임은 분명한 것 같다"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경찰의 강경진압, 과잉진압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데 다수의 생각이 이렇다면 투표를 통한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정치적 책임이란 김석기 내정자 지명을 우선 철회하는 것"이라며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은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야당의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용산참사의 교훈 중 하나는 뉴타운 사업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오랫동안 거주해왔던 세입자들을 떠나게하는 것이 뉴타운이라면 이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국정조사권 발동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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