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은폐 중단, 김석기 구속”
    By mywank
        2009년 01월 21일 01: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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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전 현장에 찾아갔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어요. 오늘 새벽 3시 제 눈으로 시신을 확인했는데, 비참하기 짝이 없었어요. 정말 가슴이 아프고 치가 떨릴 정도로 몸이 다 타있었어요. 제가 어제 부검을 하지 말고 저한테 돌려달라고 말했건만…. 이렇게 만신창이를 만들었어요. 끝까지 진실을 밝혀낼 거예요.”

    지난 20일 새벽 ‘용산 철거민 강제진압’ 사고로 숨진 고 이성수 씨의 유가족인 전영숙 씨는‘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 주최로 21일 오전 11시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해,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슬픔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회견에 참석한 고 이성수 씨의 유가족인 권영숙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어제 밤 철거민 사망자 5명의 부검을 마친 시신이, 한남동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족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병원 시신안치소로 달려갔지만, 경찰은 시신확인을 요구하는 이들을 제지하면서 양측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가족들 오열

    일방적인 부검 실시와 사망자 부상자 신원확인에 소극적인 정부 당국의 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들과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은폐기도 중단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사건 발생 직후 이명박 정부의 신속한 수사 당부에 따라 검찰 조사단이 긴급하게 구성됐다”며 “하지만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함이라며 신원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은 고인의 시신을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단 12시간 안에 부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반인륜적인 행태는 기가 막힐 따름이며 이는 사건의 원인을 은폐하고 조속하게 사건을 축소하고자 하는 시도에 틀림없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시신은 부검으로 인해 또 한 번 훼손되어 유가족의 고통은 두 배 세 배가 되었다”고 말했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이들은 또 “정부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정부와 공권력에 책임이 분명한 사건에서, 정부와 공권력이 살인을 자행한 세력일진대 어찌 살인자에게 진상조사를 맡길 수 있단 말이냐”며 “또 보수언론들은 화염병과 골프공을 핑계로 철거민들의 정당한 투쟁을 왜곡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석기, 원세훈 구속하라"

    이들은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는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고 김석기 청장과 원세훈 행안부 장관 등 학살만행을 직접 지휘한 핵심책임자를 구속하라”며 “대책위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지속할 것이고, 대책위에서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살인 만행의 전말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과 시신을 확인한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망 사건을 부검하는데, 유가족들의 동의조차 받지 않아 사실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우선 신분증 등 유품으로 사망자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원확인을 목적으로 부검을 진행했다는 정부당국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제가 시신을 확인해보니 부검으로 이미 두개골이 절단된 흔적이 있는 등 시신이 많이 훼손되어 있었는데, 사고과정에서 경찰의 폭력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미 부검이 이뤄진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당국은 그 결과를 조속히 유가족들에게 알려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투경찰들이 시신이 안치된 순천향병원 영안실 앞을 봉쇄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함께 시신을 확인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어제 고 이성수 씨의 시신을 확인했는데, 그의 신분증이 나왔다”며 “이 신분증을 통해 이 씨의 유족들에게 연락을 한 뒤, 부검에 대한 동의를 얻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이어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부검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어떤 이유라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진상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감출 수 없을 것”이라며 “전두환 정권 때도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부검을 강행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명받 정권은 국민들과의 ‘학살전쟁’을 벌인 뒤, 국무총리가 유감을 표명하고 수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하지만, 리모콘을 들고 ‘학살전쟁’을 지시한 장본인이 이명박 정권이기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저질적이고 비안간적인 만행에 대해, 국민들은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병원 영안실 입구 봉쇄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씨는 “(죽은 이가) 돌아가기 전에, 부모와 형제들의 얼굴이라도 봐야 하지 않겠나”며 “마지막 가는 길은 온 가족이 슬퍼하면서 보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는 나라가 아닌 것 같고, 일부 언론들은 왜곡보도를 하면 유가족들의 가슴을 찢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동을 방문한 뒤, 황급히 병원 로비에서 나오고 있는 한승수 국무총리 (사진=손기영 기자)

    한편, 이날 오전까지 고 윤용헌, 양회성, 이성수, 이상림 씨 등 이번 사고로 숨진 철거민과 진압과정에서 변을 당한 고 김남훈 경장 등 사망자 5명의 신원이 확인된 상태이며, 나머지 한 명의 시신은 훼손 상태가 심해 유전자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21일 오전 현재, 경찰은 병력 30여 명을 동원해, 시신이 안치된 순천향병원 영안실을 봉쇄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오후 2시 35분에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순천향병원을 방문했다. 한 총리는 철거민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7․8층 병동을 방문했지만, 사망자 가족들의 있는 장례식장은 찾지 않은 채 10여분 만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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