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물 상업화 음모 막아야 한다"
        2009년 01월 12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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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서울시의 책임운영기관제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10월 16일 "서울특별시 책임운영기관의 운영 및 지정에 관한 조례"를 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상정하여 통과시켰고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였다.

    이 조례안은 지난 해 11월 10일 공포되었고 12월 24일 ‘서울시 책임운영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역사박물관, 시립미술관, 교통방송이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올 상반기에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책임운영기관으로 추가 지정될 예정이다.

    서울시, ‘공공성 유지하며 경쟁원리 따라 운영’

       
      ▲ 이수정 서울시의원(사진=이수정 의원 블로그)

    서울시는 책임운영기관제도에 대해,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쟁원리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사무에 대하여 해당 기관의 장에게 행정, 재정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 성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는 성과 중심의 행정기관을 지정하여 운영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 조례안에 따르면 책임운영기관장은 하부조직의 조직·정원 관리의 자율성을 갖게 되며 특히 계약직 공무원의 임용권 및 4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의 기관 내 전보권을 갖는 등 기관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게 된다.

    반면 책임운영기관장은 2년 이상 근무가 보장되지만, 서울시장은 사업성과 평가를 통해 계약을 연장하거나 해지할 수 있어 기관장은 실적 관리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주권의 민영화’ 보고서에 따르면, 책임운영기관제도는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운영 중이고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의 정부개혁방안 중 하나로 도입되어 중앙정부기관들을 대상으로 시행되어 왔으며, 현재 47개 기관이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열매는 기관장 독식, 비정규직 사용 확대 허용 

    책임운영기관 제도는 도입된 지 9년 동안 65회에 걸친 법률과 시행령의 개정 작업을 벌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임운영기관의 자율성과 효율성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보고서는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된 후 경영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민영화됐고 이같은 사례를 통해 이 제도가 민영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인식을 유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기관장은 실적이 부진하면 재계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성과 달성에 몰두할 수밖에 없지만 성과를 달성한 기관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기관장에게 집중되어 하위직 공무원들은 굳이 성과에 매달리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 계약직공무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비정규직 사용을 확대하고 있고 정부가 비정규직 운용을 통해 전체 고용시장의 질 저하를 이끌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일 뿐만 아니라 이는 구성원들간의 위화감과 관계단절 현상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이런 이유로 인해 9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책임운영기관은 지방통계청과 지방통계사무소 13개를 포함하고도 47개에 머무는 수준이며, 책임운영기관 지정 철회를 바라는 책임운영기관 공무원노동조합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정부기관에서도 성과가 채 확인되지 않은 책임운영기관을 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지정운영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 왜 지자체 최초로 운영하려 하나?

    서울시의 상수도 정책은 1992년 이전까지는 수돗물 생산 공급량에 대한 시설용량의 여유가 없어 양적 확보를 위한 운영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었고, 1992년 이후에는 정수장의 여유 시설을 확보하게 되어 안정적 급수를 위한 기반을 확보한 서울시는 수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안전한 수돗물에서 맛있는 수돗물로 정책의 변화를 가져왔다.

       
      ▲서울시가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하려는 상수도사업소.(사진=이수정 의원)

    초기 오세훈 서울시장의 상수도 정책은 과거의 정책변화의 기조를 이어받고 있으나 2007년 중순부터 서울시의 상수도 정책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수돗물 페트병 판매 추진’과 경영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유사기능 수행조직 통폐합’, ‘책임경영제’도입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적 고민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부터 일부 논의가 되어왔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 물산업 육성방안 발표 이후 내부적으로 검토되어 오던 것들이다.

    실제 서울시는 수돗물 페트병 판매를 위해 2007년 6월 19일 정부에 수도법 제13조 등을 개정 건의하였고 2008년 1월 환경부와 재협의를 추진하는 등 지속적으로 수돗물 페트병 판매를 추진해왔다. 또한 2007년 12월 ‘본부 산하사업소 민간위탁 필요성 및 타당성 검토용역’을 발주하는 등 사실상 물을 산업과 상품으로 규정하고 안정적인 상수도사업을 기반으로 시장진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08년 2월 15일엔 상수도본부가 서울시의회 171회 환경수자원위원회에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신으로 음용율이 낮으므로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하기 위하여 수돗물 병입 판매를 허용하라”는 대통령의 공약을 인용하여 수돗물 페트병 판매를 적극 추진하여 아리수 음용율을 제고하겠다는 보고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시, 관련법 제정 전 ‘병입판매 전담부서’ 설치

    물산업육성법이 제정되기도 전에 서울시는 상수도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아리수 병입판매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해외시장 진입을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단가경쟁력을 앞세워 생수시장에 진입하여 수익을 올리겠다고 계획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기 충분하다.

    이미 서울시는 연간 수돗물 페트병을 1,000만 병 생산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었다. 더불어 연간 2,607억원에 달하는 국내 샘물 시장 규모에 대한 분석을 끝낸 상태이기도 한다.

    서울시는 상수도사업본부를 수익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형 책임경영기관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물을 판매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이룬 상태에서 상수도사업본부에 대해 기관장에게 전권을 주는 아웃소싱이나 다름없는 책임운영기관제를 도입하는 것은 페트병 판매를 본격화하여 물민영화의 첫발을 떼는 것과 다름없다.

    서울시는 상반기에 상수도사업본부에 대한 책임운영기관 지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막아내야 한다. 공공성을 후퇴시키고 비정규직을 대규모로 양산시키며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위한 사전포석인 책임운영기관제, 물 상품화의 실체가 될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책임운영기관 지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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