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깜한 세상, 잠잘 수가 없다"
        2009년 01월 22일 10:0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판자촌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저자 조세희씨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출연해 이번 용산 참사에 대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런 불행한 일이 언젠가 한 번도 아닌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씁쓸한 심정을 드러냈다.

       
      ▲조세희씨(사진=마들연구소)

    조 씨는 30년전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던 판자촌 포크레인 사건보다 이번 참사가 “몇 배나 위력적이고 컸다”며 “3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면서 보면 잘되는 국가, 잘되는 민족은 어려운 형편에서도 그것을 뛰어 넘으며 아주 좋은 세상에(살아가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 아픔, 어땠겠는가?"

    이어 “불속에서 돌아가시는 분들, 그 아픔, 그 절망, 그 희망이 꺾어질 때 그 느낌 어땠겠는가”라며 “그걸 생각하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는 게 나 혼자뿐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구성원들 모두 가슴이 아프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굉장히 고민들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또한 “30년 전보다 현실이 더 야만적”이라며 “6~70년대는 우리의 꿈이 단순했다”며 “지금은 세계화, 시장, 신자유주의라고 말하는 것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든지 살아도 잘 살면 된다는 (인식을)심어줬는지, 뭐든 게 더 깜깜한 세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있는 세상, 우리 공동체가 가졌던 아름다운 것들이 파괴되는 그런 세상에 와 닿아 있다”며 “거기에서 인간에 대한 보호망은 전혀 없이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조 씨는 “우리 구성원에서 그래도 힘을 갖고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 공부를 제대로 하고, 인간을 인간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일이 없도록 조처를 했어야 한다”며 “국가와 공동체 안에서 높은 자리에 사람들이 마지막 힘을 다해서 버티다가 죽음의 길로 떨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불 속에서 다 탈 때, 얼마나 뜨거웠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통령과 그 휘하 밑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 한국에서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부터 자체가 그 고통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봤으면 좋겠다”며 “그런 생각을 한다고 국가 일 못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법 이전에 인간의 일"

    조 씨는 이번 참사를 ‘폭력시위’에 원인을 몰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역사를 보면 힘 있는 사람들이 가진 것은 올바른 법이라고 이야기한다”며 “그런데 우리가 그 법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난쏘공>을 쓸 때인 30년 전, 우리가 잠을 잘 때, 우리의 도시 한 쪽에서 한 아이가 배가 고파서 우는 것을 가만 놔두는 것도 폭력이라고 그랬다”며 “법과 폭력을 이야기하기 전에, 한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절망,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 국가와 민족, 우리 공동체원들은 지혜를 짜내서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쏘공>은 30년 전, 집 문제 때문에 그러한 불행을 겪는 걸 썼는데 지금 집은 부족하지 않다”며 “한국에서 부족한 건 집이 아니라 지혜”라고 말했다. 조 씨는 “힘 있는 사람들이 폭력에 의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법이라는 말 그 이전에 이것은 인간의 일이라 먼저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