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폐기’ 위기의 MB
    2009년 01월 09일 01: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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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계속 – 바로가기]

이재영  말씀 나눈 것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오바마 등장 또는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라는 것, 이명박-오바마의 정책 엇박자가 한국사회의 어떤 계기들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 그리고 김민영 처장이 제기하신대로 국제경제조건의 변화가 한국사회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국내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국내 정세의 조건들을 얘기해보자. 국회에서 연말연시에 충돌이 있었다. 이 충돌이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 개략적 예측과 함께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핵심세력들이 정국을 어떻게 풀어가려고 하는 것인지, 구상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 민주당이 향후 정국에서도 지금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얘기해 보자.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영, 한귀영, 신장식, 김민영 (사진=정상근 기자)

신장식  이명박 정권은 시간에 쫒기고 있다. 올해가 지나면 레임덕이 생길 것이고 지난 총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사진 찍은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되었었다면, 2010년 선거에서는 이명박과 찍은 사진을 아무도 안 내보이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대통령이 행정부 수장으로서 권력은 있겠지만 정치적 힘은 빠지는 것으로 사실 2010년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싸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이 대통령은 2010년 이후에도 조금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속도전을 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 할 것이다. 당분간 강공드라이브로 갈 것이다.

시간에 쫓기는 이명박

김민영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도덕성이나 국민통합을 기대한 것이 아니다. 유일하게 기대하는 것이 ‘경제 살리기’였는데 오히려 경제가 완전 위기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되면 이 대통령은 용도 폐기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12월에 깔끔하게 쟁점들을 해소하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선물을 안겨준 다음, 2009년부터 이 대통령 주도의 일련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녹색성장’은 이미 1단계로 나왔고, 앞으로 다음 단계들이 쭉 나올 텐데 초장에 걸려 버렸고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인 것 같다.

이는 민주당의 가장 약한 고리일 수 있었던 한미FTA를 한나라당끼리 ‘문 잠그고’ 처리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단결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한 마디로 민주당의 불안 요소를 한나라당이 제거해 준, 전술적 실패였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후 내부분열을 극복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민주당 안에는 FTA반대세력이 극히 소수고, 통과시켜야 한다는 당론이 있었는데.

한귀영  내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2004년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기가 노무현 정부 집권 2년에서 3년차로 넘어가는 시기였는데 총선을 통해 집권기반을 마련하고 조급증을 내는 것이 비슷하다.

‘강경’이라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정체성에서의 강경과 태도와 스타일에서의 강경이다. 정체성에서의 강경은 통치자의 몫이며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고 2004년에도 태도와 스타일의 강경이었다.

대선후보 때는 지지층을 중심으로 50%만 얻으면 되는 것이지만, 대통령이 되는 순간에는 정체성과 전체 국민의 사고 모두를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두 정부 모두 전체 국민이라는 사고가 없다. 때문에 이율배반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했던 공헌이 지지기반을 서민-영남이라는 정통 보수층에서 수도권-40대-중산층으로 확대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중산층들이 제일 먼저 빠져나갔고 촛불 때도 이들이 중심이 되었다.

딜레마, 보수층은 이명박 아니라 박근혜 지지층

이 대통령도 다급하다 보니 전통적 보수층에 호소하게 되는 것인데 이들은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층으로 이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다. 여기서 엇박자가 난다. 본인 지지층은 가장 먼저 떠나가고 본인은 박근혜 층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 때문에 이념적으로 강경몰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구애는 한계가 있다. 아마 올해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35%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강경보수층이 35%는 되기 때문에. 그런데 그 이상으로 올라가려면 중산층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너무 멀리 왔다. 이 대통령이 여러 가지로 힘들 수밖에 없는 올해가 될 것이다.

이재영  내가 노무현 정부 당시 4대개혁 때와 이번 연말 국회가 비슷하다고 보는 이유는 상부구조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것, 즉 참여정부는 국가보안법, 사학법 같은 걸 내놓았고 이번에는 정반대로 안기부법, 교과서 같은 걸 내놓는 것 때문이다.

두 정부의 다른 점이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 지지층이나 재벌계층들의 이익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제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선 재벌들의 투자가 필요하고 금산분리 완화 등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의도였을텐데 그게 안 되었다.

김민영  대중에게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법만 봐도 ‘경제 살리기’와 방송법의 상관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번 상황 같은 경우는 날로 먹겠다는 것이다. 일단 쏟아놓고 저항이 센 것은 빼주고 협상카드로 쓰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신장식  여론조사를 보면 사이버 모욕죄를 제외하고는 다른 쟁점법안에 대해 국민들의 60% 이상이 다 반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우니 불난 김에 도둑질 하자는 격이겠지만 국민들은 재벌들에게 오래된 민원을 해소해주려는 것 아니냐는 감을 가지고 있다. 35%의 강고한 보수층들은 모르겠지만.

이재영  민주당에 대한 얘기도 나누어 보자.

한귀영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본회의장 농성을 여기서 끝내는 것이 여러 가지로 편할 수 있을 것이다. 정체성 문제나 전략부재를 일거에 만회하면서 지지층이 결집했지만, 이 상황이 늘어질수록 더욱 강한 전략을 구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2월에 이상득 의원의 말처럼 ‘온건한 안’으로, 온건하지만 중요한 MB법안이 관철되는 방안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반MB 진영, 카드를 다 썼다

이재영  현재 국면과는 다르게 2월이 되면 한나라당이 ‘참아주었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

김민영  명분을 갖는다, 라기보다는 그것을 명분으로 내걸고자 할 것이다.

이재영  민주당이라는 유효한 저지세력도 사실은 힘이 없기 때문에 다른 동력이 없다면 2월 MB법안 처리를 막을 수 없는 것 아닌가?

김민영  그건 여론의 문제다. 설 민심이 어디로 돌아서는가에 달려있다. 정치사회적 의제가 우선순위로 올라가면 MB법안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의 정치적 우위 속에서 2월 국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지만, 산만하게 여론이 조성된다면 여론을 뚫고 강공드라이브로 가게 될 것이다.

한귀영  지금 쟁점법안들, 한미FTA나 금산분리문제, 미디어법의 현재 여론은 4:6으로 한나라당에 불리하다. 이 여론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 문제는 강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지치고 정부여당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반면 민주당이나 언론노조, 시민들이 쓸 수 있는 전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연말연초 정국이 정면으로 치달아 둘 다 너무 세게 붙었는데 MB법안 반대 측은 그 다음 카드가 없다. <MBC>도 이미 총파업을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도 지치고 관심의 감도도 낮아질 것이다. 그때 정부여당은 다수결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2월 처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민영  한미FTA도 똑같았다. 초기에 강한 투쟁이 벌어지고 반대여론이 강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어쩔 수 없구나’라며 돌아섰다. 저항은 더 극렬해지고 여론은 변해버렸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다고 보기보다는 수단들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설 민심’이 관건

신장식  사실 민주당은 성과가 확인되고 정체성이 확인되는 등 본회의장을 나오는 표정들이 마치 이미 ‘한 건 했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2월이 되면 한나라당은 뚫고 갈 것 아닌가? 지금 바로 국민들 안으로 더 들어가야 한다. 민주노동당도 이미 게임 끝난 본회의장 마당이 아니라 국민 속으로 들어가 2월을 준비해야 한다.

어영부영하다가 2월에 당하거나 민주당이 ‘이념법안은 막았다’면서 경제관련 법안은 타협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걱정이 된다.

김민영  2월을 대비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금산분리나 미디어법 같은 쟁점법안의 여론 6:4를 8:2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식과 고용-실업 문제와 자영업자 파산 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로 의제를 전환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을 놓고 빠른 시간 내에 전열을 재정비하고 프로그램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그 승부수는 설이 될 것이다.

이재영  민주당이 좋건 나쁘건 무관하게 민주노동당은 5석에 불과하다. 향후 정국에서도 민주당 역할이 크다. 그런데 이번 투쟁 이전까지는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나 정체성 문제 등등 굉장히 많은 얘기들이 나왔다. 객관적 실체로서 한나라당과 싸워야 하는 당이기에 이 당에 대해서 더 얘기를 해야 할 듯하다.

김민영  12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분이 안되었다는 것이 민주당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이번 싸움의 과정에서 최고의 성과는 민주당이 자신이 야당임을 알았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내 타협세력들이 당의 주도권을 가져가기가 어렵지 않겠나?

한귀영  국회 의석 구도상 민주당은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얼마나 명분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민주당은 ‘대안’이라고 하는 것에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열린우리당 시절이나 과거 10년 동안 무능력했었기 때문에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이 이해가 되기도 하다.

그러나 대안과 정체성이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안이 하나의 지향점이라면 야당으로서 정체성은 필요조건이다. 어떤 대안정당이냐가 중요한데, 민주당의 지난 1년은 방향감각 없이 대안정당이라는 덫에만 갇혀 있었다.

민주당에서도 이러한 고민들이 계속될 것 같다. 곧 민주당 플랜이란 것을 만든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 모델은 영국의 ‘제3의 길’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얘기지만 ‘제3의 길’ 역시 제1의 길, 제2의 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민주당은 제1의 길, 제2의 길이 없었던 역사를 망각하고 있다.

제1의 길, 2의 길도 없이 제3의 길로?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갖춰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민주당의 과제일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들이 워낙 크다. 민주당이 과거와 같은 의미 있는 정당의 역할을 하려면 적어도 의원직을 전부 버린다는 등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올 한 해도 지지부진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한다.

신장식  민주당이 현재 이상한 세력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누구라도 당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그룹이 다른 그룹과 척을 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김민석 사건 때 아니었나? 민주당은 호남세력을 업은 김민석을 차마 내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상한 세력균형이 되다 보니 어느 하나의 정체성을 찾기 어렵고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한귀영  민주당의 가장 근본적 문제는 호남 기득권이 뿌리 깊다는 것이다. 다른 것을 버려도 호남을 가지고 있는 한 제2당은 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이 민주당을 더 나아가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과거에는 그러한 기득권을 깊이 체감하지 못했는데 10년 동안 여당으로서 기득권이란 게 뭔지 알아버렸다. 이를 버리지 못하면 민주당은 존재감 없는 정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김민영  비관적 전망만 할 필요는 없다. 촛불 이후 민주당이 시민사회와 부딪히고 공조하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나는 오히려 시민사회나 재야 세력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이쪽에서 필요한 공조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안 되면 보궐선거든 지방선거든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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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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