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참사와 건설재벌 CEO 출신 대통령
        2009년 01월 21일 10: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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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들어 경찰 움직임이 뭔가 심상치 않더니 결국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 용산 4구역 철거민 참사의 앞뒤를 보면 이명박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국민을 상대로 사실상의 살인을 저지른 것과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무력진압의 최종 승인자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내각이 총사퇴함은 물론 대통령이 고인의 유족들과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진심으로 참회해야 마땅하다. 공권력을 동원한 명백한 국민 타살 사건에 무슨 구구한 변명이 필요한가.

    건설재벌 돈벌이 위해 테러진압 특공대 투입했나

    그런데 이번 참사는 국가 공권력이 건설재벌의 돈벌이를 위해 사병 노릇을 하다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테러진압을 담당하는 특공대를 투입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무모한 강제진압을 감행했단 말인가.

    문제가 된 서울 용산 4구역 재개발 지역에는 40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6개동이 들어설 예정이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곳에 들어설 주상복합 아파트는 164㎡(50평)형부터 312㎡(95평)형 등 초대형이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과 경부선 용산역 걸어서 5∼7분 거리인 데다, 용산 민족공원도 가까우며 근처에 국제빌딩, 세계일보 등 빌딩은 물론 시티파크, 파크타워 등 값비싼 주상복합단지가 즐비하다.

    더구나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입주 후 전매가 가능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3.3㎡(한 평)당 분양가가 무려 3천500백만 원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싼 아파트가 한 채가 17억 원이고 비싼 건 33억 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일반 서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건설업체로서는 큰 평형의 아파트를 지을수록 건축비가 줄고 분양가도 비싸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다.

    이처럼 초고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인 이 지역 재개발의 시공은 삼성물산, 포스코, 대림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파트 건설재벌들이 맡고 있다. 철거는 현안건설산업과 호람건설 등 두 곳이 맡았다고 한다.

    물론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던 집주인과 건물 주인들도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조합을 결성해 무리하게 철거를 밀어붙여왔지만, 다른 재개발 지역 사례를 보면 이 가운데 상당수는 비싼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입주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막다른 골목 몰린 세입자들 저항 당연

    반면 재개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그 동네에서 세 들어 살거나, 세 들어 장사를 하던 세입자들이다. 세 들어 사는 처지이니 이사를 가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재개발로 인근 집과 건물의 전월세 가격이 폭등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상가에 세 들어 가게나 식당을 운영하는 세입자의 경우 권리금은 물론 각종 시설비도 뽑기 어렵고 상권을 옮김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넉 달 치 가계지출비에 해당하는 주거이전비나 적정액의 영업보상비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용산 4구역에서도 조합측이 주거 세입자들에게 이사비와 넉 달 치 임대료를, 건물 세입자들에게 석 달 치 수입을 보상해주겠다고 했다는데 바로 이 같은 법률 근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큰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 세입자 처지에서는 이 같은 액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상가 세입자들은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는 대체 매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용산 4구역 세입자들이 합당한 영업보상비를 지급하고 대체 매장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충분히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재개발이 성사돼 삼성이나 포스코, 대림 등 건설재벌과 철거업체, 건물 주인들이 얻게 될 막대한 이익을 생각하면, 세입자들에게 당장 먹고살 수 있는 대체 매장도 마련해주지 않고 강제철거를 밀어붙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런데도 용역업체를 동원해 세입자들을 괴롭히며 강제철거를 감행할 경우 세입자들은 막다른 골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럴 시기에 등장하는 것이 ‘골리앗’이라 불리는 철거민들의 망루다. 이번 참사가 일어난 N건물 옥상에 철거민들이 가건물을 짓고 합당한 대책을 세우기 전에 철거는 안된다고 저항한 것도 바로 이런 경우다. 역지사지로 세입자 처지가 되면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유엔 ‘강제철거는 인권 침해… 정부가 강제철거 막아야’

    이처럼 건설재벌과 철거업체, 집과 건물의 주인, 그리고 세입자들 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 정부가 설 자리를 어디인가. 마땅히 정부는 당사자들 간에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만한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 보도를 보면 철거민들은 농성을 벌이고 있던 그 시간에도 건설업체, 조합 등 이해관계자와 용산구청 등 지자체가 대화 자리를 만들 것을 요청하고 있던 중이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1993년에 강제철거(퇴거)는 인권에 대한 침해라 규정하고 정부는 강제철거를 없애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강제철거의 위협에 직면한 모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취해야 하며, 적절한 보상과 대안적인 거처나 토지를 제공하기 위해 협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특공대를 투입해 용역깡패들과 한 패가 돼서 계단 진입과 옥상 상륙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강제진압을 감행하다 끔찍한 참사를 자초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건설업체 CEO 출신으로서 ‘강제철거로 세입자들을 밀어버리고’ 돈을 벌어온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건설재벌을 대변하는 건설협회 회장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보호하고 대표하는 대통령인 만큼 최소한 유엔의 권고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뉴타운‧재개발 등 ‘서민대청소’ 사업 중단해야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개선, 뉴타운 등 그 명칭이 어떻든 뉴타운으로 통칭되는 재개발사업은 한마디로 그 동네에서 서민들을 쓸어내는 ‘서민대청소’ 작업이었다.

    최근 서울시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위원회가 밝혔듯이 뉴타운 등 재개발정책은 ‘서민들이 살던 저렴한 다가구 주택을 부수고 중산층 이상이 살 수 있는 중대형 아파트를 짓는 일’이었으며, ‘가구당 한 달 평균 207만 원 정도 버는 서민들을 내쫓고 한 달에 650만 원 이상 버는 사람만 살 수 있는 동네로 개조하는 사업’이었다.

    심한 경우 뉴타운 재개발 이후 살던 사람 열 중 여덟이 정든 동네를 등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말 그대로 ‘서민대청소’가 이뤄지고, 서울시 안에 서민이 살 곳을 아예 없애버리는 ‘서울시민 교체사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뉴타운 사업의 원조이자 그 일로 대통령도 되고 그 일로 중산층의 욕망을 자극해 한나라당 수도권 싹쓸이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톡톡한 정치적 재미를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산층의 욕망을 자극해 서민과 떼어 놓은 뒤 서민의 삶의 터전을 짓밟고 건설재벌의 탐욕을 채우는 각종 부동산 개발정책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한국사회 자체가 벼랑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번 이명박 정부의 용산 철거민 살인 사건은 이것을 너무나 잘 보여준 것이다.

    삼가 목숨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의 슬픔에 고개를 숙인다.

    * 이 글은 오마이블로그 ‘손낙구의 세상공부‘에 올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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