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문대 합격 '자랑 현수막' OUT"
    By mywank
        2009년 01월 15일 12:12 오후

    Print Friendly

    ‘합격을 축하합니다. 서울대 OOO, 이화여대 OOO, 연세대 OOO, (○○여고)’
    ‘서울대 3년 연속 수시합격, 2009년도 O명 합격 (□□고)’
    ‘서울대 1차 합격 OOO, OOO, 포항공대 합격 OOO (△△고)’

    매년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고등학교 교문에는 소위 ‘명문대’에 합격 현황과 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자랑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학벌 없는 사회’ 광주모임(준)이 조사한 광주지역의 경우, ‘2009년도 수학능력시험’ 이후 지역의 63개 공사립 고등학교 중에 20곳이 특정대학 합격 자랑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학교 홈페이지에 특정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이름을 올린 고등학교도 27곳이나 되었다.  

     

       
      ▲’학벌 없는 사회’ 광주모임,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는 14일 특정대학 합격 현수막 계시 관행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학벌 없는 사회’ 광주모임) 

     "저희 학교는 대학합격 발표가 나기 전부터 ‘XX대 합격, OOO’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학교를 들어갈 때마다 그 현수막을 보면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걸 볼 때마다 좌절을 느껴야 했지요. 학교의 자랑거리, 명예, 지위 때문에 학생들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학교가 저는 정말로 싫습니다" -전남여고 3학년 안 아무개 양

    "수많은 학생들이 그런 현수막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물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학생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사회적 열등감을 내면화될 수도, 자존감이 상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교문 앞에 걸린 특정대학 합격 현수막은 입시경쟁 사회, 학벌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동신고 3학년 임 아무개 군

    "현수막은 학벌사회의 한 단면"

    "좋은 대학과 좋지 못한 대학으로 나눠, 좋은 대학에 가는 애들은 성공한 것, 좋지 못한 대학으로 가는 애들은 실패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현수막을 보면서 나름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앞으로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으로, 성적이 좋지 못한 아이들은 마음에 상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경신여고 1학년 유 아무개 양

    이 같은 ‘자랑 현수막’에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06년부터 광주지역에서 ‘특정대학 합격 현수막 안 걸기’ 캠페인을 벌여온 ‘학벌 없는 사회’ 광주모임(준)과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가 지난 14일 국가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에 “이 문제가 입시경쟁과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대학입학 여부만으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이날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입시학원은 교육이념과 상관없이 영리만을 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특정학교 합격 현수막 등을 내세우지만, 공교육의 현장인 학교에서마저 이러한 현수막을 내건다는 것은 학교가 스스로 교육이념을 포기하고 입시학원화되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이념 포기하고 입시학원화

    이들은 이어 “최근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 성적 미달로 인해 2년제 전문대학교·지방대학교를 선택하는 이들도 존중해줘야지만, 흔히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교 진학을 축하하는 행위는 명백한 성적(成績)차별”이라며 “학생들이 입시교육에 부담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입시경쟁에서 낙오자가 된 학생들은 성적에 대한 좌절감, 패배감 그리고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고교 교사의 경우, 학교에서 특정대학교 합격 인원을 잣대로 교사들을 줄 세우고 있으며, 학급담임으로서 학생들에게 특정대학교로 보내기 위한 학습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학부모들 역시 자녀의 특정대학교 입학을 위해, 학원, 과외 등의 학습 부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대학 합격 현수막이 각 학교에 걸려있다 (사진=’학벌 없는 사회’ 광주모임) 

    한편, 특정대학 합격 현수막을 게시하는 관행에 대해, 하재근 ‘학벌 없는 사회’ 사무처장은 “입시철만 되면 학교들이 명문대에 몇 명을 보내는지를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내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

    하 사무처장은 이어 “교육의 목표가 명문대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보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의 언론이나, 교육관료, 학교 관계자 등 누구도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이는 한국의 학벌 사회를 나타내주는 단면이고 비교육적인 처사이며,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한 어린 학생들은 교문에 걸린 현수막을 보면서 얼마나 좌절감을 느끼고 마음의 상처를 받겠나”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어 “한편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자극해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더욱 부추기기 때문에, ‘학벌 철폐’라는 거대 담론을 외치기에 앞서, 이런 현수막을 달지 않는 생활 속의 작은 실천들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특정학교 합격 현수막을 거는 관행이 앞으로 2010년 고교선택제를 위해 추진되는 ‘학교정보공시제’와 맞물려서, 명문대 진학률을 개별 학교를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촌스럽고 발달이 덜 된 문화현상"

    김 정책위원장은 이어 “이런 잘못된 흐름 속에서는 학교를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들이 파괴될 것”이라며 “학생들과 선생님들 간의 의사소통, 학교 내 인권수준 등 다양한 학교평가 기준을 토대로, 앞으로는 명문대 진학 현수막 대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학교’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걸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이를 영광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로 촌스럽고 발달이 덜 된 문화현상”이라며 “한 개인(학생)을 지역과 개별학교의 명예를 위해 사용되는 일개의 도구로 밖에 보지 않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