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의 '용산 참사' 비틀기
        2009년 01월 22일 09: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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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오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22일자 동아일보의 편집이 두드러진다. 경찰과 검찰의 발표에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과잉진압 논란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의 해명과 달리 철거민 농성이 시작된 지 불과 3시간30분 만에 경찰특공대를 현장에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망루 안에 다량의 인화물질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진압을 강행한 사실도 밝혀졌다.

    청와대는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과 관련,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경찰청장에 내정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자진사퇴 형식으로 경질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다음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22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청·여당은 배후 부각·진상호도/ 경찰, 국회의원·여성 집단폭행>
    국민일보 <"용산 참사 어떤 식으로든 책임져야" 청, 김석기 경질 검토>
    동아일보 <시너 운반-화염병 투척 시위주도 5, 6명 영장>
    서울신문 <"공영개발로 갈등 최소화해야">
    세계일보 <대우조선 매각 결국 무산>
    조선일보 <김석기 청장 교체 검토>
    중앙일보 <"망루 3층 오를 때 바닥서 불길 치솟아">
    한겨레 <농성 시작 3시간반 뒤 특공대 투입>
    한국일보 <인화물질 알고도 진압강행>

    ‘용산 참사’, 두드러진 동아일보

    ‘용산 참사’와 관련해 동아일보의 편집이 두드러진다. 22일자에서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김석기 청장 교체 검토>에 이어, 8면 머리기사 제목을 <인화물질 많은 줄 알고도 ‘안전진압 소홀했다’>로 뽑았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망루 3층 오를 때 바닥서 불길 치솟아">의 작은 제목을 ‘망루 안에 다량의 인화물질 알면서도 진압’으로 달았다.

    반면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시너 운반-화염병 투척 시위주도 5, 6명 영장>으로 뽑았고, 작은 제목을 ‘검, 전철연 망루농성 사전교육 진술 확보’와 ‘이대통령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로 달았다. 기사 내에서도 민주당이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정부를 비판한 것을 전한 것 외에 과잉진압 관련논란을 서술하지 않았다.

       
      ▲ 동아일보 1월22일자 1면.  
     

       
      ▲ 동아일보 1월22일자 3면.  
     

    다른 신문들의 편집은 이와 대조적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각각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청·여당은 배후 부각·진상호도/ 경찰, 국회의원·여성 집단폭행>, <농성 시작 3시간반 뒤 특공대 투입>, <인화물질 알고도 진압강행>으로 달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사설 <생명을 앗아가고도 시위대 책임이라니>와 <‘용산 참사’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에서 철거민들의 시위에 책임을 묻는 움직임에 선을 긋고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조선일보도 사설 <용산 참사 선 인책이 필요하다>에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선인책에 무게를 뒀으나, 바로 아래 편집한 사설 <용산 참사 배후세력 전철연에 단호히 대응해야>에서 "전철연을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용산참사 신속한 수습으로 가두시위 막아야>라는 사설을 실었고, 동아일보는 관련사설을 쓰지 않았다.

       
      ▲ 조선일보 1월22일자 8면.  
     

    한편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농성 시작 3시간반 뒤 특공대 투입>에서 "경찰이 그동안의 해명과 달리 철거민 농성이 시작된 지 불과 3시간30분 만에 경찰특공대를 현장에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공개한 서울지방경찰청 경비1과의 ‘전철연 용산 4구역 관련상황 보고’ 문건을 보면, 경찰은 지난 19일 새벽 5시30분께 철거민들의 옥상 점거가 시작되자 3시간 반 뒤인 이날 오전 9시에 특공대 2개 제대(40여 명)를 현장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후 경찰은 낮 12시55분과 오후 2시, 다음날 새벽 5시30분 등 세 차례에 걸쳐 특공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이는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으로 골프공을 쏴 특공대 투입이 불가피했다는 전날 경찰의 설명과는 다른 것이라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 한겨레 1월22일자 1면.  
     

    아울러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철거민들의 인화물질 보관에 대해 "예측은 했지만, 양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나, 김 청장이 서명한 경찰 문건에는 ‘염산병 약 100개, 시너(20L) 60여개, 화염병 5박스(120여개)’ 등 위험물 현황이 자세히 적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KBS, 비판적 기사 통제 나섰나"

    한국일보는 31면 기사 <KBS, 비판적 기사 통제 나섰나>에서 "KBS가 취재 통제 논란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사 쪽의 사원 중징계에 대해 KBS 기자협회와 PD협회의 제작거부 결의가 있었던 지난 19일 오전, KBS를 출입하는 언론사 기자들의 휴대폰에 ‘홍보팀을 거치지 않으면 취재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실제 사무실 이전이 시작된 18일부터 출입기자들은 신ㆍ본관을 단독 취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기존 출입증으로 기자실이 있는 자료동 이외의 곳은 출입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기자들은 "KBS가 노무현 정부 당시 문제가 됐던 ‘취재 선진화 방안’을 재현한 것"이라며 성명을 내는 등 공동대응할 방침도 밝혔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 한국일보 1월22일자 31면.  
     

    이에 대해 KBS 강선규 홍보팀장은 "홍보팀의 안내를 받으면 어떤 취재라도 예전과 다름없이 지원되기 때문에 취재 제한이 아니다"라며 "신·본관을 그냥 열어두면 자칫 생방송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을 도입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22면 칼럼 <기자 출입도 제한 ‘거꾸로 가는 KBS’>에서 이를 반박했다. 경향신문은 "KBS는 기자들의 취재영역을 제한하는 이유로 중요한 방송시설의 안전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지금껏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KBS의 방송시설을 훼손한 예는 단 한 번도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지상파 방송인 MBC, SBS는 중요한 방송시설이 없어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KBS를 출입하는 28개 언론사 30명의 기자는 KBS 회사 쪽에 취재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21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10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가운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 부연설명 나선 KISDI와 중앙일보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낙관적으로 예측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2조9000억 원, 취업유발효과가 2만1000명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 염용섭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통신정책연구실장의 인터뷰가 중앙일보에 실렸다.

       
      ▲ 중앙일보 1월22일자 10면.  
     

    염 실장은 인터뷰에서 "규제가 풀려 경쟁자가 늘어나면 방송 사업자들이 공멸할 것이란 주장은 허구"라며 "보고서는 규제 완화 효과를 경제적 시각에서 처음으로 시뮬레이션했다는 특징을 가진다"고 밝혔다. 염 실장은 또한 "방송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고용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크다는 장점이 있다"며 "규제를 풀어 투자를 늘리고 경쟁을 강화하면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KISDI 쪽은 지난 2일 "지상파나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추가로 늘어난다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방송관련 규제가 없는 선진국의 GDP 대비 방송산업의 비율과 우리나라의 그것을 비교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ISDI의 19일 보고서에 대해 방송통신업계 일선에서는 방송관련규제 유무가 GDP 대비 방송산업 비율을 결정하는 단일변수가 아니라는 점과 방송시장 정체의 원인을 콘텐츠 매력도에서 찾은 논리구조가 허술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규제를 풀어 투자를 늘리고 경쟁을 강화하면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믿는다"는 염 실장의 ‘믿음’에 대해서도 말 그대로 ‘믿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KISDI는 19일 보고서 어디에서도 규제완화로 인한 신규 방송진출 사업자들의 설립 비용이나 연간 투자비용, 손익분기점(BEP) 도달시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규제를 풀기만 하면 투자가 들어올 것이고 이를 통해 매출확대와 고용창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논리는 이상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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