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당 감정의 골 깊다"
        2009년 01월 19일 0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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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당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직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을 느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토론 마지막 정리발언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소통과 혁신 연구소가 주최한 ‘대 공황기 진보진영의 대안’토론은 1부 노동운동과 2부 진보정치 모두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지만 정파-정당 간의 인식 차는 크고 깊었다.

    18일 오후 내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특히 당면한 정치과제인 4.29 재보궐 선거, 특히 울산 북구 선거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 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삼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문제에 대해 당의 핵심관계자들이 처음 토의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이번 토론회에는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과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 박성인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 집행위원과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고라 유명 논객인 ‘권태로운 창’ 등이 참여했다.

       
      ▲2부 ‘대 공황기 진보정치의 해법과 혁신단결 방안’ 토론(사진=정상근 기자)

    정종권 "단일화 논의 가능", 박승흡 "지금은 연대 때 아니야"

    양 당의 인식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울산 북구 후보단일화에 대해 “어려운 과정이 이어지겠지만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한 반면 박승흡 대변인은 “상호간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일정에 쫓겨 하는 것이라면 진정성을 가지고 얘기할 토대도 없이 (후보단일화를) 논의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박승흡 대변인은 “지금 필요한 것은 연대나 통합이 아니”라며 “아직은 때가 아니며 특히 울산 북구를 놓고 ‘단일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진보정치의 토대가 무너진다’와 같이 과잉된 언어들은 경계해야 한다”며 “선거연합은 내부 절차와 당내 민주주의를 따라서 가야 하며, 지금 당장은 통합보다는 선도투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분당까지 이어졌던 이유를 긴 안목을 가지고 구조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며 “그동안 서로 쌓여왔던 문제들을 대화로 해소하는 가운데 진보정당 간의 공조, 연합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 민중들이 진보정치세력에 요구하는 과제에 대해 양 당이 서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보궐선거에서의 연합은 그 속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정당의 입장에 대해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 박성인 집행위원은 “경제공황기 속에서 어떻게 투쟁을 할 것이냐 논의코자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가 갑자기 재보궐 선거로 넘어갔다”며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문제가 의회 중심으로 넘어가버렸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며 지난 10년간 익숙해진 이러한 것들을 털어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티즌의 자격으로 참석한 아고라 논객 ‘권태로운 창’도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의석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 하는가”라며 “선거도 중요하지만 양 당이 직접행동으로 대중에 복무하지 않는다면 선거연합이 소용없다”고 비판했다.

    "대의 민주주의 한계"… "단일화 힘 모일 것"

    이 문제와 관련해 시민단체 입장으로 참여한 김민영 사무처장은 “(연대, 연합을) 강제할 만한 대중적 힘이 결집될 것이며 이에 화답할 정치세력이 자연스럽게 모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민단체에서 나설 계획이 있냐는 한 청중의 질문에 김 처장은 “시민운동 진영 내부에 힘이 크지 않다”며 “시민단체는 시민운동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 문제와 함께 이명박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어떠한 전선이 적절한지’, ‘전선을 형성한다면 그 전선에 민주당과도 함께 할 수 있는지’도 주된 논쟁거리가 되었다.

    김민영 처장은 “연대기구가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공동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장 12월보다 2월이 더 어려운 국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배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며 민주당이 진정성을 갖고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흡 대변인은 “경제위기에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을 하위계층에 대한 급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비정규직-실업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의 공조에 대해 “민주노동당도 씁쓸함을 맛봤지만 현실정치 측면에서 민주당을 배제하긴 어렵다”며 “앞으로도 민주당은 항상 고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지금의 대중 요구는 경제이며 특히 일자리가 중요하다”며 “서민들의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공적자금을 서민에 투입하며 한국사회 시스템의 전면적 개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선언적으로 민주당을 배제해야 한다”며 “다만 공조할 것은 공조해야 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고라 네티즌 ‘권태로운 창’은 “경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촛불들이 느끼는 위기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라며 민주주의 중심의 연합체 건설을 강조하기도 했다.

       
      ▲ 1부 ‘대 공황기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과 정치’토론(사진=정상근 기자)

    "배타적 지지"… "지지방침 개방해야"

    한편 이에 앞서 ‘대 공황기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의 정치’에 대한 1부 토론은 정성희 소통과 혁신연구소장의 사회로 김명호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집행위원장과 임승철 혁신네트워크 운영위원,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과 박하순 현장실천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정책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노총 정치방침과 뜨거운 감자인 진보연대 가입 등에서 논쟁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김명호 전국회의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번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특히 한국진보연대 가입과 관련해 “진보연대 가입을 정파적 문제로 접근하는데, 한국진보연대는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새로운 투쟁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은 “민주노총이 진보정치 대통합을 권고할 수는 있지만 그 제안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배타적 지지방침을 개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보연대 가입과 관련해서는 “이 문제는 갈등요소이며 다만 유일한 공통점은 강한연대투쟁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연대체를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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