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짐승의 나라에 살고 있다”
    By mywank
        2009년 01월 22일 01: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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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에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나 저 메마른 손길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중략)

    ‘용산 참사’ 현장에 사고로 숨진 철거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기독교인들의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22일 오전 11시 사고 현장에는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예수살기 등 기독교 단체 주최로 ‘용산 철거지구 희생자를 위한 추모기도회’가 열렸다.

       
      ▲사고 현장에서 진행된 기독교 추모기도회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이곳에서 희생된 분들의 핏 소리를 듣고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게 하면, 우리는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입니다. 고 윤용헌 씨, 고 이성수 씨, 고 양회성 씨… 그리고 고 김남훈 경장, 이 분들을 위해서 묵념을 합시다.”

    이날 추모기도회의 사회를 맡은 김기석 목사는 사고가 발생한 용산구 남일당 건물을 바라보며 고인들의 이름을 불렀고, 참석자들은 머리를 숙여 묵념을 했다. 간간히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정상복 목사는 구약 성경인 ‘아모스서’의 내용을 인용해, 이번 사고를 규탄하는 강론을 했다.

    “아모스는 원래 농사를 짓는 사람이었지만, 예언자나 제사장 등 당시 사회의 권력자들이 모두 썩어, 그를 불러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창조할 때, 천하보다 귀하게 창조했지만, 사회가 부패해 가난한 이들의 목숨이 끊어지려고 했기에 아모스를 부른 것입니다.

    "기득권자들의 모습 다르지 않다" 

    아모스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기를 바랐습니다. 지금의 수구 기득권자들의 모습도 당시 기득권층과 다르지 않습니다. 테러를 진압하는 경찰을 투입해, 철거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진압의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았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아모스의 말씀처럼, 사회를 망하게 사람들을 몰아내고 가난한 이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사진=손기영 기자 

    정진우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의장)는 추모사를 통해 “지금 참담하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숨고 싶은 심정”이라며 “우리가 지금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지, 사람의 나라가 아니라 ‘짐승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이 땅에 하느님과 정의가 살아있었더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겠나”고 비판했다.

    정 목사는 이어 “이번 사고로 철거민들만 죽은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도 모두 죽어버렸다”며 “또 이명박 정권이 ‘국가권력’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국민들에게 살인행위나 자행하는 테러범이라는 사실이 만천하게 들어났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부를 쫓는 맘몬"

    박정훈 목사(통일시대평화누리 공동대표)도 추모사에서 “참 가슴이 아프고, 기독교인으로써 한없는 슬픔과 죄스러움을 가지고 여기에 서있다”며 “이들의 죽음은 이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 세상인지를 말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목사는 이어 “오늘 아침 검찰이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 때문에 불이 붙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은 원인은 부를 쫓은 ‘맘몬(신약성경에서 물질적 욕심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의 횡포’”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마련된 임시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울먹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서 이날 추모 기도회에 참석한 기독교인들은 ‘용산 참사’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번 참사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철거민과 대화시도조차 하지 않고 농성 하루 만에 특공대를 투입하여 참사를 야기한 김석기 씨의 경찰청장 내정을 취소하고 사법적인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독교인들은 이어 “이번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과정에 시민단체 대표도 참여해 정확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요구마저 등을 돌린다면, 국민들은 이 정권의 퇴진을 비롯한 강력한 요구와 투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도 이날 낮 12시 사고 현장에서 김민영 사무처장과 활동가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번 사고로 희생된 철거민들을 애도하는 추모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추도문에서 “국가폭력에 시민이 희생되지 않는 세상,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세상이 오기 위해, 철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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