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사원행동 양승동·김현석 파면 파문
        2009년 01월 17일 07:2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KBS 이병순 사장이 16일 공권력 난입규탄·이사회 저지·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였던 양승동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와 김현석 대변인을 파면하고, 성재호 기자를 해임하는 중징계를 결정해 KBS 안팎이 들끓고 있다.

    이날 징계 조치는 YTN 기자 해직 이후 또 하나의 언론학살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내부에선 이병순 사장의 KBS가 5공을 넘어 유신시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조소까지 나오고 있다.

    KBS 인사운영팀은 이날 오후 양 대표(전 한국PD연합회장·KBS PD협회장)과 김 대변인(전 KBS 기자협회장)을 파면키로 했다고 이들에게 통보했다. 성재호 기자에겐 해임을 통보했다. 이밖에 이상협 아나운서에겐 정직 3개월, 나머지 징계 대상자들에겐 감봉 6개월의 중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조합원 30여명이 15일 오후 2시 경찰의 불법 난입과 이병순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했던 사원 8명에 대해 징계를 위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6층에서 열린 특별인사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부당징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법적 절차 밟을 것"

    당사자들은 청천벽력같은 회사의 초강수 조치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이날 "막가겠다는 것"이라며 "언론인과 방송인으로서의 양심과 상식에 따라 행동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양 대표는 이어 "사원행동이 내세웠던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려는 데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고, 소송을 포함해 모든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석 대변인은 "생각보다 강도 높은 결정이 나왔다"며 "법정투쟁을 포함해 모든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18일 낮 12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 모여 전날 밤 이병순 사장이 기습적으로 한 보복성 인사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치열 기자

    양승동 "양심 지키는 데 계속 노력"

    성재호 기자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됐다"며 "그동안 데일리부서(법조팀)로 발령이 나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회사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는데 정신이 번쩍 들게 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성 기자는 "회사가 많이 급한 것같다"며 "회사에 있는 동료·선후배를 믿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 기자도 후속적으로 밟아야할 법적 절차를 모두 밟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노조를 비롯해 기자·PD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오는 18일 긴급 집행부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최재훈 노조 부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중징계가 나온다면 사실상 노조와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며, 사내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제작거부 등 강경대응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재 KBS PD협회장도 "KBS 전 사원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모든 사원들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곧 긴급회의를 개최해 이미 결의한 제작거부를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논의할 것"이라며 "PD들은 이 소식에 매우 격앙돼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8일 KBS 정연주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키려는 이사회를 저지하려던 KBS‘사원행동’대변인 김현석 기자가 사복경찰과 청경들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이치열 기자

    노조 "제작거부 포함 강경대응…이병순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도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 이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중이다. 이 소식에 대해 김경래 KBS 기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징계 대상자들이 실제로 어떤 위법과 사규위반을 했는지 도대체 납득이 가질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사장 취임 뒤 사내 이후 갈등관계에서 충분히 서로 상처를 보듬고 갈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오히려 상처를 다시 헤집으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회사는 매우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KBS 중견기자는 "유신시대로 가려는 것 같다"며 "이게 뭐하자는 거냐. 제작거부와 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회사에 맞서야 한다"며 성토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