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도'의 사연
        2009년 01월 22일 04: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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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도가 된 사람들의 인생유전을 볼까요? 먼저 청춘을 바쳐 일한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합니다. 흔히 노동자만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담하죠. 다음은 퇴직금으로 조그만 가게를 엽니다. 인테리어다 뭐다 해서 얼마 안되는 돈을 다 쏟아 붓습니다.

    그런데 건설족들이 투기 이익을 얻기 위해 이 동네를 재개발합니다. 보상과 이주비라며 쥐꼬리같은 돈을 내놓습니다. 죽으라는 얘깁니다. 결국 대책을 요구하며 망루에 오릅니다. 망루에 오르는 것도 ‘테러’라는 딱지를 붙이고, 대 테러 전담 경찰특공대의 과잉진압 대상이 됩니다.

    고깃집 주인, 호프집 주인에서 마지막엔 졸지에 ‘폭도’가 되어 불에 타 죽습니다. 이것이 이명박 시대 막장 민생의 인생 유전입니다. 쥐박이 집권한 작년 초엔 숭례문이 불타더니 집권 2년 째인 올 초엔 철거민 농성장을 불태워 사람을 무리로 죽입니다.

    저희 오빠는 용산 철거민입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그렇게 표현하더군요. 철거민….
    한겨레신문인가, 거기서만 ‘시민’이라는 표현을 쓰구요.
    네, 저희 오빠는 용산시장에서 이십년 넘게 장사해온, 지금은 철거민입니다.

    아고라는 좀 덜하지만 각종 포털과 신문에서는 "무리한 요구", "떼법", "불법시위", "폭력시위가 참사를 불러.."이런 글들이 보이는군요. 물론 "욕심 많은 것들아 잘 *졌다"라는 글도 있긴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은 극히 일부일 꺼라고 생각하고..(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권리도 없으면서 욕심을 부리면서 난동을 부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좀 계신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을 가족이 쓰면서 객관적일 수도 없고. 제가 이런 글을 올려보질 않아 제 생각을 잘 정리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까 우려도 되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생각한 바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지금 시위하는 분들은 조그맣게 좌판처럼 뻥튀기 장사하시는 분들도 있고 번듯한 갈비집 사장님이셨던 분들도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다가 퇴직하시고 동태찌개 집을 차리신 분도 있고, 오랫 동안 고깃집 하시다가 최근 많은 비용을 들여서 호프집을 개업한 분들도 있습니다.(이번에 돌아가신 분입니다.) 이 분들이 말도 안 되게, 평균 수십억대의 땅값을 받은 집주인들 처럼, 권리금 처럼 억대를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보상가 책정과 재개발 기간 중에 장사할 수 있는 임시거처를 마련해달라는 것입니다. 이게 많이 무리한 요구일까요? 아니 무리한 요구더라도. 테러 진압하듯이 그렇게 진압을 했어야 할까요.

    저희 오빠의 경우는, 전세금을 빼서 용산에 방딸린 가게를 하나 얻어서 새로 시작했습니다.(집주인이 잘 아는 분이고 오랫동안 장사하던 자리라 보증금은 적게 하고 비용은 인테리어비용으로 많이 들었습니다. 모자라서 빚도 좀 내구요) 마지막에 모든 걸 걸고 시작한 가게였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장사가 잘되어 이제 오빠가 되려나보다 하고 식구들 모두 기뻐했습니다..이제 터 잡고 장사하려는데 너무 급속히 진행되는 재개발로 이전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희 오빠 가계는 용산시장에서 잘되는 편에 속했고 (하루 매출이 잘되면 50~40, 안되면 20~30정도.) 면적도 작은 편이 아니었는데 보상금 이전비용 합쳐서 이천만원 좀 안 되는 금액이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 저 금액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가게에 들어간 비용과 매출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이렇게 급하게 이천만원이라는 돈을 가지고 서울시내 어디에서 장사를 할 수 있을까요? 그건 당신들 사정이니 알 바 없고 법대로 나가 달라구요? 그럼 세입자들한테 협박하고 영업 방해하는 용역깡패들은 합법적인 건가요? 살해협박까지 받으면서도 절박하게 거기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심정을 아시나요? 용역이 세입자들한테 갖은 횡포 불법행위를 부려도 눈에 안보이던 경찰이 철거민들이 시위하자 바로 특공대를 투입하시는군요.

    남의 일 같으시죠? 오빠 일 닥치긴 전에 저도 남의 일인지 알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에 저도 남편이 언제 퇴직할지도 모르고 먹고살려면 나도 어쩌면 가게라도 차려야 할 텐데 서울 시내가 재개발 천지인 나라에서 어디에서 가게를 해야 할까요..이런 일 나는 안당하리라는 보장 있습니까? 개발 논리에 밀려서 돈 없는 사람은 호소할 때도 없고, 법으로도 보호 받지 못하는데 대체 법대로 하라는 사람들은 뭡니까? 당신들 같으면 거액이 들어간 가게를 두고 몇 백 만원 몇 천 만원의 보상비 들고 법이 이러니까 할 수 없지 하고 나오겠습니까?

    저의 오빠도. 늦은 나이에 얻게 된 6살짜리 딸래미가 있는 가장만 아니라면..포기하고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철거현장의 분위기..란 정말 공포스럽고 스산하거든요..

    저도 오빠 보러 몇 번 갔다가 다녀오면 제 마음이 우울하고 괴로워져서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가면 뭘 하나 괴롭기만 하지하고 발걸음을 끊었습니다..여전히 마음이 괴롭기만 하지 도와줄 방법은 없네요..단지 무리한 보상금 요구와 폭력시위로 저렇게 되었다는 각종 기사와 글들을 봐서 이런 글을 올립니다. 어제 촛불시위도 진압이 장난이 아니었다죠. 누구를 위한 사회 안정이고 누굴 위한 경찰입니까..사회가 불안하고 힘들수록 없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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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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