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이 아니라 웬수다”
        2009년 01월 19일 11: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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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소비자물가 총지수는 9.7% 상승했다. 항목별로 보면 의료서비스는 8.9%, 집세는 4.5%, 식료품은 7.6%다. 그러나 교육물가 상승률은 17.2%다. 교육비에 날개가 달렸다.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고등교육을 제공해야 할 국공립대학교가 오히려 교육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상승률이 26.4%다. 사립대학교의 경우는 22%였다. 유치원 납입금은 28.6%가 뛰었다. 학원비도 10%에서 20% 사이의 상승률을 보였다.

    통계청 2007년 서비스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업 부문 매출액은 2007년에 10.6% 증가했다. 학원부문의 매출액은 20.3% 증가했다. 정확히 두 배다. 외국어학원의 매출액은 32.4% 증가했다. 이건 세 배다.

    외국어학원은 하루에 8곳, 입시학원은 하루에 6곳에 새로 생겨났다. 학교자율화 조치 발표 이후엔 사설모의고사를 치르는 고등학교의 수가 2008년 들어 2007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안민석 의원이 공개한 바도 있다.

    한국은행의 2008년 상반기 국민소득 통계에 의하면 공식적으로 작년 상반기에 한국인이 지출한 교육비는 약 15조 원이다. 그동안 공식적인 한국인의 연간 교육비 부담 규모는 20조 원대였다. 실질적으로는 물론 30조 원 이상이라고 다들 말을 했었다. 이제 공식적으로도 30조 원 선이 돌파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2분기에 2인 이상 도시노동자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은 전년 동기대비 17.8% 증가했다. 2003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였다. 이 기간 동안 가계소득증가율은 8.5%,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은 4.6%였다.

    수입증가분 이상으로 교육비에 돈을 쓴 것이다. 가계소비지출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9.0%로 82년 사교육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민 준비자 59%가 30~40대

    교육비 지출을 주로 감당하는 부모는 30~40대다. 그래서일까? 이런 기사가 예사롭지 않다. 「30~40대, "이젠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프런티어타임스>, 2008. 10. 3)」 한 이민법률법인의 이민 관련 설문조사에서 이민 준비를 하는 사람 중 30~40대의 비율이 59%였다는 기사다.

    내 주위에도 한국에서 자식 교육시키기가 무서워 출산을 줄이거나, 대안학교로 아이를 탈출시키거나, 이민 가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사회의 등뼈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택담보대출과 실업의 공포, 노동유연성 때문에 스트레스 상태에 빠져 있는 한국의 부모들이다. 교육비가 비수가 되어 그들의 심장을 찌른다.

    <무릎팍도사>에서 한 배우는 자신의 무명시절을 회상하며, 그렇게 어려워도 힘든 내색을 안 하던 부인이 아이 교육비 얘기를 하며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고 했다. 최근 TV에 나온 쌍용자동차 노동자도 아이 교육비 얘기하다 눈물을 보였다. 그런 거다. 한국인에게 자식 교육비란.

    나 하나는 당장 어떻게 살아도 좋은데, 부모공양도 소홀할 수 있는데, 내 노후도 포기할 수 있는데,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 삶의 가치와도 같은 것. 그것이 바로 자식 교육이다. 그 비용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삶의 가치가 공격당하는 것과 같다. 교육이 한국인을 공격하는 창이 되고 있다. 교육이 아니라 ‘웬수’다.

    교육비 걱정만 덜어도 한국인의 삶이 바뀐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이 땅에서 국가는 국민을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 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교육비 상승은 외국어 즉 영어, 등록금, 입시학원비 등이 주도한다. 정부는 이 세 가지 부담을 모두 늘리고 있다. ‘어린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영어 교육비를 늘리라는 신호였다. 국제중-자사고-국립대법인화로 등록금이 올라간다. 평준화 해체와 일제고사 등으로 입시경쟁이 강화된다.

    그 귀결은 ‘돈’이다. 그 돈을 모두가 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08년 2분기에 상위 20%인 5분위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전년 동기대비 17.2% 증가할 때, 하위 20%인 1분위 가계의 지출은 12.5%가 줄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교육비를 쓰긴 하지만 저소득층은 경기불황으로 인해 소비비중은 유지하더라도 절대액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고소득층은 거침없이 교육비를 쓰고 있다.

    이 차이는 정확히 자식들의 미래를 규정할 것이다. 교육비 부담이 커질수록 보다 많은 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는 부자들과 일반 국민과의 차이가 벌어지고, 그것은 그 자식들의 신분차로 이어진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무시당할 인생행로를 가는 것을 뻔히 쳐다보고만 있을까? 악에 받쳐 교육비를 대게 된다. 하지만 경제력 격차를 뛰어넘을 순 없다. 교육비 격차는 그 차이만큼 피눈물이 되어 한국인의 가슴에 꽂힌다.

    모두가 교육비를 안 쓰게 되면 한국인의 삶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감세하고 땅 파는 데 쓸 돈이면 무상교육, 무상보육이 가능해진다. 입시경쟁을 폐지하고 평준화를 확립하면 사교육비 부담이 사라진다. 한국에서 자식 교육시키기가 무서워 이민 안 가도 된다. 이 좋은 길을 놔두고 왜 거꾸로만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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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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