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경 말 충실한 전달자 조중동
        2009년 01월 23일 09:22 오전

    Print Friendly
       
       
     

    검찰이 ‘용산 참사’ 화재 원인을 사건 발생 당시 건물 옥상 망루 안의 ‘농성자들이 갖고 있던 화염병에 의한 것’으로 보고 철거민 5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번 화재는) 공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경찰이 화재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경찰이 망루 안에 인화성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 아니라 위험한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진압작전을 강행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용산 참사’ 책임공방이 뜨겁다.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경제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경제의 버팀목으로 기대됐던 중국이 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요국 경제가 동시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보다 5.6%, 2007년 같은 기간보다 3.4% 하락했다고 22일 밝혔다(동아 1면 <한국경제 예상보다 가파른 추락>).

    KBS노동조합이 기자·PD등 사원 8명에 대한 파면·해임 등 중징계 결정에 반발하며 22일부터 집단 대체휴가를 내고 이틀간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이는 1992년 김철수 당시 노조위원장의 직권면직 처분에 항의해 이틀 동안 제작을 거부한 지 17년 만이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약 1000여 명이 제작거부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한겨레 10면 <17년만에…KBS노조 ‘제작거부 돌입’>).

    다음은 23일자 주요 아침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원인 제공은 경찰” 반발>
    국민일보 <미, 북핵 불능화 차원 넘어 “제거”>
    동아일보 <한국경제 예상보다 가파른 추락>
    서울신문 <대세로 굳어진 마이너스 고용>
    세계일보 <작년 4분기 성장률 -5.6%>
    조선일보 <‘마이너스’의 공포>
    중앙일보 <전철연 의장 ‘망루 농성’ 개입했다>
    한겨레 <철거민 5명 구속…경찰엔 “공무집행” 면죄부>
    한국일보 <한국 경제 ‘수직 낙하’>

       
      ▲ 1월23일자 중앙일보 1면  
     

    검찰 발표에만 주목한 조선·중앙·동아

    검찰이 밝힌 사건 전말은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의 조언→투쟁기금 마련→농성 방법 연수→시위 장비 구입→건물 점거→경찰과 충돌→화재 발생’이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전철연이 세입자들의 농성자금 모금과 사용에 개입했다는 검찰 발표에 주목했고 한겨레와 경향은 검찰의 발표를 반박하는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진상 조사단’ 등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 1월23일자 조선일보 1면  
     

    이날은 신문들이 ‘용산 참사’를 보도한 지면의 양에서도 차이가 보였다. 조선은 1면 기사와 전면 2쪽 (3~4면), 중앙은 1면 기사와 전면 1쪽(5면), 동아는 1면 기사와 전면 2쪽(5~6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반면 한겨레는 1·8면 기사와 전면 4쪽(3~6면), 경향은 1·8면 기사와 전면 4쪽(3~6면)을 통해 이 내용을 전했다. 한겨레·경향이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비해 약 2배 정도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이다.

    중앙은 1면 <전철연 의장 ‘망루 농성’ 개입했나>을 통해 “‘용산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회’(철대위)는 지난해 남씨(전철연 의장)와 함께 점거 농성 계획을 세운 뒤 세입자 6명으로부터 투쟁기금 명목으로 1000만 원씩, 모두 6000만 원을 거뒀다. 세입자와 전철연 회원들은 이 돈으로 화염병·새총·식량·시너·유사 휘발유 등을 농성장에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는 검찰의 말을 전했다. 중앙은 6면 <전철연, 철거민에 망루 설치법 가르쳤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농성자들이 염산병 50개와 화염병 400개, 골프공 1만2000개를 준비했다는 점을 자세히 전했다.

    김석기 청장 “불법 폭력에 맞서 법질서를 세우는 과정서 발생”

    조선은 이날 1면 <"6명의 죽음, 정말 슬프고 안타까워… 하지만 폭력사태 진압이 경찰 임무">에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터뷰를 실었다. 6명의 죽음을 부른 이번 진압사태에서 무엇보다 경찰의 책임이 크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청장은 “지나가는 행인과 차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불법 폭력 사태를 경찰이 즉각 진압하지 않으면, 과연 경찰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번 참사는 불법 폭력에 맞서 법질서를 세우는 경찰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 1월23일자 한겨레 3면  
     

    한겨레는 3면 <화재과정 규명없이 혐의 단정…편파수사 논란> 기사에서 “화재 감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화염병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잠정적’ 판단을 영장에 명시해, 철저한 진상규명보다는 사건의 조기 종결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한겨레는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이 경찰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이는데도 왜 철거민들만 구속영장을 빨리 청구했는지 모르겠다”는 한 변호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5면 <경찰진압 ‘내부수칙’도 안 지켰다>에서 △위험물질 가득한데 진입한 점 △안전장비 설치는 시늉만 한 점 △물대포를 사용한 점 등은 경찰의 ‘집회·시위 현장 법집행 매뉴얼’ 등 작전의 기본을 무시한 채 성급하게 강제 진압에 나선 증거라고 말했다.

       
      ▲ 1월23일자 한겨레 5면  
     

    신지호, "고의 방화에 의한 것일 수도"

    이 와중에 한나라당 일부 의원은 유족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는 위험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겨레 6면 <“고의방화” “도심테러”…유족 가슴에 ‘대못질’>에 따르면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에서 아예 경찰의 강경진압을 두둔하며 “다시 이런 상황이 있어도 공권력을 투입하고 당당히 책임지겠다는 대답을 기대한 국민에게 그분(김석기 서울청장)의 답변 태도는 매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신지호 의원은 ““(용산 참사가) 고의적 방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고 장제원 의원은 “선량한 시민과 살인도 가능한 새총으로 무장된 폭력을 일삼는 집단이 같지 않다”며 시위에 나선 철거민들을 폭력집단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은재 의원은 ‘용산 참사’를 “용산 도심 테러”로 부르며 “(이번 사태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법질서를 무시한 그런 시위대가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거민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갈 곳이 없다”

    불이 난 직접적인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왜 전철연에 기댈 수밖에 없는지 이들이 왜 이런 시위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불이 난 원인을 찾고 경찰의 책임을 묻는다 해도 철거민들의 현실은 변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 1월23일자 서울신문 4면  
     

    “우리가 떠나지 못하는 것은 갈 곳이 없고 살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철거로 지난해 11월 터전을 잃은 서울 종로3가 세운상가의 상가세입자들은 근처 대체상가인 세운스퀘어에서 망해가는 상점만 바라보고 있었다. 경기 광명6동 재개발지역 세입자들은 비닐하우스에서 한겨울을 나고 있었다. 서울 4면 <“사람보다 개발우선 ‘법대로 행정’ 서민생계 알 바 없는 게 실용인지”>는 철거 뒤에도 서울 세운상가·광명6동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경향 “86년 이후 37명 사망”

    경향 5면 <불도저로 밀어버린 서민의 삶…86년 이후 37명 사망>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 뉴타운·재개발 등 도심 재생사업 지역은 당시 이 시장의 ‘개발방침’에 따라 큰 폭으로 확산됐다”며 “도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된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도심 전역을 재개발사업지로 바꿔놓아 예정지에서 쫓겨난 서민들은 갈 곳이 없어 시 외곽으로 쫓겨 가야 했다”고 전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98년 펴낸 ‘철거민이 본 철거, 서울시 철거민 운동사’에 따르면 86년부터 97년 사이 강제철거 과정에서의 폭력이나 충격, 비관 자살 등으로 숨진 재개발지역 주민은 29명에 달한다. 이후 용산 참사까지 확인된 사망자 8명을 보태면 최소 37명이 합동재개발 방식 도입 이후 ‘개발 그늘’에 몸을 묻어야 했다.

       
      ▲ 1월23일자 경향신문 5면  
     

    한겨레는 철거민들이 전철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에 주목했다. 조합과 철과 용역업체, 구청, 경찰 등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의지할 곳은 전철연 뿐이라는 것이다. 4면 <구청·경찰도 철거반 관망만 “보상·대응방식 알려줘 도움”> 기사에서 용산4구역의 한 세입자는 “철거깡패가 마을을 돌아다녀도 구청이나 시청, 경찰이 도와주지도 않는다”며 “그럴 때 전철연과 같은 단체는 주민들에게 의지처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입자는 “주민들이 철거나 보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철연이 들어와 철거에 관한 지식이나 대응방법을 알려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그러나 이들의 투쟁방식에 대해서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선 “겁 없는 좌파세력들, 용산 불행 이용해 ‘촛불 재판’ 꿈꾸나”

    이날 신문 사설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목소릴 전했다. 한겨레 경향은 경찰의 책임을 강도 높게 요구한 반면 조선은 “겁 없는 좌파세력들이 용산 불행을 이용해 ‘촛불 재판’을 꿈꾼다”고 비난했다.

    경향 사설 <철거민 탓하면서 ‘용산 참사’ 수습할 수 있나>는 “검찰이 서둘러 참사의 원인을 나름대로 정리한 것은 설 민심 악화를 우려해 정권의 책임론을 희석시키고 철거민의 원천 책임론을 공식화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인다”며 “그런 맥락에서 시위대 5명을 구속하고 ‘과잉진압을 비판할 수 있지만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검찰의 결론은 여권과 검찰이 짜고 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사설은 “반쪽 수사나 김 내정자 퇴진으로 이번 참사의 진실을 덮을 수 없다”며 “검찰이 못하겠다면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제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하며 대통령은 겸허한 반성과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 1월23일자 조선 사설  
     

    조선 사설 <겁 없는 좌파세력들, 용산 불행 이용해 ‘촛불 재판’ 꿈꾸나>는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원회’ 유인물에 적힌 58개 가입단체 명단을 보면 작년 5월부터 석 달 동안 서울 도심을 폭력시위대의 해방구로 만든 광우병대책회의에 참가했던 단체들”이라며 “광우병대책회의가 용산대책위로 이름만 바꾼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선은 “사건 몇 시간 만에 이렇게 재빨리 연대기구를 만들어 행동 스케줄까지 발표하는 걸 보면 그들이 그동안 이런 사건이 터지기를 얼마나 목을 빼고 기다렸는지 알 것 같다”며 “서울 한복판을 무법천지의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 1월23일자 경향신문 1면  
     

       
      ▲ 1월23일자 경향신문 4면  
     

    한겨레·경향 “원인제공은 경찰”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원인제공은 경찰”이라는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이들 신문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경향 4면 <검찰 “철거민만 책임 있고, 경찰에게는 없다”>는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원인이 철거민에게 있고 경찰에게는 없다는 검찰의 수사 결론에 대해 형평성을 잃은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의 본질은 ‘화인(火因)’이 아니라 경찰의 무리한 강경진압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을 더 비중 있게 본 것이다. 기사는 “김경한 법무장관은 지난해 9월 한나라당 토론회에서 ‘법 집행 과정에서 다소 상대방에게 물리적인 피해가 가더라도 정당한 공무집행이면 면책하도록 하겠다’고 언명한 바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진압 과정에 발생한 경찰의 ‘무리수’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가능성은 애초부터 크지 않았다…검찰은 진압에 나섰던 경찰특공대원의 진술을 중심으로 화재 원인을 판단해 수사의 신뢰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